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실적 통계를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부터 완벽한 통계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고, 강제성이 없는 협회의 통계가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긴 하지만 이왕 문제가 드러난 참에 본격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이하 중앙회) 여행업본부는 KATA(한국일반여행업협회)와 지역협회를 아우르는 보다 완성도 있는 통계를 선보이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협회 통계의 현 주소와 개선책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여행업 대표할 수 있게 원점서 재검토 필요
-모호한 기준 개선, 여행사 참여 확대 숙제

■중앙회 통계, KATA와 큰 차이 없어

여행신문이 지난 9월6일자에 중앙회와 KATA의 여행사 실적 통계가 오차를 보이는 것에 대해 지적한 후, 중앙회와 거명된 여행사들은 진상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회 측은 ▲일부 여행사의 선박 판매를 별도로 집계한 것, ▲집계과정에서 오타가 난 것 등이 오차의 원인이었다고 해명했다.

중앙회는 향후 페리, 크루즈 시장이 성장할 것을 대비해 선박 통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으로 지난 5월부터 선박권 판매 실적을 별도로 집계했지만 이에 따른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행사의 협조도 아직까지 적극적이지 않아 5~7월 선박권 통계에 이름을 올린 여행사는 롯데관광개발, 에프아이투어, 하나투어 단 3곳뿐이었다.

반면에 지금까지 KATA가 공개해온 항공권 판매실적에는 선박권 판매 분이 포함돼 있었다. KATA 관계자는 “70~80여개의 회원사로부터 자료를 받고 있는데 10개미만의 여행사만이 선박 판매를 구별하지 않고 항공권에 포함했다. “선박권 판매량 자체가 많지도 않고,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하는 만큼 선박권 판매를 따로 집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중앙회는 일반여행업 회원사뿐 아니라 국외여행업 회원사의 자료까지 각 지역 협회를 통해 아우르겠다고 했으나 지금까지 자료가 공개된 회원사는 모두 일반여행업체뿐이었다. 가령 탑항공처럼 국외여행업에 등록했지만 실적이 큰 업체를 통계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KATA 통계와 큰 차별성이 없는 상태다.

■“불완전한 성적표라도 공개할 수밖에”

여행사 실적 통계가 이원화된 것은 중앙회와 KATA의 갈등이 도화선이었다. KATA 선거의 후유증으로 지난 4월부터 내일여행, 앰엔서비스, 자유투어, 투어이천, 하나투어 등이 KATA 측에 실적 보고를 하지 않고 서울시관광협회 쪽으로 KATA의 양식과 같은 자료를 보내게 됐고, 중앙회는 KATA가 발표한 자료에 일부 여행사 실적을 더해 발표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KATA는 30위까지의 실적만 공개된 웹사이트 자료를 참고하라며, 중앙회 측에 모든 회원사의 실적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중앙회는 KATA의 배타적인 태도를 비난하고 있고, KATA는 20년 동안 공들인 통계를 통째로 넘겨주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평행선을 긋고 있다.

결국 협회 간 갈등으로 효율성만 떨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A여행사 관계자는 “회원사인 여행사들이 원해서 새로운 통계가 나온 것도 아닌데 KATA 통계와 차별화된 것도 없고, 처음부터 미흡한 모습을 드러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같은 여론에 대해 중앙회 조규석 본부장은 “통계가 완벽한 수준으로 갖춰졌을 때 공개하면 좋겠지만 여행사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불완전하더라도 개선해 나가는 방법을 택했다”며 “KATA의 통계도 지금의 수준이 되기까지 18년이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신력을 기해야 할 협회가 불충분한 자료를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관된 기준 없이 채점한 학생의 성적표를 공개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꼬집었다.

■국외여행업 동참 유도 ‘관건’

중앙회가 여행업 전체를 아우르는 통계를 내겠다고 했으니 관건은 국외여행업 등록 여행사를 끌어드리는 것이다. 2009년 12월 기준으로 국회여행업 등록 여행사는 4,780개, 일반여행업 등록 여행사는 678개였다. 이들 중 협회에 실적을 보고하고 있는 여행사는 100곳 미만으로 아직까지 통계가 갈 길은 멀기만 하다. 물론 상위 30개 여행사가 한국 아웃바운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서울에 기반을 여행사가 대다수라는 점은 극복해야 할 숙제다. 중앙회 관계자는 “지방협회에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방 여행사들은 자료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라면서도 “여행사와 협회를 설득하며 협조를 구하고 있기에 점차 진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급된 문제 외에도 홀세일 여행사와 판매 대리점의 실적 중복 문제, 기획여행과 항공권 판매의 모호한 구분, 여행 국가별 상세한 통계 집계의 어려움 등도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행사의 실적 허위 보고는 원천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기준이라도 뚜렷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중앙회와 KATA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국가별 송출 실적, 여행 유형별 실적 등의 경우, 집계 자체가 쉽지 않고 취합만 될 뿐 회원사들이 열람할 수 있게 공개되지 않아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KATA는 연말마다 통계자료를 책자로 발간해 왔지만 이를 알고 있는 여행사 종사자들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B여행사 관계자는 “이왕 구체적인 실적을 집계한다면, 형식만 갖출 것이 아니라 여행시장의 동향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협회와 참여 여행사의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취재 결과, 협회의 통계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업체들끼리 실적을 공유하는 유일한 창구인 통계가 맡고 있는 순기능만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결국 18년 동안 구축한 통계이고, 태생적으로 흠 없는 통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안이한 태도를 버리고 원점부터 재검토해야만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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