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겸 tourlab@jnu.ac.kr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투자유치를 통해 관광단지를 개발, 전국 최고의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키겠다’ 5기 지방자치가 출범했다. 새로 취임한 시장·군수의 지역발전 포부를 밝히는 인터뷰 기사를 보면 관광개발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대단하다. 포부처럼 되기를 바라지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그동안 민선 4기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지역관광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나 부산국제영화제처럼 경쟁력을 갖춘 축제도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관광은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에 치우쳐 있으며, 차별화된 상품으로 변화된 관광객의 눈높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 관광산업은 여전히 영세하고 취약하기만 하다.

최근 성남시의 황당한 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을 계기로 지자체들의 방만한 돈 씀씀이가 관심을 끌고 있다. 탄광도시였던 일본 유바리(夕張)시는 석탄 경기가 내려앉으면서 관광·휴양지로 변신하고자 유원지, 박물관, 호텔, 스키장을 지어댔다. 자금이 바닥나고 부채가 산더미처럼 늘어났지만 분식회계로 버텼다. 결국 2006년 7월 재정파탄을 선언했다. 무리한 관광개발이 화근이었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전남 지역에 개발 중인 어느 관광단지는 부지만 닦아 놓고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는 엄청난 규모의 골프장과 관광단지 개발을 또 다시 추진 중이다. 관광객의 취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시설과 인프라는 보편화되고 시장엔 상품이 넘쳐난다. 과거 방식으로 관광단지를 개발하려면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이 지역의 미래를 위해 돕는 일이다.

민선 5기는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보다 실질적이고 성숙한 지역관광 발전을 이뤄야 한다. 지역의 고유한 자연생태 및 문화역사자원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창조적인 환경을 정비하고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여기와 저기가 똑같고, 어제와 오늘이 변화가 없다면 관광객이 찾을 이유가 없다.

자원과 인프라 중심의 개발에서 시장과 가치 중심의 관광개발로 변신해야 한다.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어느 지역이나 만들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주목하고 이를 구체화시켜야 한다. 과거 방식의 관광개발에서 과감히 탈피해 창의적이고 문화적인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사람 중심의 개발이 필요하다.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관광(community tourism)을 추진하기를 민선 5기에 당부한다. 특별히 관광용으로 관광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공간, 마을과 도시가 곧 관광지가 되도록 가꿔야 한다. 최고의 여행지는 그 지역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다. 지역산업에 관광을 덧붙여 지역사회 비즈니스를 일으키면 지역경제도 활성화된다. 관광은 산업이며, 비즈니스다. 인프라 개발도 중요하지만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우선이다.

인구는 줄고 재정력은 빈약한 게 지자체의 현실이다. 무리하게 테마파크와 관광단지를 외치지 말고 작지만 특색 있는 건물과 문화, 그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가 관광객을 불러들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관광객이 다시 찾는 지역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떠나는 지역을 만들 것인가는 주민과 리더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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