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우리에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호환마마가 아니다. 대통령이나 검찰과 경찰 같은 권력기관도 아니다. 제일 무서운 것은 오직 하나, 고객이다.
여행사에게 고객은 3D와 같다. 어렵고, 위험하고, 때로는 더럽기(Dirty)까지도(?) 하다. 게다가 요즘 손님들은 인터넷, 스마트폰, 동호회 네트워크 등을 통해 너무나 많은 정보를 알고 있어 똑똑하다. 고백해야 할 것은 고객이 우리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번은 이런 문의가 있었다. 결혼 20주년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싱가포르로 여행을 간단다. 더우니까 수영장이 반드시 있는 호텔이어야 한다면서 했던 질문은 ‘아이들이 물놀이를 해야 하는데, 튜브나 구명조끼 등을 호텔에서 제공하는지 알고 싶다. 그게 유료이냐 무료이냐? 우리 아이들이 키가 크지 않은데 수영장이 깊으면 안된다. 수심이 몇 미터인지 알려달라.’ 이런 요청을 듣는 순간 내 머리 속은 얽힌 실타래처럼 돼버렸다. 어려운 고객이다.

지난해 연말 전직원 송년회를 하는 날 필자는 3차에 겨우 맞춰 갈 수 있었다. 그때까지 연말에 필리핀 마닐라 샹그릴라 호텔을 예약한 손님의 공세(?)를 막고 있었다. 윗사람 바꾸라고 해서 넘겨받았는데 이 고객은 싱글룸과 더블룸을 본인이 잘못 예약했다. 고객센터에서 먼저 이 사실을 알고 안내를 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사이에 더블룸이 ‘확정(available)’에서 ‘대기(on request)’로 실시간으로 바뀌어버렸다. 연말이어서 객실이 다시 그 요금에 ‘확정’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희박했다. 이때부터 손님의 공세가 시작했다. 우리 가족 여행이 너희 때문에 다 망치게 생겼으니까 물어내라는 것이었다. 사실 손님이 현지에서 겪을 곤란을 미리 알린 것이어서 칭찬을 받아야하는 상황인데 고객은 정반대로 이해하고 우리를 몰아부쳤다. 공격의 압권은 이것이다. “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아느냐? 검사다. 너희들 검사 맛 한번 볼래?” 위험한 고객이다.

호텔자바 서비스를 시작하고 2달 정도 지난 어느 토요일,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떴다. 게시판에 남긴 예약고객의 글이 날아온 것이다. 예약 기록을 확인했더니 지금 현지 호텔에 있어야할 고객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했더니 수화기 너머로 다짜고짜 쌍시옷이 들어간 욕지거리가 들려왔다. 이 고객은 이날 호텔 투숙을 거부당했다. 당장 돈 물어내라는 것이었고, 한국 가서 두고 보자는 것이었다. 30분 동안 휴대폰으로 들은 욕의 양은 내가 살아오면서 들은 것보다 많았다. 이 통화는 한동안 나를 정신적 장애에 시달리게 했다. 더러운 고객이었다. (호텔에 확인한 결과, 호텔 직원의 실수였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3D 고객은 우리에게 때때로 기쁨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당하고 나면 ‘뭐 이런 인간들이 다 있지?’라며 직업에 대한 회의까지 들지만, 이들도 사람은 사람이다. 자기가 지불한 만큼 서비스를 받지 못해서 막무가내로 요구하고 퍼붓기는 했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모르지는 않는다. 아빠 검사한테 이르겠다고 윽박질렀던 그 아줌마는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송년회 때 1, 2차를 못한 대가가 지금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