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일 ts@travelstory.co.kr
(주)여행이야기 대표이사

일년에 몇 번, 한국학을 전공하는 외국인들과 답사를 같이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몇 년째 해왔던 일인데도 늘 어려움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 어렵다. 한국에 오랫동안 산 사람들이라면 나름대로 역사와 문화의 배경을 이해하고 있으므로 직접 보이는 무언가에 대한 얘기만 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학 전공자라고 하지만 짧은 기간 안에 유적과 유물이 갖고 있는 가치를 쉽게 이해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처음부터 한국학을 전공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다. 지금까지 한국학 연구자 가운데는 중국이나 일본을 공부하다보니 한국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동일한 범주에 속하는 유적과 유물을 비교해서 보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경복궁을 보면 자금성을 떠올릴 것이며 수원 화성을 보고 서안의 한대 성벽이나 만리장성을 생각할 것이다.

이건 한국학 전공자만이 아닌 한국을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크고, 화려한 문화재가 드문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어떻게 그들에게 한국을 바르게 알리고 때론 감동을 줄 수 있느냐 고민해봤던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접근 방법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우리 것이 좋음을 강조해서 얘기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 것이 좋지 않을 리 없지만 그걸 외국의 무엇과 비교해도 낫다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화성을 설명하며 만리장성의 불필요함과 그걸 쌓는데 들인 희생이 컸음을 얘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두 번째는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다. 경복궁이 자금성에 비해서 작은 건 사실이고 또 조선 왕릉이나 신라의 고분이 중국이나 일본의 그것에 견주어 작다고 인정하는 설명 방식이다. 세 번째는 있는 그대로를 설명하되 낫거나 부족해 보이는 것에 대해 여유를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은 점이 있다면 어떻게 그러할 수 있었으며 부족한 것이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얘기해준다.

여기서 어느 것이 바람직한 접근 방법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설명할 때는 참 어려운 부분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설명하고 나아가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은 상대방이 내 말을 신뢰하는 것에 바탕을 두며 거기에서 감동을 얻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또 역사나 문화재에는 우열이 있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한국을 자랑하기에 앞서 그들의 나라에 관심을 갖고 마음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난 다음에 한국의 역사, 문화의 현황과 특징이 어떠한지 일러주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다만 비교에 익숙한 광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약간의 준비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조선 초기, 우리 인구가 800만 명 정도일 때 명나라 인구는 1억 명 안팎이었다. 같은 규모의 궁궐이 있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할 것이다. 임금이 죽고서야 반년 안팎의 시간을 두고 만드는 조선 왕릉과 살아서부터 수십 년 동안 만든 중국의 능묘를 비교하는 것도 그렇다. 또한 ‘화성성역의궤’를 남겨놓은 화성의 기록 정신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같은 설명이 더해진다면 잘 몰랐던 한국에 대해 훨씬 따뜻한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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