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드니 도심 낯설게 보기
2. 시드니 외곽을 즐기는 방법

산과 강 그리고 동굴을 누비다

자전거와 맥주를 매개로 시드니의 안쪽을 탐험했다면, 이제 광활한 자연 속에서 다채로운 체험이가능한 시드니 바깥으로 향할 차례다. 케이블카를 타고 푸른빛의 거대한 산을 굽어볼 수 있으며, 지구의 나이테를 간직한 동굴에서는 태곳적 신비를 만끽할 수 있다. 또 자연과의 합일을 가능케 해주는 승마와 리버 크루즈도 행복한 시간을 약속한다. 하루해는 짧고 즐길 거리는 도처에 널려 있다.


■전설이 깃든 푸른빛의 산

시드니 외곽으로 눈을 돌리면 우선 풍성한 자연이 마중 나온다. 대표적인 곳은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s). 시드니 서쪽 약 100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 국립공원으로, 장대한 협곡과 우렁찬 폭포, 기기묘묘한 암석들이 어우러져 있다. 블루 마운틴이란 근사한 이름은 산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유칼립투스와 연관이 있다. 나무에서 분비된 수액이 내리꽂는 햇살을 받아 푸르게 반사되는 현상 때문이다. 블루 마운틴의 형형한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방법에는 여러 갈래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파른 선로를 오르는 열차에 몸을 실어도 좋고, 통유리로 된 케이블카에서 장쾌한 계곡과 ‘세자매봉’을 내려다보는 것도 흡족하다. 산책로를 따라 발맘발맘 걸으며 대자연과 온전하게 접속하는 경험 역시 만족스럽다.

블루 마운틴이 빚어내는 풍경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자매봉에는 흥미로운 전설이 깃들어 있다. 옛날 옛적 카툼바족의 마법사는 슬하에 세 명의 아리따운 딸들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 세 자매가 네핀족의 삼 형제와 사랑에 빠지면서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다른 부족과의 결혼을 금지한 카툼바족의 계율이 문제가 됐던 것이다. 사랑을 멈출 수 없었던 네핀족의 삼 형제는 전쟁을 벌이면서까지 세 자매를 취하고자 했다. 적의 침입에 다급해진 마법사는 딸들을 절벽으로 데려가 돌로 변하게 했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평화가 찾아오면 마법을 풀어주려고 했던 것. 하지만 마법사는 싸움판에서 끝내 유명을 달리했고, 아버지이자 마법을 해제시켜줄 유일한 사람을 잃은 세 자매는 지금도 주술에 걸린 채 세자매봉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블루 마운틴 부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노천 동굴인 제놀란이 있다. 호주 연구팀에 따르면 제놀란 동굴은 무려 3억4000만 년 전에 생성됐다고 한다. 블루 마운틴이 1억 년 전에 생겨났고, 공룡이 6500만 년 전에 멸종된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퇴적층이 제놀란 동굴 안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1~2시간 정도 소요되는 투어는 동굴의 역사와 생성의 비밀을 살뜰하게 알려준다. 곳곳에 마련된 조명과 음향 시설은 동굴 내부를 한결 더 드라마틱하게 꾸며준다. 동굴에서는 이따금씩 음악회나 결혼식도 개최된다고 하니, 운이 좋으면 세상에서 가장 이채로운 이벤트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말 위의 풍경과 물 위의 하룻밤

시드니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가량 달리면 만날 수 있는 글렌워스 밸리(Glenworth Valley)에서는 승마 체험이 가능하다. 이른 시간에 글렌워스를 찾았다면 우선 계곡을 자욱하게 뒤덮은 안개의 장관을 마주하게 된다. 안개는 두말할 나위 없이 ‘가림의 미학’이다. 전체를 온전히 보여주지 않아 보는 사람의 건몸을 달게 한다. 지금까지 겪어본 안개를 근거하여 말하기로 하면 칠레 산티아고의 새벽안개와 충남 당진 성구미포구의 실안개가 가장 아름다운 풍경인데, 글렌워스의 몽몽한 안개 역시 가슴이 졸아들 만큼 탐스럽다.

승마는 목장에서 자신이 탈 말을 고르는 것에서 시작된다. 사람을 제 등허리에 태운 날렵한 준마는 오솔길을 타박타박 걷기도 하고 가끔가끔 겅중겅중하기도 한다.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말들은 다리 힘이 좀 약하지만 진자리 마른자리를 나름 가려하며 효율적으로 나아간다. 반면 젊어서 싱싱한 것들은 자주 삼천포로 빠진다. 앞만 바라보면 걷기보다 길가의 푸새를 뜯어먹거나 가끔 길이 아닌 길을 택하는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 어쨌든 인마일체의 묘미는 말안장에 올라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법이다.

글렌워스 밸리 인근의 혹스베리(Hawkesbury) 강은 물결이 살갑고 주변 풍광이 탐스러워 리버 크루즈에 적합하다. 강에는 여러 종류의 선박들이 점점이 떠 있는데, 침실과 조리 및 샤워 시설 등을 두루 갖춘 하우스 보트가 인기 있다. 단, 냉난방 시설이 없는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간단한 조작법을 배운 다음 직접 배를 몰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가족 혹은 친구들끼리 다정스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정박장과 무선으로 연결돼 있을 뿐만 아니라 항로를 벗어날 경우 스태프가 즉각적으로 스피드보트를 타고 쫓아와 도움을 주기 때문에 운전에 서툴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밤하늘의 총총한 별들을 이불 삼아 물 위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충분히 낭만적이고, 이튿날 아침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한참을 들여다보게 될 정도로 사뭇 매혹적이다.

호주 시드니 글·사진=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호주정부관광청 www.australia.com,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관광청 www.sydney.com



1 안개에 싸인 글렌워스 밸리는 장관이다 2 블루 마운틴 부근에있는 세계 최고(最古)의 노천 동굴인 제놀란이 있다 3 제놀란을 돌아보는 투어는 약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이어진다 4 혹스베리 강의 물낯을 덮고 있는 물안개. 한 폭의 수묵담채화를 연상시킨다 5 블루 마운틴에는 웅장한 풍광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통유리로 된 케이블카가 운행된다 6 클렌워스에서 빼놓은 수 없는 승마체험. 체험자가 직접 말을 고를 수 있다

■Travel info
승마 체험은 글렌워스 밸리(www.glenworth.com.au), 혹스베리 강의 하우스 보트는 홀리데이 어플로트 브룩클린(www.holidaysafloat.com.au)을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도시 시드니에는 유명 호텔들이 즐비하다. 한 마디로 골라 묵는 재미가 있다. 시드니 시내에서는 달링 하버와 가까운 그레이스 호텔(www.gracehotel.com.au), 객실의 전망이 빼어난 쉐라톤 온 더 파크(www.starwoodhotels.com), 최고급 시설이 눈에 띄는 소피텔 시드니 웬트워스(www.sofitel.com), 고풍스런 외관이 인상적인 인터콘티넨탈 시드니(www.sydney.intercontinental.com)를 추천할 만하다. 시드니 근교의 경우, 블루 마운틴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더 캐링턴(www.thecarrington.com.au)과 센트럴 코스트의 맨트라 에탈롱 비치(www.mantraettalongbeach.com.au)가 괜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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