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2010년도 한 해의 반이 지나버렸지만 특히 6월은 월드컵과 함께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 ‘원정16강’이란 미션과 ‘유쾌한 도전’이란 캐치프레이즈로 나섰던 23인 태극전사들의 선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응원과 환호를 보냈다.

월드컵은 규모나 중요도에 있어 누구나 인정하는 대회다. FIFA가 주최하는 월드컵은 200여 개국이 4년마다 참가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이벤트이다. 유엔에 가입한 나라보다 FIFA에 가입한 나라 수가 더 많다거나, 월드컵 중계권료가 올림픽의 2배가 넘는다 등의 얘기는 이젠 상식이다. 이런 초대형 행사에서 우리는 오직 16개 나라만 살아남는 과제를 통과했으니 실로 거대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위대한 성과를 놓고 꼭 따라 붙는 수식어가 있다. ‘첫 원정’ 16강이란 말이다. 누가 언제부터 이런 표현을 썼는지 모르겠으나 이미 아시아 지역예선에서부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목표를 ‘원정 16강’이라고 많은 언론에서 써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말을 뒤집어 찬찬히 생각해 보라. ‘첫 원정 16강’이란 표현 안에는 지난 2002년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2002년 월드컵의 4강을 부정하는 듯한 뉘앙스가 녹아 있다. 우리가 홈그라운드의 이점으로 달성한 것 같으니 그건 제외하고 타지에서도 16강을 이루겠다는 속뜻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이탈리아와 16강전에서 웬만한 축구팬이라면 이름도 외우는 에콰도르의 모레노 주심이 토티의 헐리우드 액션을 편파 판정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뒤 8강 스페인전까지도 외신이 전파한 홈어드벤테이지의 텃세로 4강까지는 갔다는 것을 수긍하는 꼴이 된다.

이것이 아니라면 첫 번째라는 타이틀을 붙여보고 싶어서일까? 홈에서는 이미 해봤으니, 무엇이 최초일까를 고민하다가 외국 ‘원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그럴 듯해 보일까? 궁색하다. 이런 식으로 포장하면 세상에 1위가 안되고, 최초가 아닌 것이 어디 있는가?

당당히 ‘두 번째 16강 진출’이라고 말해야 한다. 오히려 우리는 월드컵에서 두 번씩이라 16강에 오른 팀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고 원칙적이지 않은가? 그게 홈이든 원정이든 우리가 당당하면 개최 장소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발전적인 성과를 계속 이뤄낼 때 우리의 월드컵 역사도 그 안에 살아있게 되고 한국 축구의 전통이 되는 것이다.

여행업계도 3년 만에 찾아온 시장회복으로 2007년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데 부익부빈익빈의 편중이 심화되어 한쪽에서만 그 과실을 따간다는 불평이 들려온다. 게다가 SNS, 모바일, 온라인 실시간 등 IT 기반의 정보 유통 방식의 혁신으로 관리해야 할 마케팅 채널이 늘어나고 있다. 항공은 직판시장으로 바뀌고 있고, 호텔예약 분야는 외국 대형사들의 공세가 전방위적이다. 과실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따갈 수 없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월드컵 16강이 ‘유쾌한 도전’과 같은 발상의 전환으로 성공했다. 원정 첫 16강 같은 변칙적인 수식어 대신 우리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유연하고 정직하게 도전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여행업의 유쾌한 도전은 누구의 몫이 될지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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