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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로 뒤덮인 알프스와 건강하고 푸른 초지는 상상만으로도 눈이 부시다. 산을 타고 언덕을 지나 귓가로 들리는 알폰과 카우벨의 은은한 울림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치즈와 초콜릿은 또 어떤가. 꿈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여행의 로망 스위스. 스위스에 발을 디디면 상상은 현실이 되거나 상상 이상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스위스를 다녀온 후에도 스위스를 꿈꾼다.

스위스 글·사진=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스위스관광청 www.MySwitzerland.co.kr

★스위스 철도 이용하기
취리히에서 발레 드 쥬까지
취리히 반호프(Zurich Bahnhofquai)-이베르동(Yverdon)-코소나이(Cossonay)-르 다이(Le Day)-르 브라시스(Le Brassus)

스위스를 여행하다 보면 그들의 철도 시스템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스위스는 철도 네트워크 1km당 141개의 기차가 다닐 정도로 기차 밀집도가 높다. 아주 작은 시골 동네까지, 기차로 가지 못하는 곳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취리히에서 발레 드 쥬로 가는 길, 트램을 타고 취리히 반호프로 이동한 후 또 다시 세 번이나 열차를 갈아타야 했지만 초보 여행자도 헤매지 않고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스위스 철도 파이팅이다.

하나 더. 스위스 패스는 스위스 여정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 국철을 포함해 빙하 특급과 같은 인기 있는 민영 철도 등 대부분의 열차가 스위스 패스면 ‘패~스~’다. 37개 주요 도시에서 트램, 버스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4일, 8일, 15일, 22일, 1개월 패스가 있어 본인의 여정에 맞게 구입하면 된다.




■발레 드 쥬 Vallee de Joux┃

보주(Canton de Vaud)에 자리한 작은 마을, 발레 드 쥬. 유라 산맥을 사이에 두고 프랑스와 접한 이곳은 ‘와치 밸리(Watch Valley)’라는 별명을 지닐 정도로 이름 높은 시계 생산지다. 시계 마니아라면 모두 알 만한 ‘르 브라시스(Le Brassus)’나 ‘르 상티에(Le Sentier)’ 역시 발레 드 쥬에 속한 동네다. 하지만 발레 드 쥬는 아주 작은 동네다. 다운타운에서 쇼핑을 즐길 만한 곳으로는 슈퍼마켓 수준의 ‘코옵(Coop)’과 ‘미그로(Migros)’가 전부다. 주민들도 생필품 이외의 쇼핑은 큰 도시로 나가 해결한다. 작은 마을, 발레 드 쥬에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시계 때문에도 쇼핑 때문에도 아니다. 기차역 옆에 자리한 작은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목을 축인 여행자들은 하이킹이나 사이클링을 하러 초원으로, 산으로 향한다.

시간이 남는다면 ‘라끄 드 쥬(Lac de Joux) 보트 트립’에 나서도 좋을 것이다. 라끄 드 쥬는 마을 가운데에 커다랗게 자리한 호수. 보트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30분 가량 호수를 가로지른다. 카이트 보드(Kite Board)와 호숫가 잔디에 누워 한낮의 햇살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보트 트립 13CHF. 발레 드 쥬 관광청 +41 (0)21 845 17 77 www.myvalleedejoux.ch
>>Restaurant at Vallee de Joux

르 샤롯떼 Le Chalottet 초지로 둘러싸인 언덕 위에 자리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다. 초지에서 풀을 뜯는 젖소와 커다란 카우벨로 외관을 장식한 오두막집이 인상적이다. 레스토랑 안에도 카우벨이 가득하다. 저녁식사 시간이면 아코디언 연주가 시작돼 스위스 전원의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퐁듀를 비롯해 스위스 전통의 메뉴도 깔끔하다.
+41 (0)79 471 17 48, www.lechalottet.ch


■몽도 치즈 박물관
Vacherin Mon-d’Or Cheese Museum┃

발레 드 쥬의 건강한 초지는 소를 살찌우고 그 소는 신선한 우유를 생산한다. 유라 마운틴의 깊은 숲은 전나무를 생산해 치즈에 풍미를 더한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치즈를 만드는 작업 방식이 더해져 ‘몽도 치즈(Mon-d'Or Cheese)’가 탄생된다. 이러한 몽도 치즈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 AOC+를 획득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치즈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 오리지널임을 정부에서도 인정한 거다.

몽도 치즈는 보주의 발레 드 쥬와 유라 마운틴의 깊은 숲과 건강한 초지가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치즈다. 벌써 한 세기가 넘도록 크지 않은 규모로 로컬 치즈를 만들어 왔다. ‘몽도’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건 1981년부터. 지금은 현대화된 작업장에서 치즈가 생산된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건 몽도 치즈의 포장이다. 몽도 치즈는 유라 마운틴에서 자란 전나무의 껍질을 벗겨 치즈에 두른다. 치즈에 풍미를 더하기 위해서다. 전통적으로 내려온 이곳만의 기술로 전나무의 껍질을 얇게 벗겨내 말린 후 물에 넣어 형태를 만든다. 치즈 박스 또한 전나무로 만든다. 놀라운 점은 박스를 만드는 일이 이 지역의 산업으로 발전했다는 것. 크리스마스 트리를 몽도 치즈 박스로 장식하기도 한다.

