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일 ts@travelstory.co.kr
(주)여행이야기 대표이사

2010년 경인년이 밝았다. 곳곳에서 전해지는 경기회복 조짐과 환율안정, 오랫동안 참아온 사람들의 외국여행에 대한 욕구 등을 생각해보면 침체됐던 한국 관광산업이 활기를 되찾는 것도 무리한 기대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안정된 환율은 외국여행객에게 한국 여행의 매력을 일정부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작년에 이루어낸 여행수지 흑자는 어떤 면에서는 환율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부분이 있다. 그리고 올해를 예측하기 어렵게 하는 것으로 항공권 판매와 관련된 제로컴 체계를 들 수 있다. 어렵게 도출해낸 TASF(취급수수료)가 어떻게 자리를 잡아가느냐 하는 것이 올해 업계의 상황을 이해하는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런데 TASF는 항공권에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닐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유무형의 정보는 항상 무료라고 생각한다. 상품 구매를 위한 정보 제공이야 당연히 상품가 안에 포함돼 있다고 하겠지만 여타의 콘텐츠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콘텐츠가 일정한 수준을 갖추기 위해 투자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여행과 관련된 서비스 역시 무료가 넘쳐나는 곳이 바로 한국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 명동에 가면 사람들이 움직이며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외국인에게는 큰 호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외국 관광객에게 좀더 편하게 여행을 도와준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며 통역가이드가 안내하지 않았던 부분을 보완하는 면이 있다. 또 한국 여행, 그 가운데에서도 명동 여행을 홍보하는 효과도 클 것이다. 그렇지만 이 프로그램은 맞춤형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며 그 자체를 운영함에도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 면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유료인 통역가이드가 시내여행의 패턴을 다양화하도록 유도하고 무료 정보는 명동의 여행정보센터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와 같은 서비스는 국내 관광객이 외국 여행에서는 누릴 수 없는 행복이다. 2박3일 정도, 여러 지역 답사라도 다녀오면 버스에 놓고 내린 수많은 지역소개 책과 지도가 수북하다. 버려지는 많은 자료를 보면서 거기에 들인 비용과 노력이 아까운 것은 물론, 정보 역시 귀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한 적이 많았다. 생각 같아서는 이러한 안내 자료는 100원을 받더라도 유료화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버려지는 것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정보를 귀하게 여기지 않을까?

그렇다고 시민이나 관광객이 여행과 관련된 정보를 모두 유료로 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원래 여행이라는 것이 목적지만큼이나 거기에 이르는 사회적 기관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그런 면에서 비용절감에 따른 인원감축인지는 몰라도 지하철 창구직원을 없애고 자동발매기로 대체한 것을 보면 약간 아쉬운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창구에서 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과 관련된 여러 가지를 물어보며 상담도 했기 때문이다. 지하철역 근처 지리에 대해 문의하는 것이나 시설 이용과 관련된 도움을 청하는 것, 경찰이 할 수 없는 치안에 대한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지하철역에서 표를 사기 위해 열심히 매뉴얼을 읽어가며 애를 쓰고 있는 외국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표를 사는 것 말고도 필요한 정보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보는 그 시설을 이용하는 이들만이 아닌 관광객에게도 필요한 것으로 무료로 제공돼야 할 것 같다.

이처럼 기관과 업체의 본분에 해당하는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와 정보제공이야말로 본질적인 여행인프라라고 할 것이다. 그 바탕 위에 여행객만을 위한 정보라면 아주 적은 비용이라도 유료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할 때 여행업 역시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의지를 갖게 될 것이며, 사회적 무료 정보를 넘기 위한 경쟁력도 갖게 될 것이다. 이것이 여행정보의 TASF쯤 될 것 같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