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지신(尾生之信)은 춘추시대 노나라의 미생에 관한 이야기다. 미생이 한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기다렸으나 오지 않자 비가 내려 물이 차올라 올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는 고사로 잘 알려져 있다.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지만 요즘에는 죽음까지 내던져 신의를 지키는 우직함의 표상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이지만 신뢰를 잃고서는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일찍이 공자는 제자 자공의 대화에서 식량(食), 군대(兵), 신뢰(信) 가운데 정치에 필요한 단 하나의 요소는 바로 신뢰라고 설파한 바 있다. 정치를 기업으로 바꿔 써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한 여행사가 항공권홀세일 업무를 하면서 거래 업체와 마찰을 빚어 기사화 된 바 있다. 요금은 상위 클래스로 받고 발권은 낮은 클래스로 해줘서 생긴 문제로, 100원을 받아 70원짜리 항공권을 주고 30원을 갖는 식이었다. 이 여행사는 다른 여행사에게서 웃돈을 주고 티켓을 사왔기 때문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취급수수료로 차익을 취한 것이라고 태도를 바꿨다.

하지만 지난 월요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거래에 대한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과연 거래가 있었는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또한 100원을 받았다면 그 가격에 해당하는 물품을 주고난 후 추가금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수익을 위하다 보면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수익이 중요해도 신뢰와 맞바꿀 수는 없다. 일부분이라도 자사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깔끔하게 시인하고 사과 및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최선이다. 미생을 멍청하다 욕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그만큼 우직한 신뢰를 지켰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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