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답자 3명 중 1명 음식 맛에 불만족
- 음식점 수익성 낮아…주차딱지 수북
- 투자 늘려 대형단체 전용식당 늘려야

“한국 음식 맛 없어요""

중국 인바운드 여행업은 그 ‘억'소리나는 인구만큼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하지만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관광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단체관광객들에게 한국은 '맛없는 대장금 나라'로 기억된다. 이들이 중국으로 돌아가 전하는 맛없는 한국의 기억은 입소문으로 퍼져 다른 관광객들의 재방문, 추천방문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중국인 단체관광객 방한여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숙박, 대중교통, 가이드 및 안내원, 관광지 매력도 등 7개의 한국 관광 평가항목 중 음식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3명 중 1명 꼴로 음식의 맛(36.7%)을 지적했고, 5명 중 1명은 비싼 가격(23.7%)에 대한 불만족을 표시했다. 일부는 적은 양(14.7%)을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중국 사람들이 기름지고 푸짐한 음식을 좋아하고, 우리 음식이 담백하고 소담한 탓만은 아니다. 2007년 한국관광공사의 외래관광객실태조사에서 중국관광객들은 해외 15개 국가 중 일본 음식에 대한 만족도를 1위로 꼽았다. 반면 한국은 15개 국가 중 음식의 양 면에서 15위, 종류 면에서 13위, 가격 면에서 12위, 음식의 질 면에서 10위를 차지해 한식의 경쟁력이 크게 뒤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해 10월 한식세계화 원년을 선포하고 2017년까지 세계 5대 요리 반열에 한식을 올리겠다고 단언하고 나섰지만 중국인, 특히 중국 단체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꿈처럼 보인다.

저가상품, 싼 게 비지떡

중국인 관광객 A씨는 대장금에서 봤던 보기만해도 맛깔스럽던 음식들을 기대하고 한국에 왔다. 하지만 4박5일 패키지 일정 내내 점심으로 그가 먹었던 것은 야채불고기 한가지. 그마저도 고기보다는 채소가 더 많은데다 양도 적어 금세 허기가 졌다. 식당마저 음침한 지하식당이라 불쾌감이 더했다.

대다수 여행사들은 음식 만족도가 낮은 가장 큰 이유로 ‘지상비 덤핑’을 꼽고 있다. 중국 인바운드 유치 전담 여행사가 지정돼 있음에도 업체마다 규모가 영세하다보니 모객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고, 경쟁에 이기기 위해 숙박비, 음식값을 최소화해 상품가를 낮추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인당 5만원 손실은 기본이지만 이를 쇼핑이나 선택관광으로 메우는 것이 이미 통례화 돼있다”며 “이 같은 저가 상품을 이용하는 이들이 전체 모객의 절반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4,500위엔(한화 20만원대) 이하의 저가 패키지 상품(4박5일 기준)을 이용하는 단체관광객들은 건물 지하의 ‘중국단체전용’의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다. 해당 시관광협회에서 지정하는 관광음식점도 아니고 내국인들도 잘 이용하지 않는 이들 업체는 점심, 저녁 시간에 중국인 관광객만 받는다. 박리다매를 내세워 한 끼당 4,000~5,000원 수준인 버섯 전골 등 기본 메뉴를 무한 리필 해주다 보니 음식의 맛과 서비스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업체들은 인건비를 줄이느라 종업원도 두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또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건물 지하로 내려간 업체들까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이드가 음식을 나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나마 이런 업체들도 서울 시내 30여 군데가 전부라 중국 관광객들은 제때 점심을 못하고 이르면 11시부터 먹고, 늦으면 3시까지 기다려야한다. 중국 명절이나 노동절처럼 최성수기에는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 앞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중국단체전용
대형식당 필요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단체 관광객은 하루에 평균 8000명 가량이 움직이는데 서울 시내 단체식당은 커봐야 200석 규모라 다 합해서 6000석 정도밖에 안 된다. 모두투어인터내셔널 장유재 사장은 “일본의 소형 단체는 일반음식점이나 관광음식점을 이용하기 쉽지만 중국 단체는 한 팀당 최소 20명이기 때문에 별도의 단체식당이 필요하다”며 “최소 1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대규모 중국관광객 전문 식당을 만들어 수용태세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정부의 지원도 절실히 요구된다. 여행사들은 우선 정부 주도로 한국 관광을 상징할 만한 대형 식당을 건립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운영 업체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 하나투어인터내셔날 마케팅팀 오정환 과장은 “식당과 함께 내국인을 위한 음식점, 쇼핑센터 등을 함께 운영하도록 해 수익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농림수산식품부와 한식 관련 학계, 모두투어인터내셔널 등 중국인바운드 관련 여행사는 용산역 부근의 웨딩홀을 리모델링 해 총 투자 규모 100억 이상, 1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대형음식점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현재 잠정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사, 직영음식점
설립 검토

단체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대형 버스의 주차도 문제다. 음식점들 대부분이 대형버스 주차 공간을 갖추지 못해 인근에 불법 주차를 하다가 딱지를 떼는 버스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법상 위반시 7만~10만원에 달하는 벌금은 고스란히 해당 음식점에서 부담해야 해 업주들의 피해가 큰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정부에 이 같은 관광버스의 주차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중상무중심 김혜옥 부장은 “시 정부나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에서 관광식당으로 등록된 업체의 경우 관광객 점심시간에 한해 벌금을 면제해 주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행사들 역시 나름대로 자구책을 찾고 있다. 하나투어의 경우 직영음식점을 운영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며 수도요리학원, 경희대학교 등 학계와 손을 잡고 한국요리 체험 상품 등을 구상하고 있다. 또 인·아웃바운드를 함께 운영하는 여행사의 경우 중국여행사와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송객에 대해 협력하는 ‘바터제’ 등을 통해 여행상품가를 정상화시키고 품질을 제고하는 방안들도 대안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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