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가 코스닥에 상장하고 첫 거래가 이뤄진 게 2000년 11월28일. 정확히 10년이 흘렀다. 지난 10년간 상장이 폐지된 업체까지 합하면 10개 이상의 여행사가 주식시장에 이름을 올렸었다. 영세한 자영업의 이미지를 벗고 기업으로 여행사의 위상이 높아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여행업은 주식시장에서 하나의 업종으로 분류가 안 돼 있을 정도로 타 업종에 비해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게 현실이다. 여행업 전체의 위상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규모도 커져야 하지만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편집자주>

-상장 여행사 9개…아직 ‘여행’업종 없어
-제로컴, 글로벌화 … 수익모델 다각화 절실



■기업가치 17배 상승…괄목할 성장

하나투어가 코스닥에 처음 등장했을 때 주식은 5,700원이었다. 이후 여행 수요의 급증으로 꾸준히 주식은 올랐고, 2007년 8월에는 10만1,000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환율 급등, 신종플루로 급락한 하나투어의 주식은 올해 5만원을 오르내리는 수준으로 자리잡았고 시가 총액은 5,400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시가총액으로 따졌을 때 하나투어의 가치가 10년 새, 17배가량 성장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나투어는 코스닥 상장 이후, 2006년 런던 증권거래소에 이름을 올린 후, 600억원을 유치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하나투어는 “여행업은 영세하다는 이미지를 벗고 여행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올려놓았다”며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며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이 됐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여행사의 브랜드화로 인한 이익은 직원들에게도 고스란히 돌아갔다. 코스닥 상장 시점에 근무했던 직원들은 상당 수준의 금전적인 수혜를 받았고, 지금도 하나투어는 전직원에게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이나 주식으로 배분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하나투어가 주식을 상장한 5년 뒤부터, 여행사의 주식 상장은 열풍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2005년 모두투어가 코스닥에 직상장했고, 자유투어도 같은 해에 우회상장 했으며, 비티앤아이, 세중나모여행이 2006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같은 해 롯데관광개발은 여행사 최초로 코스피에 상장했으며, 이후 참좋은여행, 레드캡투어, 포커스투어, 세계투어, 여행박사 등이 우회상장의 대열에 합류했다. 하나투어가 여행사의 기업화에 물꼬를 튼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 상장 열풍…우회상장 대부분 실패

지난 10년간 상장 열풍이 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주식시장에서 꾸준히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업체는 드문 실정이다. 홀세일 양강 업체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외에 우회상장한 업체들의 경우,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으며, 상장이 폐지된 업체도 있다. 올해 금융감독원은 우회상장 업체를 직상장 업체에 준하는 심사를 할 것으로 밝힌 만큼 여행업계에서 우회상장의 열기는 사그라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글로벌컨설팅 김근수 회계사는 “한 때 M&A를 통한 우회상장이 열풍이 불었지만 성공한 사례는 없다고 본다”며 “예전만큼 여행사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많지 않은 등 조급한 몸집 불리기의 부작용을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예스테크놀로지를 통해 우회상장한 자유투어, 볼빅을 통해 상장한 비티앤아이, 미디어솔루션과 합병 후 상장한 레드캡투어는 현재 우회상장의 디딤돌이 됐던 업체들과 결별했다. 광명전기에 매각된 포커스투어는 여행사업을 크게 축소한 상태이며, 트라이콤을 통해 우회상장한 여행박사(에프아이투어)는 상장이 폐지되는 진통을 겪었다.

이에 따라 우회상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부 여행사들은 조용해진 분위기다. 한동안 내일여행, 노랑풍선, 여행매니아, 투어이천 등의 여행사가 상장을 준비한다는 소문도 있었으나 지난 2년간 여행업의 급격한 침체와 회복기를 거치는 동안 상장에 대해 신중해진 것으로 보인다. A여행사 관계자는 “아무런 성장 동력 없이 자본만 확대하는 우회상장은 더 이상 여행사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회사 소유주만 배부르고 직원들 입장에서는 실질적 소득 없이 업무만 가중되는 만큼 우회상장에 대해서는 내부적인 반발도 있다”고 전했다.

■차별화된 모멘텀 없는 상장 무의미

하나투어, 모두투어와 같이 홀세일 여행사로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여행사를 제외하고, 상장 여행사들은 차별화된 성장 동력 없이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 상승도, 투자자로부터의 자본 수혈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 규모가 큰 직판 여행사 중 레드캡투어는 렌터카, 롯데관광개발은 부동산, 자유투어는 리조트 사업을 겸하고 있고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여행업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제로컴으로 인해 여행사 수익이 더욱 박해질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하지 않는 이상 여행업 자체만으로 기업이 성장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에서는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온라인시장의 팽창, 스마트폰의 등장까지 여행업의 구조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흐름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강자가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에 따라 기존 패키지 여행사와 모델이 다른 업체 중 직상장을 준비하는 곳들도 주목된다. 월드호텔센터(호텔패스)는 상장에 필요한 조건을 이미 갖췄고 보다 좋은 상장 시점을 살피는 중에 있고다. 메이트아이(호텔엔조이)도 외부 감사를 지속적으로 받으며 2012년 이내에 코스닥에 직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월드호텔센터 김용철 전무는 “상장 자체보다는 상장 이후에도 좋은 실적을 보일 수 있도록 수익 모델 다각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업체들의 시장 확대도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익스피디아가 중국의 이롱을 인수하고, 프라이스라인이 아고다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나투어가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흐름에 대비하는 것으로 읽힌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하나투어가 지금처럼 패키지를 주축으로 하는 모델로는 1위를 수성할 거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등 기업에 대한 ‘솔선수범’요구 높아져

일각에서는 여행업 자체가 주식시장에서 더 이상 매력을 갖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하나투어조차 주식시장에서 동종으로 분류된 호텔, 레저업체에 비해 시가총액, 거래량, 영업이익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 는 “여행사는 항공사나 호텔처럼 하드웨어가 없고, 외부변수에 취약하다는 게 가장 큰 차이”라며 “지난 10년간 여행사를 지켜본 투자자들이 더 이상 큰 매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여행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매출을 확대하는 것도 있지만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나투어가 지난 10년 간 발전해온 것도 의미가 있지만 협력사인 중소대리점 여행사, 랜드사에게 돌아간 파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사실이 대표적이다. 즉 소비자뿐 아니라 여행업계 내부에서도 윤리 경영 상생 경영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하나투어에 여행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개선하기를 기대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중진은 “앞으로 5년 내에 군소여행사는 더 많이 문을 닫고 하나투어의 시장 점유율은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며 “결국 업계 내에서는 파트너들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상생경영에 대한 책임감은 더욱 무겁게 요구될 것”이라며 뼈있는 말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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