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eymoon In Sydney
1. 시드니 도심 낯설게 보기
2. 시드니 외곽을 즐기는 방법



시드니, 풍경의 안쪽을 만나다

‘허니문은 곧 휴양’이라는 고정관념이 점점 엷어지고 있다. 젊은 예비부부들을 중심으로 안락하지만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리조트 허니문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거리가 있는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호주 시드니야말로 역동적인 허니문을 원하는 이들에게 준수한 대안이 될 만하다. 세련된 시티 라이프, 이색적인 현지 투어 프로그램, 풍요로운 자연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페달을 돌려 만나는 시드니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시드니에 다녀왔다고 하면 열의 아홉은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의 안부를 물어본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는 길게 부연할 필요가 없는 시드니, 아니 호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이니 즉각적 반응의 맨 앞줄에 이들이 자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시드니는 자신의 매력을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에게만 온전히 기대지 않는다. 바꿔 말하자면, 이 두 곳을 제외하더라도 시드니 안팎에는 우리의 시선과 발걸음을 요구하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무궁하고 무진하다.

바이크 투어와 워킹 펍 투어는 가보지 않았어도 가본 것처럼 익숙한 도시 시드니를 낯설게 보여준다. 수학 공식처럼 딱딱하게 굳어진 기존의 시티 투어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시드니의 안쪽을 구석구석 살피며 그동안 미처 몰랐거나 혹은 무심코 스쳐 지나간 도시의 색다른 면모를 살뜰하게 짚어준다. 바이크 투어는 말 그대로 자전거의 두 페달을 씩씩하게 굴려가며 도심 속을 거침없이 마구 오가거나 이리저리 다니는 여행법이다. 바이크 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통하면 코스와 소요 시간이 서로 다른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노련한 가이드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인도하기 때문에 길을 잘못 들거나 우왕좌왕할 염려가 조금도 없다. 투어 포인트를 한 땀 한 땀 짚어나가는 것도 좋지만 목적지까지 이어지는 거리의 풍경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동행하는 투어 가이드는 안내 책자에 나와 있는 죽은 지식이 아니라 현지의 생생한 정보를 꼼꼼하게 들려준다. 가이드 투어가 마뜩찮은 사람은 자전거를 대여해 자신만의 호흡과 의지대로 도시의 이곳저곳을 누비면 된다.

해링턴 거리에 위치한 본자 바이크 투어(Bonza Bike Tours) 역시 다양한 자전거 여행 상품을 선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시드니 클래식 투어. 오페라하우스, 시드니 하버, 하버 브리지, 달링 하버, 로열 보태닉 가든, 하이드 파크, 차이나타운, 시드니 타워, 국회의사당, 퀸 빅토리아 빌딩, 컨템퍼러리 아트 뮤지엄,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미술관 등의 명소들을 빠짐없이 둘러보기 때문에 시드니 초행자에게 권할 만하다. 중간에 펍에 들러 짧은 휴식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3시간30분에서 4시간에 이르는 소요 시간이 약간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코스가 짧아 2시간~2시간30분 정도 소요되는 시드니 하이라이트 투어에 참여하면 된다. 페리에 자전거를 싣고 시드니 최고의 해변인 맨리 비치를 다녀오는 프로그램도 호응이 좋다.



■시드니의 발상지에서 마시는 맥주

맥주와 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시드니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인 록스(Rocks)에서 진행되는 야간 펍 투어가 제격이다. 그 옛날 호주 원주민인 카디갈 부족이 거주하던 록스는 1788년 아서 필립 선장의 지휘 아래 죄수를 태운 배들이 처음으로 닻을 내린 곳이다. 시드니의 발상지이자 초기 이민자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지역이다. 일대에 바위가 많아 록스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19세기 들어 시드니가 항구도시로 번성하자 록스에도 선술집과 상점, 은행 등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결국 오늘날과 같은 상업 지역으로 모습을 달리하기에 이르렀다. 지금도 록스 일대에는 고풍스러운 상점과 아기자기한 노천카페들이 즐비하다. 나이를 지긋하게 먹은 건물들 사이에는 규모는 작지만 내용이 알찬 갤러리들도 담상담상 자리하고 있다.

나이트 펍 투어에 참여하면 1915년에 문을 연 호주 최초의 아이리시 펍을 비롯해 제가끔 개성적인 맥줏집 세 곳을 순례하며 호주산 맥주의 풍미를 즐기게 된다.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맥주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드니는 호주에서도 펍 문화가 가장 발달한 곳이다. 실질적인 주말의 시작인 금요일 저녁, 펍이 아닌 집에 들어앉아 있으면 묘한 눈초리를 받을 정도라고 한다. 인기 있는 펍의 경우 이른 저녁부터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가 없는데, 시원한 맥주 한 잔이면 옆자리의 낯선 이방인과도 금방 말문을 트게 된다. 맥줏집을 찾아가는 도중 록스의 골목골목을 훑으며 시드니의 옛이야기를 듣는 것 또한 맥주 맛에 더해지는 별스런 즐거움이다.

밤이 아닌 주말에, 그것도 낮에 록스를 찾았다면 록스 마켓으로 발걸음을 놓아야 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여는 이 벼룩시장에는 무려 200여 개의 노점상들이 자리를 틀고 있다. 애보리진 특유의 문양이 새겨진 부메랑에서부터 유칼립투스 오일에 이르기까지 수 백, 수 천 가지의 물품들이 쇼핑 본능을 자극한다. 물건을 앞에 두고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벌이는 흥정은 전 세계 시장의 공통언어다. 시장에서는 당연히 먹을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달달한 맛의 수제 초콜릿과 쪄낸 옥수수에 버터와 소금, 후추를 발라 파는 콘토피아가 사람들의 손이 가장 자주 가는 메뉴들이다.




호주 시드니 글·사진=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호주정부관광청 www.australia.com,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관광청 www.sydney.com

★Travel info
바이크 투어는 본자 바이크 투어(www.bonzabiketours.com), 록스의 워킹 펍 투어는 시드니 어번 어드벤처(www.sydneyurbanadventures.com)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시드니 쇼보트(www.sydneyshowboats.com.au)는 시드니의 밤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매일 저녁 7시 30분 시드니 하버에서 출발하는 ‘배 위의 레스토랑’ 시드니 쇼보트에 승선하면, 흥겨운 쇼와 3가지의 코스 요리가 준비된다. 달링 하버와 서큘러 키 지역의 야경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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