몽도 치즈는 9월 말부터 4월까지 생산되는 시즈널 치즈다. 겨울, 치즈를 만들기에는 우유가 불충분해 전통적으로 그렇게 해 왔다고 한다. 치즈 둘레는 10~32cm, 무게는 400g에서 3kg에 이른다. 영상 자료는 물론 치즈 박스, 책, 모형,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에서는 몽도 치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41 (0)21 841 10 14 www.vacherin-montdor.ch

■유라 보두아 자연공원 Jura Vaudois Nature Park┃

유라 보두아 자연공원은 많은 여행자들이 발레 드 쥬를 찾는 이유다. 스위스의 국화인 에델바이스는 물론 카를리네 아카우리스, 캄파눌라 슈츠제리 등 다양한 야생화와 노루, 여우 등 각종 야생동물을 하이킹이나 사이클링을 즐기다가 만날 수 있다.
유라 보두아 자연공원에서 야생화와 야생동물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드넓은 초지다. 젖소들은 초지의 한 켠을 차지하고는 유유자적 한가로운 시간을 즐긴다. 딸랑딸랑, 카우벨 소리가 바람과 함께 퍼진다.

초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하이킹을 즐긴다. 일반 운동화를 신고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스라 마음이 가볍다. 길 위, 사이클링을 즐기는 이들이 간간히 눈에 띈다. 가끔은 길을 벗어나 초지 안으로 들어가도 좋다. 단, 지도나 가이드는 필수다. 여기저기 눈을 돌려도 초지가 이어져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다. 도시락을 챙겨 온다면 들뜬 소풍의 추억마저 되살릴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장소에 자리를 잡고 이리저리 눈을 돌리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언덕 라인을 따라 일부러 심은 듯 전나무가 울창하다.

유라 보두아는 정부에서 관리하고 주민들이 가꾸는 자연공원(Nature Park)이다. 생물학적 다양함을 소개하고, 농업과 낙농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건 물론 학생들에게 환경 교육을 하는 건 자연공원이 해야 할 일이다. 초지와 식물은 물론 이곳의 돌 한 덩어리도 보호의 대상이 된다. 옛 방식으로 복원 중인 이곳의 돌담은 좋은 예다. 옛날, 이곳 사람들은 재산을 분리하고 가축이 넘나들지 못하도록 돌로 울타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점차 편리한 방식의 울타리가 생겨 돌담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자연공원이 된 지금, 이곳에는 옛 방식의 돌담이 다시 생겨나고 있다. 250km의 돌담을 세우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스위스에는 기술자가 없어 포르투갈 기술자가 작업 중이다. 돌담뿐 아니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자연을 가꾸기 위해 샘도 개발하고 태양열 판도 설치했다. 모인 샘물은 초지나 샬레에 싸게 공급된다고 한다. 환경과 돈을 한꺼번에 챙기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이다.
+41 (0)22 366 51 70 www.parc-jurassien.ch

■라보 Lavaux┃

레만 호수가 바라보이는 언덕에는 농작물을 심고 싶어도 심지 못했다. 가파른 언덕 때문이었다. 800여 년 전, 이 땅을 계단식으로 조성해 수도사들이 포도를 심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난 2007년 6월, 이곳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라보의 탄생 비화다. 어렵사리 태어난 라보 포도밭은 지금은 그들의 자부심이 됐다. ‘가장 가파른 땅이 가장 좋은 와인을 만든’ 것이다.

라보는 ‘세 개의 태양이 있는 땅’으로도 불린다. 하늘의 태양, 호수에 비친 태양, 돌담에 비친 태양이 그것이다. 한낮, 레만 호수를 바라보며 비탈진 언덕에 형성된 돌담 길을 걸으면 ‘세 개의 태양’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라보의 와이너리에는 주로 ‘샤슬라(Chasselas)’라는 고유 품종이 자란다. 샤슬라는 스위스 와인의 85%를 차지하는 화이트 와인의 재료가 된다. 스위스 내에서 대부분 소비되는 스위스 와인은 구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선물용으로도 그만이다.

3월 말에서 10월 사이에 라보를 찾는다면 ‘라보 익스프레스(Lavaux Express, www.lavaux express.ch)’를 타고 여정에 나서는 것도 괜찮다. 이름과는 달리 속도는 특급에 미치지 못하지만 앙증맞은 기차를 타고 경치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라보 익스프레스는 두 가지 코스로 운행된다. 뤼트리(Lutry)역에서 출발해 아랑(Aran), 그랑보(Grandvaux)를 지나 뤼트리(Lutry)역으로 돌아오는 1시간 코스와 쿨리(Cully)역에서 출발해 리에(Riex), 에페세(Epesses), 데잘리(Dezaley)를 지나 다시 쿨리(Cully)역으로 돌아오는 1시간15분 코스다. 중간에 정차하는 곳에 내려서 와인셀러를 방문, 와인 테이스팅이나 구입이 가능하다.
몽트뢰-브베 관광청 montreuxriviera.com, 그랑보 도멩 보겔 와인셀러 www.domaine-vogel.ch

>>전통의 치즈를 맛보려면

유라 보두아 자연공원 내, 초지 한 켠에는 ‘그뤼에르(Gruyere Cheese) 치즈’를 생산하는 샬레가 자리했다. 이 샬레는 치즈를 만드는 드부아씨가 정부로부터 61년간 빌린 것이다. 그는 법에 따라 치즈를 생산하는 재료는 물론 만드는 방법까지 모두 스위스 전통을 따르고 있다. 우유는 기본. 치즈 보드와 치즈를 누르는 휠까지 그가 사용하는 모든 것이 이 지역 ‘출신’이다. 복장까지도 전통을 따르고 있다. 짧은 소매에 전체적으로 짧은 길이의 귀여운 셔츠는 팔로 온도를 재기 위해 전통적으로 입어 온 복장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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