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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시골장터가 열리지만, 그 가운데도 도시,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곳은 정선 5일장이다. 어르신들이 직접 캐 온 산나물과 약초를 파는 시골이나 산골은 무수히 많아도, 정선 특유의 장터 이미지가 사람들의 마음 한 켠에 자리한다. 그것은 정선아리랑 가락일 수도 있고, 아우라지 강일 수도 있겠다.

글·사진 이지혜 기자 취재협조 코레일 www.korail.com, 코레일관광개발 www.korailtravel.com




■여름철 입맛 살리는 산나물이 그득그득

시골에서 장날은 특별하다. 온갖 재화와 볼거리가 풍성하다. ‘메밀 꽃 필 무렵’의 허생원과 같은 장돌뱅이는 드물어졌지만, 장마다 돌아다니며 공연을 선보이는 악사와 마술사들을 만날 수 있다. TV도 있고, 인터넷만 연결하면 동영상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왁자지껄한 장터에서 직접 만나는 현장감은 사뭇 다르다.

시골 어르신들은 날이 따스해지면 어김없이 산과 들에 가득한 나물을 바지런히 캐어 장터에 내다팔아 손주·손녀에게 새 운동화를 사 준다. 장에 나가면 꽈배기와 ‘고로케’와 같은 별미도 맛본다. 동네 시장에 가도, 마트에 가도 온통 중국산뿐인데다 그나마 한국산이라고 쓰여 있는 것도 믿을 수 없다는 어머니도 초여름이 다가오면 강원도 장터에 한번 다녀와야겠다고 말씀하신다.

정선 5일장은 강원도의 갖가지 약재와 나물이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곳 중 하나다. 외지인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정기적으로 장터열차도 운영되고 있으며, 인근 지역을 관광하는 프로그램도 선보여지고 있다.

정선 장터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황기와 더덕, 메밀이다. 곤드레, 취나물, 두릅, 각종 산나물 등도 인기 품목이다. 삼계탕과 백숙을 할 때 넣는 재료로 익숙한 황기는 몸이 허약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증상을 완화하는데 좋다. 만성피로와 이뇨작용 등을 도우며, 머리가 맑지 않고 어지러운 증상에도 쓰인다. 메밀은 흔히 봉평을 떠올리지만 정선 장터 어느 곳에서나 메밀전을 맛볼 수 있다. 막걸리 생각이 절로 나는 순간이다. 손쉽게 부침개를 해먹을 수 있는 메밀가루도 판매하는데, 또 다이어트에 효과가 좋다며 여인들의 마음을 유혹하는 문구도 눈길을 끈다.

정선 장터에서 꼭 먹어 보아야 할 별미로는 곤드레밥과 콧등치기국수, 올챙이국수, 배추부침개, 수수부꾸미, 메밀전병, 황기백숙 등을 꼽는다. 콧등치기국수나 올챙이국수는 도시인들의 입에 안 맞을 수도 있으니 여럿이라도 1인분씩만 시켜서 나눠 먹을 것을 추천한다. 곤드레밥은 점심 한 끼로 먹기에 가장 좋은 메뉴다. 반찬으로 나오는 산나물도 입맛을 돋우고, 간장과 비벼 먹으면 맛있다. 정선 장터에 수차례 방문한 지인에게 소개받은 식당은 정선골황기보쌈(033-563-8114~5)으로, ‘깔끔하고 반찬이 잘 나온다’는 것이 추천사였다. 종업원들도 친절하고, ‘시장에서 이것저것 먹어서 배부르다’고 했더니 정식을 강요하지 않고 곤드레밥(6,000원)과 더덕구이(1만원)을 추천해 준 점도 좋았다.

물건값이야 흥정하기 나름이겠지만, 정선 장터는 원산지에 대해 깐깐하기로 유명하다. 장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운데 허위로 표시한 것을 신고하면 바로 퇴출당한다. 또 가게에 따라 물건을 살 때 명함을 챙겼다가 택배로 신청할 수도 있고, 하자가 있는 물건으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군에서 돕는다.

■정선 5일장 관광열차

정선 5일장 관광열차는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장날과 토요일 주말장에 맞춰 운행한다. 정선 5일장은 끝자리가 2와 7로 끝나는 매월 2, 7, 12, 17, 22, 27일에 열린다. 토요열차는 산나물이 시장에 대거 나와 외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시기에 추가로 운영되는데, 올해는 여름철 7월24일부터 8월28일까지, 가을철 10월9일부터 11월6일까지다.

열차 운행 시간은 청량리역에서 7시30분에 출발해 밤 9시50분에 돌아온다. 정선역 도착 시간은 오전 11시58분이며, 서울로 돌아오는 열차 출발 시간은 저녁 5시47분으로 정선에서 약 6시간여 정도 체류할 수 있다. 정선역 외에 양평역(8시24분/ 21시08분), 원주역(9시10분/ 20시20분), 예미역(11시10분/ 18시45분), 민둥산역(11시32분/ 18시20분) 등에도 정차한다. 청량리 출발 기준 왕복 차표값은 성인 3만1,000원, 소인 2만9,000원이다.

코레일관광개발은 정선 5일장 관람 외에 이 지역의 관광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화암동굴 등을 방문하는 화암팔경(주말 4만9,000원), 대관령양떼목장(5만4,000원) 또는 아우라지(5만9,000원)를 방문하는 풍경열차, 레일바이크(5만6,000원), MTB코스(4만1,600원) 등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2010 정선아리랑극 ‘아리랑고개 너머’

정선군에서는 장터를 찾는 외지인들을 위해 지난 1998년부터 공연을 마련하고 있다. 공연에 참여하는 이들은 대부분 현지 주민들로 그들의 삶과 정서에 녹아 있는 정선아리랑 가락은 전문 배우 못지않게 감동적이다. 무료 공연이긴 하지만 또한 그래서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일 수 있는데도 매회 많은 이들이 극장을 찾는다. 공연을 본 이들의 입소문을 통해 호평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2010 정선아리랑극 ‘아리랑고개 너머’는 6·25 전후를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이다. 정선골에 사는 아리, 달이, 별이 세 자매가 있다. 이들은 일제 치하 시절에 아리는 고향에, 달이는 하와이에, 별이는 연해주로 헤어지게 된다. 각자의 고된 삶을 통해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세 자매는 한국전쟁 발발로 인해 이데올로기 대립까지 더해 결국 골육 상잔의 비극을 겪는다. 주요 테마곡 ‘정선아리랑’은 사람들의 화합을 꿈꾸는 노래다. “니잘났니 내잘났니 싸우지덜 말아라 하늘 아래 땅 아래 사람들의 조화일세~”

정선아리랑극은 정선문화예술회관(정선군청 옆 위치, 정선 장터에서 도보 5분 거리)에서 오후 4시30분부터 5시20분까지 공연된다. 공연 시간 30분 전에는 갖가지 아리랑을 맛깔나는 설명과 함께 들려준다. 공연이 끝난 후 기차역으로 이동하면 5시47분 기차를 넉넉히 탈 수 있다. 자유여행으로 방문한 이들이라도 여행프로그램에서 제공되는 버스를 입석으로 얻어 타면 된다. 이것이 바로 훈훈한 우리네 인심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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