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일 ts@travelstory.co.kr
(주)여행이야기 대표이사

여행과 관련된 직업을 갖겠다고 생각하게 된 데는 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보통 사학과는 1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학술답사를 떠난다. 지역 혹은 주제를 잡아서 졸업하기 전까지 8회 안팎으로 전국을 둘러보게 된다.

그런데 80년대까지 사학과 답사는 ‘학(學)’보다는 ‘술’과 더 관련이 많았던 것 같다. 답사에 참여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때로는 교수님들도, 낮보다는 밤에 이루어지는 답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 답사를 준비하던 실무자는 일정짜기 보다는 쫓겨나지 않을 숙소를 섭외하고 신고를 받고 나온 경찰을 잘 응대하는 일이 중요하곤 했다. 그러던 답사가 90년대 들어오면서 조금씩 현장에 대한 내용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역사, 민속, 미술사 관련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답사를 하기 시작했다. 학계 밖에서 ‘문화유산 답사기’가 등장하면서 소위 전공자들에게 압력이 가해지게 되자 변화의 속도는 조금 더 빨라진 것 같다.

그렇게 답사를 준비하면서 우리나라에 대해서 너무 몰랐다는 미안함과 함께 새로 알게 된 여러 가지 사실은 놀라움이었으며 때로는 감동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우리가 느낀 것이 이렇다면 다른 사람 또는 외국인에게 소개할 때 충분히 상품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여행사 창업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답사와 여행상품을 연결하는 것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을 요구했으며 형식의 변화도 필요했다. 당시 역사기행이 붐을 이루었지만 실상은 동호회 수준이었다. 1주일에 한 번, 주말만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제약이 컸으며 고객층도 넓지 않았다.

그래서 고개를 돌린 것이 교육여행, 곧 수학여행이었다. 수학여행에서 목적지로 삼는 곳이 대부분 역사와 관련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역사기행의 중요한 수요처라고 생각한 것이다. 학교 행사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나름대로 규모를 갖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수학여행 역시 강사와 관련된 비용을 학교 측에서 추가로 부담할 의사가 있느냐 하는 점에서 점차 어려움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야했다. 대신 형식과 내용 모두 성과를 최대한 올릴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교과서 교육과정과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역사기행을 또 한 번 살려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처럼 역사를 주제로 삼아 여행을 떠난다는 대전제는 변함이 없지만 구체적인 적용 방법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역사라는 테마를 놓지 않는 대신 형식은 계속 변화를 해왔으며 또한 다양한 고객층을 찾아왔다. 이제는 우리를 말할 때 ‘역사’를 떠올리는 고객이 있다. 그럭저럭 역사 전문여행사라고 얘기하기에 큰 부끄러움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전문여행사라고 하는 존재는 자신이 설정한 핵심능력, 핵심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 핵심 밖 다른 부분에서는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핵심가치를 지키는 일만큼 중요한 것이 다양성의 확보일 것이다. 이렇게 확보된 다양성은 다시 전문영역이 든든하게 자리를 잡도록 할 것이다.

우리도 역사를 잘 알기 위해 다른 분야, 예를 들면 예술, 과학, 환경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또 여행을 떠나는 형식도 답사처럼 둘러보는 것만이 아닌 참여하고, 느끼며, 만들어가는 공간을 제공해야 할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분위기도 중요할 것이다.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새 구성원이 더해지더라도 회사가 추구하는 본질이 바뀌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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