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여행업계의 재편을 이야기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법석을 떨기 이전에 내부부터 돌아봐야 할 때다. ‘보이는 위기’보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여행사들이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져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내부가 곪아있다는 사실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급여삭감의 과정을 거치며 회사 내에서 대화가 점차 실종되고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내에서 원활할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대안은 없는지 알아봤다. 또한 피치 못해 급여삭감, 감원을 해야 할 경우 노사가 노동법에 근거해 원만히 진행할 수 있는 방법들도 알아봤다. 결론은 같았다. 위기를 대비하는 과정도, 위기를 맞았을 때 헤쳐가는 과정도 ‘충분한 대화’라는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편집자 주>

-소통 없는 사내 문화 ‘최대의 적’
-근로계약서부터 노동법 숙지 필수

10여 년 전, 일본의 한 대기업 CEO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뇌리 속에 각인돼 있다. 당시 일본은 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한국 못지않은 경기침체를 겪었는데, 인수합병으로 대부분의 직원을 해고할 운명에 처한 그 CEO는 기자간담회에서 “회사가 이렇게 된 것은 경영진의 책임입니다. 불쌍한 직원들을 받아주십시오”라며 처절하게 흐느끼며 말했다. 당시 TV를 본 많은 한국인들이 감명을 받은 것은 그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가을부터 여행사들은 ‘제 2의 IMF’를 맞았고 실제로 당시 못지않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을 쳤고 반발심도 터져 나왔다. 경영진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유다. 물론 각 여행사 경영진들은 고육지책으로 급여 삭감, 무급휴직, 감원 등의 카드를 꺼냈을 것이다. 그러나 직원들이 제일 서운한 것은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충분한 해명의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위기 때일수록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필립 마이어(Philip Meyer)는 ‘기업 내부 커뮤니케이션’이란 책에서 “경영진과 간부진에 대한 신뢰성은 구조조정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다. 구조조정의 목표, 의미, 의의에 대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전달이 중요하고, 회사 내부에서 획득한 정보가 미디어의 정보와 일치돼야 하며 은폐된 커뮤니케이션은 사원들의 저항과 회사에 대한 거부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PR 업체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에서 기업 위기관리를 맡고 있는 장동기 차장은 “영세한 업체뿐 아니라 대기업 CEO조차도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홍보 담당자가 나서서라도 직원과의 대화의 채널이 끊이지 않도록 경영진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로그, 홍보용 말고 내부 결속용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도 많은 만큼 적극 활용할 필요도 있다. 이미 많은 여행사들이 인트라넷을 갖추고 있으며 블로그나 커뮤니티, 카페 등을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넘어선 ‘노사간 대화 채널로서의 블로그’가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들이 블로그를 활용해 경영진과 직원 간 막힘없는 의사소통과 충성심 향상에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여행업계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는 ‘급진적인’ 사례는 전무하다. 있다고 해도 ‘대외 홍보용’일 뿐 블로그의 본래적 기능인 ‘소통’은 찾아볼 수 없다. 블로그는 아니지만 비교적 개방적인 홈페이지를 운용하는 대표적인 업체는 여행박사(www.tourbaksa.com)다.

여행박사 홈페이지 한 켠에는 신창연 사장의 글을 모아놓은 게시판이 있고, 직원들의 커뮤니티 공간도 있는데 여기에는 회사가 겪고 있는 어려움, 퇴사자의 심정고백 등 타 여행사들이 공개하기를 꺼리는 내용조차 일반인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행박사 조영우 IT 본부장은 “사실 사내 블로그, 게시판 등은 고객들이 여행박사를 재미있고 믿음 가는 여행사로 볼 수 있게 하는 외부용 게시판”이라며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인트라넷에 익명 게시판을 운영하거나 익명 이메일을 보내 의견을 수렴하는 정도의 조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장 차장은 “홈페이지를 확장하는 수준이 아니라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블로그는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며 나아가 이 내용이 일반인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됐을 때 신뢰를 더욱 얻게 된다”며 “최근 IBM, DELL 등 거대기업의 CEO들도 M&A, 구조조정 등 회사 내 중요한 결정사항들을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혹 블로그에 회사의 부정적인 내용이 담겼을 때 일반인들이 오히려 그 회사를 더욱 신뢰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는 소규모 여행사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직원이 연달아 회사를 비방하는 글을 올린 예도 있으며, 이외에도 또 다른 포털 사이트 취업 정보 카페에는 여행사들의 연봉, 최근 동태 등이 여과 없이 게재돼 있기도 있다. 이와 관련해 장 차장은 “기업들이 홍보성 홈페이지나 기사 등으로 내부 문제를 감추려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며 “블로그, UCC 등 IT의 발전으로 일반인도 뉴스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된 이상 기업들이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시 충분한 대화 필수

