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소소한 마음 씀씀이일지라도 상대방의 가슴에는 오래도록 남아 잔잔한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진정으로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린 배려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배려는 또 다른 배려를 낳기 마련이어서 결국 긍정의 효과로 이어진다. 여행업계에서는 과연 어떨까? 잊지 못할 배려의 추억은 무엇이며 과연 어떤 배려를 주고받고 있는지 들었다.


▼잊지 못할 배려의 순간

■아이투어&크루즈
이도련 전무

-15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1994년이니 벌써 15년 전의 일입니다. 그때 저는 씨에프랑스에서 발권업무를 했습니다. 지금처럼 CRS 네트워크가 좋지 않았던 시절이었지요. 유난히 유럽 단체가 많았던 회사였던지라 중간 구간 하나만 막혀도 유럽 현지 시각에 맞춰 새벽에 퇴근하거나, 집에 못 들어가는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날도 출발일을 하루 앞두고 중간구간이 OK가 안돼 발만 동동 구르다 밤 11시가 되어서야 현지 여행사로부터 좌석 가능한 편수를 확인하게 됐습니다. 급한 나머지 당시 에어프랑스(AF) 영업총괄이셨던 신기석 상무께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를 드렸는데, 영업담당인 류대열 현 이사와 함께 사무실에 들러 예약을 변경하고, 변경을 허락하는 스탬프 고무인을 가지고 직접 씨에프랑스 사무실까지 와 주셨습니다. 새벽 2시가 훌쩍 넘은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멀리 의정부에서 교통편이 끊긴 심야에 시내로 나오기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때의 감사함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BTB투어
백은영 사장

-배려할 수 있을 때 배려하라!

제가 항공사 발권 카운터에서 일할 때였습니다. 당시에는 여행사가 PTA, Reissue, ATR 발권 등을 위해 항공사 CTO(City Ticketing Office)를 많이 이용했습니다. 그러나 항공사 직원들은 은연중에 여행사 직원들을 무시하는 경향들이 있었지요. 당시 저희 카운터에도 여행사 아르바이트생이 왔었는데, 저는 최대한 똑같이 대했습니다. 이후 저는 카운터를 떠나 영업을 하게 됐는데, 발권업무를 하다가 영업을 한다는 게 사실 쉽지 않았습니다.
여행사 방문을 위해 소위 말하는 ‘빌딩타기’도 하고, 생생한 현장정보도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당시 아르바이트생이었던 그 직원이 한국에서 제일 큰 여행사의 대리가 되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친구 왈,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할 때 아주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줘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이후 영업업무를 하면서 그 친구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은 물론입니다.
우리 모두 언제 어떤 입장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니 해 줄 수 있을 때 항상 배려해주는 입장이 되자는 게 제 생활철학 중 하나입니다.


■롯데관광개발
정진표 팀장

-‘15+1’ 별명 속의 잊지 못할 배려

2001년 3월 코오롱세계일주 동남아팀 팀장이었을 때입니다. IMF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 여파로 2년 정도 압구정 지점장으로 있다가 동남아팀장으로 발령 받았던 터라 항공 노선 일이 막막할 뿐이었습니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아시아나항공 노선담당 과장님이 먼저 찾아와 임시편이 뜨는데 몇 석이나 하겠느냐고 제안을 하셨습니다.

제 딴에는 자신 있게 16석을 하겠노라고 했는데 그 과장님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군요. 겨우 16석이냐고요. 그것 팔려고 여기까지 온 건가 하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어이없어 했으면서도 이후 물심양면으로 저를 도와주셨습니다. 멋모르는 저를 배려해주신 거지요. 우스갯소리로 제 별명을 ‘15+1’이라고 짓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16석 하겠다고 한 날짜에 90명을 보내는 성과를 냈습니다. 그 때 그 분의 배려 덕택에 지금까지 동남아팀장으로 일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하이타이
박상목 소장

0근근이 버틸 때 단비 같던 배려

지난해 말 태국 반정부 시위 사태 등으로 정말로 대출까지 받아가며 근근이 ‘버티고’ 있을 때였습니다. 거래 여행사들이 이런 사정을 알고 지상비 입금을 스스로 당겨주고 격려의 말도 해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랜드사가 미수행사를 하거나 여행사에 어느 정도씩 미수금을 ‘깔고’ 거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대부분 여행사들의 인식이니 얼마나 고마웠겠습니까.

