"어떤 이유에서든 몸담았던 여행업계의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둥지를 트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여행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곳에 둥지를 트는 경우도 있고 아예 전혀 다른 세상으로 옮기기도 한다. 여행업계에 몸담았지만 이제는 한 발 물러선 이들에게 과연 여행업계의 모습은 어떠하며, 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대학교, IT업계, 준정부기관, 보험사로 적을 옮긴 여행업계 출신 인사들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동서울대학 관광처리학부 홍 규 선 교수

·1991년 4월~ 바리그브라질항공
·1992년 4월~ 타이항공 공항근무
·2000년~ 알리탈리아항공 시내지점
·2002년~ 동서울대학 교수

“학생들 인식 좋아졌지만 해결과제도 산적”

-임용초기 비해 부정적 인식비율 많이 낮아져
-선도업체 제역할 절실, 교육 통해 자기계발도

“여행사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초기와 비교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바뀐 게 큰 변화 중 하나입니다.”
동서울대학 관광처리학부 홍규선 교수는 2002년 임용 초기만 해도 학생 10명 중 8명이 여행사를 매우 영세하고 부정적으로 인식했다면 현재는 그 비율이 2명 정도로 줄어들었을 정도로 평가가 달라졌다고 한다. 그동안 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여행사들의 규모확대와 기업공개, 시스템 강화 등의 덕택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이제는 여행업계 취업을 선호하는 학생들도 제법이다. 홍 교수 자신도 학생들의 여행업계 취업지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비록 학계로 한 발짝 물러선 지 상당한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여전히 여행업계 인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교류를 지속하는 일이 빈번하다.

“업계 출신 교수가 좋은 게 뭐겠습니까. 학생들에게 생생한 업계 실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취업과 연계시키기가 용이하다는 점일 것입니다.”
단순히 학생들 취업을 위해 여행업계와의 끈을 놓지 않는 게 아니다. 현재 교수로서는 물론 각종 학회와 지자체 관광정책 자문위원 등으로 폭 넓은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기반에 대한 애정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홍 교수는 “과거에 비해 여행업계가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은 것 같다”며 “영세성을 벗고 제대로 된 여행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잘못된 관행과 구습에서 벗어날 필요가 높다”고 강조했다.

여행업이 다양성을 유지하면서도 고품질을 이루기 위한 법제도적 측면의 개선은 물론 소위 말하는 대형 선도업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홍 교수의 생각이다. 특히 선도업체들의 경우 그 규모와 격에 맞는 정책과 철학을 통해 전체 여행업계의 발전을 이끄는 책임기업으로서의 면모가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행업 발전을 위해 꼭 덧붙이고 싶은 것은 바로 학습이다. “자기 자신은 물론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석사 과정이라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시작하라”는 충고다. 홍 교수 자신은 1998년 IMF외환위기가 가져다 준 ‘위기감’이 배움의 길로 접어들게 된 계기였지만, 그것을 떠나 배움 그 자체가 시야와 인식의 범위를 한층 확대시켜 발전의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주)4C게이트 김 연 우 연구원

·2003년~ 투어캐빈 창립멤버로 여행업계 입문
·2009년 1월~ (주)포시게이트

“여행업, IT기술 접목 부분 많아”

-여행업계 외풍에 좌우, 부침도 심한 편
-사람이 가장 중요, 육성관리 강화해야

엄밀히 말하면 김연우 연구원은 여행업계를 떠난 게 아니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고 봐야한다. IT업계에서 활동하다가 지난 2003년 여행업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사업모델로 한 ‘투어캐빈’의 오픈 멤버로 참여하면서 여행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이후 약 6년 동안 IT기술과 여행과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여행업 구현을 추구하다가 올해 다시 IT업계의 시스템 개발연구원으로 복귀했다.

두 부문을 모두 경험해본 김 연구원이 떠나서 바라본 여행업계는 어떤 모습일까?
“IT업계도 초기에는 ‘거품’이 많이 개입됐었지만 다시 돌아와 보니 지금은 큰 기복 없이 꾸준한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하면 여행업계는 외풍에도 쉽게 흔들리고 부침이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김 연구원이 새롭게 몸담고 있는 (주)4C게이트는 이른바 ‘전자교탁’ 개발 및 보급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 김 연구원은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약 2달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장근무를 하다가 최근에야 귀국했다. “어느 업종이나 일장일단이 있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겠지만, 여행업이 주로 사람을 상대하는 업이라면 현재의 업무는 주로 기계를 상대하는 업무라고 할 수 있지요.”

사람을 상대로 사람이 하는 일의 비중이 높은 곳이 바로 여행업이라는 것. 김 연구원이 여행업계에 아쉬운 점으로 꼽고 싶은 부분도 바로 이런 특징에서 비롯된다. 김 연구원은 “여행업은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하는 부분이 큰 업종이라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며 “사람의 비중이 가장 큰 데도 정작 사람에 대한 관리와 육성 면에서는 매우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항공이나 호텔 예약 등의 업무는 그동안 사람에서 기계(시스템화) 쪽으로 비중이 넘어왔지만 그 외 여행업계의 많은 부분들이 여전히 시스템보다는 사람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인재육성과 관리, 투자 등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이다.
사람의 비중이 높다는 점은, 어떤 면에서는 여행업과 IT기술의 접점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김 연구원은 “항공 및 호텔 관련 업무는 많이 시스템화됐지만 여행상담 등 많은 부분들이 아직 주먹구구로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전산화, 시스템화가 덜 된 여행업계의 각 부분들 그 자체가 곧 IT업계와의 접점이 될수 있는 부분들”이라고 말했다.