기업들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구조조정을 할 때도 직원과의 충분한 대화가 전제돼야 한다. 지난 2003~2004년 본지에 ‘노동법 Q&A’ 칼럼을 진행했던 곽승훈 공인노무사는 “최근 젊은 직원들은 인터넷을 통해 능동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만큼 노동법적 권리를 잘 인식하고 행사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지만 오히려 경영자들이 무지한 경우가 많다”며 “인사관리에 있어서는 ‘사후 약방문’이 의미가 없는 만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순간부터 퇴직 시까지 모든 것을 문서화하고 양 측이 충분한 대화를 통해 노사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A여행사는 일부 직원의 급여를 10%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경영진이 팀장을 통해 팀원들에게 일방 ‘통보’했다는 사실이다. 이외에도 급여를 삭감하고 매출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여행사도 많다. 이 또한 회사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아 일부 여행사는 직원들의 반발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동법에 의하면 회사 측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급여삭감을 할 경우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무시했다면 노동법에 정면으로 위배 된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이 이 정도라면 영세한 중소 규모 업체들의 인사관리 시스템이 어느 정도로 취약한지 추정할 수 있다.
이처럼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여행업계에서 경영자나 근로자 모두가 꼭 알아야 할 노동법을 곽승훈 공인노무사의 도움을 얻어 문답식으로 정리해봤다.


■Interview

곽승훈 공인노무사

-구조조정 시 유의할 사항은.
구조조정은 시스템 구조조정과 인적 구조조정으로 나뉜다. 시스템 조정에는 급여삭감이 있는데 반드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근로자에게는 동의하지 않을 권리도 있는 것이다. 인적 조정은 경영상의 해고(정리해고)를 말한다. 이 경우 경영진은 근로자에게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진행했음을 보여야 한다.

-퇴직 근로자가 체불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할 경우 대응법은.
근로자는 퇴직한 다음날로부터 3년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퇴직 청구권을 갖게 된다. 자발적인 퇴사가 아닌 경우, 회사가 계속 운영되고 있다면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고 회사가 이를 거부할 시 노동부에 진정하면 된다. 회사가 폐업했다면, 임금 채권 보장법에 따라 밀린 임금은 최대 3개월, 퇴직금은 최대 3년 치를 정부에서 지급한다. 이 경우, 반드시 1년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최근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활용하는 업체가 많은데.
회사가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는 대가로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제도다. 한 명의 근로자 당 1년 중 180일까지 지원받을 수 있으며, 무급휴직은 정부가 월 20만원을 지급하고, 유급휴직은 회사 측이 근로자에 지급하기로 한 급여의 3분의 2를 지원한다. 휴직이 아닌 휴업도 있다. 휴업률 규모, 즉 직원 전체의 근무일수를 평균으로 했을 때 6.67% 이상이 쉬어야 하고 평균 임금의 70%가 근로자에게 지급된다. 이 중 3분의 2를 정부에서 지원하게 된다. 휴직과 휴업을 결합하는 방법도 있다. 유의할 점은 고용지원센터에서 회사에 수시로 실사를 하는 만큼 휴직·휴업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회사에 나와 일을 하면 안 된다. 발각 시, 회사는 해당 근로자 분의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이외에 여행업계에 도움이 될 만한 지원제도는 없는지.
‘전직지원 장려금’이라는 것이 있다.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회사에서 이직하는 근로자가 직종을 전환해 재취업을 원할 경우, 이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제도다. 가령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여행사에 근무하는 근로자가 타 직종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할 경우, 정부가 학원비를 지원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사업주에게 소요비용의 전부를 1인당 300만원, 12개월 한도로 지원해준다.

-경영자와 근로자가 노동법을 함께 잘 지켜갈 수 있는 방법은.
근로계약서를 정확히 작성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많은 여행사들이 근로 계약서조차 없고, 있다 하더라도 부실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결국 노사 양측에 족쇄가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영자는 공인노무사 등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는 게 안전하며, 근로자는 근로조건, 계약기간 등을 정확히 확인하고 서명해야 한다. 02-717-31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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