알고 보니 태국 시위 사태 때 자사 손님들을 제대로 챙겨준 데 대한 답례의 뜻도 있었습니다. 당시 여행사 입장에서는 걱정이 태산 같았지요. 랜드사 역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거래 여행사들한테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결과는 좋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귀국한 손님들이 여행사에 칭찬을 늘어놓으며 매우 고마워했다고 합니다. 현지에서 정성스레 챙겨주고 대응해줘서 고생이 많았고 정말로 고마웠다고 말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배려는…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김진섭 이사

-""역지사지의 마음에서 시작""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배려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광청 업무에서 가장 힘든 점은 여행사 지원을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수행하는 것인데, 객관적 척도를 이용하면 중소여행사가 지원을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중소 여행사들을 배려하기 위해 홍콩관광청 근무 당시 ‘신상품 콘테스트’를 진행해 여행사 규모를 떠나 좋은 아이디어와 의욕을 가진 여행사를 발굴하는 데 노력했습니다. 이를 통해 2~3개의 중소여행사가 홍콩 전문여행사로 자리를 잡았던 것은 지금도 큰 보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애바카스
이혜영 대리

“영업노하우 선뜻 알려주는 선배”

올해 처음 영업을 담당하게 됐는데 기존에 해왔던 업무와 많이 달라서 조금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오랜 동안 영업을 해온 선배님이 많이 가르쳐 주고 노하우도 전수해줘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오래도록 영업을 해온 사람만 알 수 있는 지식들을 통해 비교적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업무지식을 후배들에게 잘 알려주지 않는 상사를 만날 때도 있습니다. 물론 본인이 고생해서 쌓아온 것들을 후배가 쉽게 배우는 것이 조금 싫을 수도 있겠지만, 회사 전체의 효율성을 생각한다면 지식의 공유가 더 큰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어인디아
임준택 과장

“동반자적 관계에서 배려는 필수”

거의 모든 항공사마다 예상하지 못한 비상사태(Irregular)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천재지변이나 기타 사유로 인한 지연운항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원칙적으로 항공사는 고객에 대해 배상책임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여행사는 지연으로 인한 추가비용을 항공사에 청구도 하지 못하고 그냥 떠안을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항공사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이후 발생하는 수요에 대해 요금할인이나 좌석 지원 등을 제공해 여행사와 고통분담을 하기 마련입니다. 항공사와 여행사는 상호 윈-윈을 추구하는 동반자적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카타르항공
김 연 과장

“고객의 입장에서 상황 판단”

항공사의 편의만 생각하기 보다는 고객입장에서 상황을 판단해보면 쉽게 배려할 수 있습니다. 비록 담당 직원 입장에서는 업무량이 늘고 일이 복잡해질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고객이 다시 찾게 되는 좋은 계기로 작용합니다.
지난해 환율이 하루하루 급변했던 적이 있습니다. 항공사 입장에서야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고객에게는 단 몇 만원도 큰 액수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환율(BSR)이 오를 것 같으면 고객에게 서둘러서 구입해달라고 연락했고, 반대로 환율이 하락할 것 같으면 구입기간을 연장해주는 식으로 배려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베트남항공
이창훈 차장

“여행사 곤란한 상황 구제”

항공사 세일즈 입장에서 배려를 해 줄 수 있는 부분은 대부분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여행사 직원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업무를 진행하다보면 여러 가지 곤란한 상황들이 발생하기 마련인데요, 선납보증금(디포짓)이 걸린 좌석에 대해서 웨이버(면제)를 해준 사례에서부터, 그야말로 ‘뜨거운’ 날 실수로 좌석을 날려버린 여행사에게 다시 자리를 만들어 준 일 등 다양합니다. 어떤 여행사 카운터 직원은 항공권 예약발권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러 그로 인한 피해액을 자신이 물어야 할 상황에 처하기도 했는데 구제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항공사 입장에서 가능한 배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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