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수 박사 ysoh54@hanmail.net
한국관광공사 사사편찬실장

며칠 전 올해의 사자성어로 ‘장두노미(藏頭露尾)’가 선정됐다. 이는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한 모습을 뜻하는 말로, 쫓기던 타조가 머리를 덤불 속에 처박고서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한 채 쩔쩔매는 모습에서 생겨난 말이다. 은폐된 진실은 결국 언젠가 반드시 밝혀진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매년 12월 중순에 교수신문에서 한문학을 전공한 교수들로부터 10개 정도의 사자성어를 받아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 주요 학회장, 교수협의회 회장 등 1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끝에 정해지는데, 그해의 대한민국 정치·경제·사회를 대표하는 말이다. 그런데 관광업계 올해의 사자성어는 무엇일까? 앞으로 여행신문에서 조사, 발표하길 기대하며 생각해 보았다.

첫째, 양적으로 올해는 인바운드 관광객 880만 명, 아웃바운드 관광객 1,260만 명, 인트라바운드(국내관광 이동총량) 4억500만 일로 작년 대비 6~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질적으로 신한류2.0에 힘입은 명동의 쇼핑타운화, 전국 둘레길, KTX, 경춘선 복선 개통, G20 서울총회로 서비스도 한 단계 향상되었다.
셋째, 특징은 저가항공사의 대두, 중국관광객 급증, 온라인 비즈니스, SNS 서비스 확대가 두드러진다.
넷째, 부정적인 점은 천안함 침몰, 연평도 피격 등 소요 사태, 구제역의 전국 발생, 호텔 부족 현상, 관광통역안내의 불충분을 손꼽을 수 있다.
이를 요약한 사자성어로 파죽지세(破竹之勢), 고진감래(苦盡甘來), 어부지리(漁父之利), 비극태래(否極泰來)를 꼽을 만 하다.

지난해 사상 최고의 수치인 외래관광객 782만명에서 올해 11월에 이미 800만으로 다시 기록을 갱신했으므로 ‘파죽지세’가 어울릴 듯 하고, 2007년 하반기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래 지난해까지 해외여행이 부진해 아웃바운드 여행업계가 어려움을 겪었으나 올해는 해외여행객도 지난해보다 32%가 증가한 1,26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여 ‘고진감래’가 적당하다. 인바운드 여행업계와 호텔업계는 지난해부터 호황이었으므로 전체를 나타내기에는 불충분하다. 또 일본과 중국의 국경분쟁으로 일본행 예정의 중국관광객과 중국행 예정의 일본관광객이 한국으로 목적지를 변경함에 따라 ‘어부지리’도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올해의 관광업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자성어는 ‘비극태래’인 것 같다. 항공업, 아웃바운드 여행업, 인바운드 여행업, 호텔업계도 연초 원화강세로 인해 3월까지 감소를 보이기도 했으나 엔·달러 강세로 극복됐고, 천안함 침몰, 연평도 피격으로 인한 불안한 정세도 잘 피하며 새로운 기록과 호황을 이뤘기 때문이다.

닷새 후면 신묘(辛卯)년이다. 예부터 토끼는 순결함과 평화로움을 상징하고, 토끼꿈을 꾸면 위로 오르는 승진을 의미한다. 모쪼록 2011년에는 우리나라도 관광업계도 탈토지세(脫兎之勢)와 토영삼굴(兎營三窟)로 만사형통(萬事亨通)되길 기대한다.

*비극태래 : 사물이 막혀 통하지 않다가 극에 달하면 천운이 순환해 다시 뚫리게 되는 것으로 좋지 않은 일들이 지나고 나면 좋은 일이 오는 것을 이르는 말
*탈토지세 : 우리를 빠져나가 달아나는 토끼의 기세라는 뜻으로, 매우 빠르고 날랜 기세를 이르는 말
*토영삼굴 : 토끼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세 개의 굴을 파 놓아둔다는 뜻으로,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미리 몇 가지 대비책을 짜 놓음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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