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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고도 3,454m에 철도역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실감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최고봉 백두산이 2,744m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놀랍다 못해 좀 어이없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융프라우지역을 찾는 이유에 대해 여행객들은 십중팔구는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 3,454m)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융프라우(Jungfrau, 4,158m)봉에 가장 가까운 철도역 융프라우요흐는 매년 50만명이 넘는 여행객이 찾고 있으며 유럽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곳에 자리해있어 ‘유럽의 정상(Top of Europe)’으로 불린다.

스위스 융프라우 글=김명상 기자 terry@traveltimes.co.kr
사진=Travie photographer 김병구
취재협조=동신항운 02-756-7560 (www.jungfrau.co.kr)
융프라우철도 (www.jungfrau.ch)


■ 철도가 곧 ‘우공이산’의 증거

100년 전에 험준하기 이를 데 없는 이곳에 철도를 놓았다는 것 자체가 ‘우공이산(愚公移山)’에 비견할 만한 노력이라 할 만하다. 당시 인부들은 평균 영하 8도의 추위, 눈사태, 번개, 폭풍, 최고시속 250km의 강풍, 기압차라는 어려움을 이겨야 했는데 말만 들어도 오한이 밀려올 지경이다.

‘처녀’라는 뜻의 융프라우와 ‘어깨’라는 의미의 요흐가 결합된 융프라우요흐는 봉우리 사이의 움푹 들어간 곳에 자리한 지형적 특성을 잘 설명해준다. 열차로 이동할 수 있는 만큼 여유롭게 알프스의 풍경을 두루 볼 수 있고 힘든 산행의 부담이 없어 어린이나 노약자에게도 무리가 없다. 단, 고도가 높다보니 고산증은 주의해야 한다.

어렵사리 도착하고 나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역에 도착해 좀 걸어 터널을 나오면 알프스 최장(22km)의 알레취 빙하가 시야에 들어온다. 얼음와 눈의 조화가 산 너머까지 끝도 없이 뻗은 장면을 보고 있으면 일본소설 <설국>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설국이었다’라는 문장을 직접 마주하는 기분마저 든다.

얼음과 만년설의 하얀 나라를 마주할 수 있는 이곳에는 총 27개의 시설물이 있다. 얼음궁전(Ice Palace)에서는 만년설과 빙하의 세계를 , 유럽에서 가장 높은 우체국에서는 사랑하는 이에게 로맨틱한 우편물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아울러 크리스탈레스토랑 등 5개의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식사, 스핑크스전망대(Sphinx Terrace)나 플라토전망대(Plateau)에서 만나는 웅대한 전망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Tip 이것만은 주의!

-워낙 높은 곳을 짧은 시간 내에 철도로 이동하다 보니 고산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중간 역에 내려 고도적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간 기착지 클라이네샤이텍역 이후 열차는 아이거반트(Eigerwand, 2,865m), 아이스미어(Eismeer, 3,160m) 2개 역에 5분간 정차한다. 이 때 역에 내려 조금이라도 걸어야 고도 적응이 빠르고 고산병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도착한 후에는 이곳저곳에 ‘천천히 걸으세요(Please go slowly)’라는 표지판을 볼 수 있는데 이처럼 평소보다 걷는 속도를 조절해야 몸에 무리가 오지 않는다.

-융프라우요흐는 고도가 높다보니 기온이 여름에도 영하에 가깝게 떨어질 수 있어 방한복이나 장갑, 목도리 등이 필요하다. 또한 빛이 강해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이므로 선글라스나 피부를 보호할 선크림 등은 필수다.

-클라이네샤이텍에서 융프라우요흐간 열차 내에서는 한국어 방송이 나오지만 나머지 구간에서는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로만 방송한다.




★융프라우요흐 가는 방법

인터라켄 동역 역에서 융프라우요흐 행 왕복표를 구입하면 된다. 기차는 1년 내내 운행하며 오전 06시35분에 첫차가 출발하는데 성수기(5월~10월)에는 30분 간격, 비수기에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상행선 2시간17분, 하행선 2시간25분이며 정상에서 보내는 시간에 따라 총 6~7시간 정도가 필요하므로 일정에 참고하자. 융프라우요흐를 오르는 방법은 2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인터라켄 동역-라우터부룬넨-클라이네샤이텍-융프라우요흐, 둘째는 인터라켄 동역-그린델발트-클라이네샤이텍-융프라우요흐 노선이다. 따라서 오를 때와 내려올 때 다른 길을 이용한다면 융프라우의 매력을 두루 느낄 수 있을 것이다. www.jungfrau.ch

★융프라우요흐의 주요 즐길 거리

-실제 빙하에서 만나는 얼음궁전 Ice Palace
얼음궁전은 실제 빙하를 뚫어서 만든 것으로 1934년 만들어졌으며 알레취 빙하 20m 아래에 있다. 내부는 얼음으로 깎은 동물 등 각종 조각상으로 채워져 있다. 빙하가 매년 약 50cm 움직이기 때문에 정기적인 보수를 하고 있으며, 방문객의 체온 때문에 조각품이 녹는 관계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작품으로 교체된다.

-독일까지 보이는 스핑크스전망대
Sphinx observation terrace
외부에 지어진 건물 형태가 마치 이집트의 스핑크스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으로 올라가는 스핑크스엘리베이터는 108m의 높이를 불과 25초만에 올라간다. 올라가보면 유리로 둘러싸인 실내 전망대가 있고 여기서 옥외 발코니로 나가면 최고봉 융프라우도 눈앞에 놓인다. 스위스 국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주변의 알프스 영봉은 물론이고 멀리 독일의 흑림지대까지도 볼 수 있으며 알레취 빙하도 내려다 보이는 만큼 사진촬영의 명소로도 각광받는 곳이다.

-카페테리아에서는 즐기는 컵라면
융프라우요흐에서는 우리나라의 컵라면을 즐길 수 있다. 물과 젓가락을 포함해 7.5스위스프랑인데 뜨거운 물은 4스위스프랑, 젓가락은 1.5스위스프랑을 받는다. 비싸지만 동신항운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융프라우할인권을 이용해 현지에서 티켓을 구매하면 무료 컵라면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알프스에서 맛보는 컵라면이라니 다소 황당하지만, 추운 빙하체험 후 맛보는 화끈하고 뜨거운 컵라면의 맛은 그 어느 곳보다도 맛있다는 것이 체험자들의 조언.

-빙하지대 출구
스핑크스홀에서 어드벤쳐 월드 방향으로 100m정도 걸으면 드넓은 빙하지대가 나온다. 이곳에서 각종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으며 묀히 산장까지의 빙하 트래킹을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악천후일 경우에는 이곳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유의해야 한다.

-시청각실
융프라우 철도 건설 당시의 기록을 대형 화면을 통해 연중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아이스 게이트웨이 Ice Gateway
알프스 최장의 알레취 빙하의 전경이 커다란 통 유리창을 통해 한 눈에 보이는 곳. 날씨가 나빠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경우에도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 것이다.

-전시장
100년 전 융프라우철도 건설 당시 험난했던 공사기록 사진과 사용됐던 장비들이 미니어쳐 형태로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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