■ING생명 김 희 선 재무상담사

·1998년 8월~ 유나이티드항공
·2000년 12월~ 하나투어 홍보팀
·2008년 2월~ ING생명 재무상담사

“밀리언달러의 “기반은 바로 여행업”

-8개월만에 보험업계 영예 MDRT 달성
-사교력, 인맥 등 여행업계 도움 ‘톡톡’

2008년 2월, 그녀가 잘 나가던 하나투어 홍보팀장직을 그만 두고 보험업계로 이직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지인들은 아마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ING 김희선 FC(재무상담사)는 “10년간의 여행업계 경력도 살리면서 평소 관심을 뒀던 세일즈를 할 수 있는 영역을 생각했다”며 “물론 수입차 셀러 등의 제안도 받았지만 보험사 FC 업무가 여행업계 경력과 더 잘 어울릴 것 같았고 실제로도 그런 결과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과 보험 모두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데 보험의 경우 여행 업무보다 그 밀도가 더 높고 깊다고 한다. 스스로 고객을 찾아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해소시켜줘야 하기 때문. “계약 맺기까지의 과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한 번 고객이 되면 인생 전반에 걸쳐 교류가 지속되기 때문에 여행보다 더 친밀하고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여행업계 근무 때보다 더 일찍 일을 시작하고 더 늦게까지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의 업무에 여행업계 근무경력이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스스로도 놀라고 있는 부분이라고.

김 FC는 “사람과의 친화, 사교력이 중요한데 이는 이미 여행업계에서 자연스레 체득한 부분이어서 그런지 크게 어렵지 않고, 고객에 대한 분석 및 설득 능력 또한 홍보업무를 담당했던 게 큰 도움이 되고 있는 등 여행업계 경력이 큰 바탕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인맥의 도움을 간과할 수 없다. “비록 의도하지는 않은 것이었지만 지금 뒤돌아보니 여행업계에 종사했기 때문에 폭 넓은 인맥을 형성할 수 있었고, 관계도 여행을 매개로 자연스레 지속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10년 여행업 종사 기간 동안 친구, 선후배 등 수많은 주변 지인들이 김희선 FC에게 여행을 상담하고 의뢰했고 이 과정에서 형성된 밀도 높은 인간관계가 이제는 실질적인 ‘실적’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김 FC는 8개월 만에 보험업계의 영예인 ‘백만달러 원탁회의(MDRT)’ 회원이 돼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여행업계를 발판 삼아 본인 스스로 개척한 새로운 일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최고의 밑바탕이 된 것은 물론이다.

올해 10월1일 이후부터 개인연금 수령액 산출방식이 변경돼 이후 가입자의 권리가 현재에 비해 축소되는 만큼 개인연금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10월1일 이전으로 서둘러야한다고 살짝 귀띔하는 모습에서 김 FC의 열정과 의지가 여전함을 읽을 수 있었다.


■건설교통기술평가연구원 이 혜 령 선임연구원

·1998년~2001년 캐나다관광청
·2001년~2003년 홍보대행사 오길비
·2003년~2007년 에어캐나다
·2007년~ 건설교통기술평가연구원

“새로운 도전의 기틀 잡아줘”

-서비스 태도 정부 기관에도 신선한 반응
-항상 도전토록 자극, 인생의 멘토에 감사

여행업계 종사자들이 다방면으로 진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업무속성이나 성향이 비슷하거나 연계성이 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설교통기술평가연구원 이혜령 선임연구원(팀장)을 만났을 때 다소 뜬금없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여러 면에서 이질적일 수밖에 없는 국토해양부 산하의 준정부기관이라는 점에서는 물론 그간의 행적과도 큰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에어캐나다에 있을 때만 해도 ‘뼈를 묻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새로운 업무와 세계에 대한 도전욕구까지 막을 수는 없겠더라고요. 여행업계 홍보 및 마케팅 전문가로서의 깊이추구에는 실패했지만 대신 새로운 세계로 시야를 넓히게 됐습니다.”

캐나다관광청, 에어캐나다 등에서 홍보 및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다가 현재는 준정부기관 경영혁신실에서 홍보 및 마케팅 업무는 물론 경영전략 수립, 대내외 고객만족 추구 전략, 연구과제 관리 및 활용 등에 이르는 다양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물론 정부기관 특유의 분위기나 업무성향 때문에 처음에 당황하고 어려운 점이 많았던 것도 사실. 이 팀장은 반대로 여행업계에서 자연스레 몸에 밴 서비스 태도와 포용력을 적극 살려 신선한 반응을 얻어내며 조직에 순조롭게 융화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잡지사, 관광청, 홍보대행사, 항공사 등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그 와중에도 경영학석사(MBA) 취득 등 새로운 도전의 기반을 다지는 데 소홀하지 않았던 이 팀장의 성실함도 큰 몫을 했다.

이 팀장은 “여행업계에서 기본적으로 몸에 밸 수밖에 없는 서비스 태도와 많은 여행과 출장을 통해 알게 된 세상의 다양성과 거기서 비롯된 포용력이 공대 출신 박사들로 가득한 새 보금자리에서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 덕분에 2008년 정부기관 경영평가에서 1위 기관으로 선정되고 입사 6개월만에 기획재정부 장관표창을 받는 영예를 안았는지도 모른다. 여행업계 경력은 그야말로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을 성공으로 이끈 커다란 기틀이 된 셈이다.

떠나보면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말이 있듯이, 이혜령 팀장은 자신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항상 자극하고 힘을 실어 준 여행업계 인사들에 대한 감사의 말을 빼놓지 않았다. “제 인생의 멘토와도 같으신 에어캐나다 이인재 부회장님(동보항공), 홍정희 부사장님, 이영 지점장님께 꼭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떠나보니 더 생각나고 더 고맙고 더 죄송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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