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북유럽이라고 하면 ‘북’이라는 단어에 담긴 편견 때문에 왠지 우울하고 음울한 느낌을 상상했었고 노르웨이에서도 이 느낌은 여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은 베르겐(Bergen)에서 모두 깨졌다. 마치 명랑한 꼬마 아가씨를 대하는 듯한 활기찬 느낌이랄까. 이번 편에서는 역사와 전통, 활력과 생명이 숨쉬는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베르겐을 소개한다.

노르웨이 글·사진=김명상 기자 terry@
취재협조=스칸디나비아관광청 02-777-5943

■명랑한 아가씨처럼 활기찬 도시 - 베르겐

12~13세기 노르웨이의 수도였던 베르겐(Bergen)은 노르웨이 제2의 도시로 오슬로에서 약 400km 떨어진 도시이며 인구는 약 25만명 정도다. 7명의 소녀들로 불리는 크고 작은 산과 피오르드에 둘러싸여 있으며 다채로운 색상의 옛 건축물이 이색적이다. 원래 중세시대 무역의 중심지로 북유럽의 주요 경제 도시이자 노르웨이 최대의 도시였으나 크리스티아나(오슬로의 옛 이름)의 발전과 대화재 등을 겪으면서 최대라는 타이틀은 내줬다. 하지만 베르겐은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시원하고 상쾌한 기운이 더하며 멕시코 만류의 영향으로 겨울철에도 따뜻해서 추운 것을 싫어하는 이에게도 외출이 편하다. 베르겐 사람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너무 사랑해서 스스로를 노르웨이인이 아닌 베르겐 사람이라고 부를 정도다.

■한자동맹 상인들의 숨결 - 브리겐

베르겐 항구 쪽으로 나가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브리겐(Bryggen)이 있는 곳과 반대편의 풍경이 좀 다르다. 원인은 1944년 발생했던 대화재 때문인데 당시 다이너마이트를 잔뜩 실었던 배가 폭발했고 바람의 방향에 따라 한 쪽의 피해가 대단히 컸다. 목재건물이 없고 비교적 오래지 않은 건물들이 있는 곳이 화재의 피해가 심했던 곳이라 할 수 있다.

다행히 브리겐은 지금까지 모습이 남아있어 14~15세기 건축물을 마주할 수 있도록 한다. 베르겐 옛 항구 쪽에 자리한 목조건물 수십 채가 바로 브리겐으로 1979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북유럽 목재 주택의 모습을 엿볼 수 있으며 유일한 독일 한자동맹의 해외사무소였던 이곳은 노르웨이어로 항구라는 뜻이다. 1360년 독일의 한자동맹 상인들이 이곳에 그들의 수출입 사무실을 설치한 이후 400년간 사용됐다.

항구로 들어오는 생선이나 곡물을 저장하는 창고로도 쓰였고 목조건물인 탓에 지금까지 몇 번의 화재사고로 소실될 위기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전통기술로 복원해왔다. 둘러보면 좁은 골목을 사이로 몇 층의 건물이 우뚝 솟아 다닥다닥 붙어있다. 한정된 땅을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는데 덕분에 한 곳에만 불이 나도 전체로 번질 것 같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라서 고개를 들면 왠지 한자 동맹 시절의 상인이 내게 좋은 물건이 있다며 큰 소리로 외칠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베르겐의 구석구석

그밖에도 근처의 항구 앞 어시장에 들러보면 색다른 풍경을 접할 수 있다. 현지인들의 떠들썩한 모습도 볼거리지만 신선한 연어나 새우 등 다양한 해산물을 구매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다.
베르겐에는 노르웨이의 작곡가 그리그(Edvard Hagerup Grieg)가 살던 집도 있다. ‘솔베이지의 노래’로 유명한 그가 여생을 보낸 곳이라 그런지 왠지 음악적인 분위기도 드는 듯했다.

브리겐 근처에서는 고풍스런 옛 성도 찾을 수 있다. 규모가 커서 어디서건 눈에 띄는 이 성은 하콘성(H똩onshallen)으로 1250년 경에 지어진 유서깊은 곳이다. 주변에는 대포나 높다란 성벽 등이 있어 군사 시설의 흔적을 보여주며 쇠락한 건물이지만 단단한 느낌이 마치 잘 단련된 운동선수를 떠올리게 했다.

베르겐 시내를 한 눈에 보려면 산 정상에 오르면 된다. 플뢰이반엔(Floibanen)은 베르겐의 상징 320m 높이의 플뢰이엔 산으로 가는 케이블카로 시가지와 항구, 거리, 공원 등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어 많은 관광객의 필수코스가 됐다. 정상에서는 기념품을 팔기도 하며 레스토랑, 연회장 등은 결혼이나 행사 등의 목적으로도 쓰이니 시기가 맞으면 현지인의 생활상도 엿볼 수 있다. 도시를 돌아보고 산에 올라 내려다보면 베르겐의 매력에 어느새 젖어들 것 이다.

■About Norway

항공 노르웨이는 현재 직항편이 없다. 관광의 관문 오슬로의 경우 핀란드 헬싱키에서 경유해 가야 한다. 핀에어(Finair)를 타면 인천-헬싱키가 약 9시간, 헬싱키-오슬로가 약 1시간30분 남짓 소요된다.

물가 노르웨이 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아무래도 물가를 꼽을 수 있다. 2010년 3월 기준 빅맥(BigMac)지수를 보면 노르웨이가 6.87달러, 스위스 6.16달러, 캐나다 4.06달러, 일본 3.54달러, 한국 3달러 수준이다. 실제로 중국 식당에서 볶음밥을 주문한 결과 109Nkr(한화 약 2만원)이었고 편의점 샌드위치 54Nkr(약 1만원), 감자칩 32Nkr(약 6,000원) 펍에서 마신 맥주 한 잔 56Nkr(약 1만원) 수준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1 노르웨이 크로네(NKr) = 188.01원(2010년 4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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