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주인인 회사, 직원이 VIP인 회사. 많은 기업들이 표방하고 있는 사내 복지 슬로건이다. 서비스업인 여행사는 직원들의 직무 만족도가 고객 응대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지난 7월 여행신문 창간호 특집에서 나타난 여행업 종사자들의 직무 만족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여행박사라는 여행사가 업계 내에서 끊임없이 ‘이단아’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독특한 사내문화와 가족적인 분위기, 사장에 대한 직원들의 높은 신뢰, 자부심과 만족도….
과연 여행박사의 이런 결집력은 어디서 왔을까? 얼핏 감정에 기반한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조직문화가 숨어있었다. 많은 여행사에서 벤치마킹하고 싶어하는 여행박사 조직문화의 주요 특징을 살펴봤다.<편집자주>

■여박식 직원 민주주의 TF팀제

여행박사(여박)에서는 직원들 스스로가 출퇴근 시간과 야근 수당, 출장비와 상벌점 등 사내 규정을 정한다. 사장은 직원들끼리 제안하고 의결한 규정에 대해 ‘도장’을 찍어주는 역할만 한다. 이런 여박식 직원 자치 의결기구가 바로 TF(Task Force)팀이다. 직원들은 누구나 사내 게시판에 회사 운영과 관련된 제안을 올릴 수 있는데 이 안건들을 모아 보통 2주에 한번씩 TF팀 회의를 연다. 일종의 학급회의와 비슷한 모습. 하지만 팀원 자체가 없고 의장은 매번 안건을 올린 사람 중 무작위로 선정되며, 그가 안건과 일시를 공지해 비상시적으로 소집한다는 점이 다르다. 평사원도 의장이 돼서 주도적으로 회사 일에 참여할 수 있는 반면 회의에 참가하지 않는 경우 임원진이라도 결과에 토를 달지 않는 것이 규칙이다. 서울에서 통과된 안건은 부산에도 같은 절차를 거친다.

요즘 여박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 거리는 ‘팀장 직선제’다. 직원 간 투표를 통해 리더를 선출하는 것으로 과연 직선제가 합당한지, 인기투표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팀 단위 투표로 할 것인지, 전직원 투표로 할 것인지 등 당위성과 방식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지난주 화요일에는 직원 트위터(하나의 아이디를 전 직원이 공유)를 오픈했는데 익명게시판 성격의 트위터에는 하루만에 직선제 관련글이 150개 이상 올라오기도 했다. 여행박사 관계자는 “직원 손에 회사를 맡기면 무개념한 복지 등을 요구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회사 살림에 직접 참여하면서 내 회사라는 생각이 강해지므로 직원들 스스로도 현실성을 고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TF회의에 참여하는 인원은 평균 15~20명으로 서울 본사 전체 직원이 100명인데 비하면 많은 수는 아니지만 참여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번 돈은 죄다 돌려준다
비율포인트제

여행박사는 직원들이 번 돈을 인센티브로 배분하고 남은 수익은 다시 직원들이 쌓은 포인트에 따라 나눠준다. 직원 포인트는 회사 생활과 직결된다. TF팀 회의에 참여하면 직원포인트 5,000점이, 출근 시간만 지켜도 1,000점, 이달의 베스트 직원으로 뽑히면 10만점이다. 주말 행사에 동원된 경우도 무료 봉사가 아니라 업무의 난이도에 따라 포인트를 받는다. 반면 정산을 늦게 처리하면 -1,000점, 건물 내에서(베란다도 금지) 담배를 피우면 -5,000 등 벌점도 있다. 처음에는 팀마다 포인트 규정이 달랐지만 최근에는 이를 전직원으로 통일했다.

직원포인트는 연말에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회원포인트로 바뀐다. 하지만 직원포인트와 회원포인트 비율을 1:1로 할 경우 직원포인트가 수익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에 ‘안전방지턱’을 마련했다. 연말 인센티브를 배분한 후 남은 수익을 포인트 점수에 따라 백분율하는 것. 예를 들어 최종적으로 남은 수익이 100만원이고, 직원들이 쌓은 전체 포인트가 100만점이라면 1점은 1원이 되지만, 전체 포인트가 100점이라면 1점은 1만원이 되고, 전체 포인트가 1,000만점이라면 1점은 0.1원이 되는 것이다. 여행박사 측은 “실적 위주로 수익을 나눠주는 인센티브제를 보완하기 위해 실적 이외 업무 태도와 성실성을 평가, 보상하는 포인트제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포인트 규정은 TF팀에서 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행박사는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등산모임을 갖고 참석하는 직원들에 참가비를 지급하고 있다. 첫달은 1만원, 두달 연속은 2만원, 3달 연속은 3만원 등 계속 늘어나고 중간에 결석하면 재참가시 1만원부터 다시 시작한다. 현금은 산에서 즉시 지급된다.

■1년 인센티브만 천만원
개인별 연봉옵션제

급여제 역시 특이하다. 기본적으로 팀별 성과금과 개인별 성과금 두 가지가 있고, 직원들은 이중 결과적으로 더 유리한 쪽을 선택해 성과금을 받을 수 있다. 개인별 연봉, 성과금 협상은 신창연 사장이 직접 80명에 달하는 영업팀 직원들과 일일이 진행한다. 여행박사 전직원 중에서 개인수익이 가장 높은 J과장은 2008년 2억4,000만원의 수익을 달성해 자가용을 성과금으로 받았고, 지난 2009년에는 2억의 수익을 달성해 500만원의 현금을 받고, 연봉도 500만원 올릴 수 있었다. 연봉 계약시 이미 합의된 조건이었다. J과장은 올해 목표로 제시한 3억을 이미 달성했다. 여행박사에는 1인당 연간 수익이 1억 이상인 직원이 20명, 2억 이상인 직원이 4~5명 가량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초봉이 낮은 것도 아니다. 여행박사 신입 초봉은 오히려 일반패키지 여행사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며, 목표수익 미달성시는 기본 연봉만 가져간다.

한 여행박사 직원은 “외부에서 여행박사는 독특하다 못해 이상한 회사라는 오해를 많이 받는데 열심히 할수록 보상받는 것일뿐”이라며 “사실 여행사라서가 아니라 일반 기업과 비교해도 독특한 조직 문화라 외부에서 들어와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외부로 나가서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여박 TF팀이 만든 사내 복지 규정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여박 TF팀이 만든 성과는 주로 복지에 관련된 부분이다. 이는 직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사내복지임을 반영한다.

1. 도서구입비
경영서에서 소설, 만화책까지 장르에 상관없이 도서를 구입한 후 사내 서가에 공유한다. TF팀에서는 남용될 소지가 있다고 봐서 읽은 후 사내 도서게시판에 간단한 평을 남기고 영수증을 제출하도록 조건도 만들었다.
2.택시비·주유비
야근 시 택시비는 실비 이내에 정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자가용을 가진 직원들의 반론이 있자, 1만원 한도(서울에서 인천까지의 대략적인 주유비를 고려)까지 주유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3. 학자금, 학원비
대학 등록 시 학비 전액을 지원하되 반드시 1년 이상 수료해야한다. 성적 등은 상관하지 않는다. 학원의 경우 교육 후 여러 가지 방면으로 테스트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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