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시장 전반이 호조를 보인 올해는 MICE 중에서도‘기업 인센티브’ 분야가 호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과 미국 등의 경기가 아직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 데 비해 한국 경제 상황이 빠르게 회복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정부의 해외연수 자제 명령과 남북관계의 악화로 공무원 시장이 얼어붙은 데 반해 보험, 소비재, 다단계, 다국적 기업 등은 직원들에 대한 포상휴가와 연수를 적극적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호황의 이면에는 그늘도 있었다. 항공권 수수료가 사라지면서 인센티브의 수익성은 악화됐고, 홀세일 여행사의 법인 영업 강화, 카드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중소여행사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경기 회복세로 송객 실적 전년 대비 2배
-홀세일 점유율 증가…IVR 여행사는 선방

■코타, 세부 인기…목적지 유행 타

올해 기업 인센티브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의 대부분은 전년대비 송객 실적이 두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2008년 말부터 시작된 환율 급등과 글로벌 경기침체, 신종플루의 여파로 움츠렸던 수요가 올해 집중됐던 까닭이다. 업체별로 편차는 있지만 기업 인센티브 비율이 높은 IVR 여행사와 홀세일 여행사들이 특히 선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캡투어는 올해 기업 인센티브 송객 실적이 전년 대비 약 150% 성장했다고 밝혔고, 한진관광은 약100%, 비티앤아이는 2008년 대비 71%, 2009년 대비89% 성장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여행사들은 올해 매출 상승이 의미가 있긴 하지만 패키지 분야에 비하면 큰 폭의 성장세를 이뤄내지 못했고, 수익성도 높지는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기업경기가 꾸준히 호황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미 내년에 계획된 대형 단체가 많아 꾸준한 회복세를 기대할 수 있다는 데 희망을 보였다.

기업 인센티브 목적지로 인기를 끌었던 곳은 단연 동남아였다. ▲비티앤아이는 코타키나발루, 세부, 발리 ▲한진관광은 세부, 홍콩, 괌, 사이판, 태국 ▲레드캡투어는 중국, 일본, 동남아 ▲모두투어는 세부, 태국, 발리, 사이판, 호주 등을 찾은 기업체가 많았다고 밝혔다. 비티앤아이 관계자는“인센티브 여행지는 패키지의 트렌드가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다”고 밝혔고, 한진관광 관계자는“기업 인센티브는 미팅과 팀빌딩이 중요한 만큼 호텔 인프라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코타키나발루가 성장한 것도 호텔 인프라가 크게 강화된 영향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외에도 홍콩, 마카오, 일본, 호주와 같이 관광청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곳들은 목적지 선정 과정보다는 행사 이후에 만족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로컴, 과열경쟁…패키지보다 어려워

기업 인센티브 목적지는 대부분이 단거리에 집중된다. 금융권에서는 10일 정도의 일정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보내주기도 하고, 공무원 단체는 유럽, 미국, 중남미 등으로 산업시찰을 겸한 인센티브 투어를 가는 경우가 많지만 금융권과 공무원 수요는 좀처럼 회복세가 보이지 않는다. 인센티브 시장의 대부분을 점하는 보험, 다단계, 제약 업종의 경우, 한 번에 많은 인원을 한 지역으로 보내 사기를 강화하는 목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단거리 지역이 많고, 자연스레 수익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제약업체의 리베이트가 공정위에 의해 적발되면서 해외학회의 대다수를 점하는 제약업체의 수요도 뚝 끊겼다. 해외학회는 장거리 수요가 많고 상품가도 높아 수익이 컸던 만큼 여행사 입장에서는 손실이 컸다. 결국 단순히 기업 인센티브 매출이 커졌다고 수익성까지 보장되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 올해 다수의 항공사들이 제로컴으로 가면서 수익성은 더욱 낮아졌다. H여행사 관계자는“패키지는 상품가에 얼마든지 수익을 녹일 수 있는 반면 인센티브는 입찰 시, 원가가 다 공개되는 만큼 제로컴의 타격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홀세일, 카드사 가격경쟁 위협적

아웃바운드 시장 전체가 대형 홀세일 여행사로 편중이 심화되는 상황이 인센티브 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소 여행사들이 항공 및 지상수배에서 가격 경쟁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탓이다. 한 소규모 여행사 사장은“예전에는 대형 여행사에 고객을 뺏길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인센티브 행사를 하는데 있어서 하나투어, 모두투어에 행사 전체를 의뢰하는 데 거부감이 많이 없어졌다”며“꼭 직접 수배를 해야 하는 단체가 아니라면 홀세일을 이용하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진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기업 인센티브 유치도 활발해져 여행사에 위기감을 안겨주고 있다.

카드사들은 항공권 판매뿐 아니라 인센티브 단체에도 높은 할인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법인카드를 갖고 있는 기업체들이 주요 타깃으로 여행사들은 입찰 시 카드사의 가격을 당해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패키지를 주모델로 하는 홀세일 여행사나 카드사들이 인센티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기만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비티앤아이 관계자는“인센티브는 기업체와의 유대관계가 중요하고, 행사 하나를 맡았을 때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데, 대형 홀세일 여행사는 워낙 고객이 많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 보험사의 구매 담당자들 사이에 일종의 커뮤니티가 있는데 이들의 입김이 결정적인 만큼 여행사 규모보다는 작은 단체라도 최선을 다하고 완성도 높은 행사를 진행하는 게 중요한 것이 인센티브 시장이다. 새로운 고객을 찾아가는 영업보다 기존 고객을 잘 관리하는 영업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도 패키지 시장과의 차이점이다.

■PCO 등 사업영역 확대 고민해야

한편 인센티브 전문 여행사들은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구조에서 사업 영역 확장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대기업과의 안정적인 연결고리가 있는 세중여행, 레드캡투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인센티브 여행사들은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고, 대형 여행사와의 치열한 가격 경쟁을 펼쳐야 할 것”이라며“결국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확장하지 못하면 기존 거래처만으로 회사의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여행사들이 MICE 시장에서 소화하고 있는 분야는 Meeting(기업회의)과 Incentive(포상 여행)에 국한되고 있다. 이에 최근 여행사들은 Convention(국제회의), Exhibition(전시회) 분야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인바운드 분야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여행사도 충분히‘국제회의 전문용역업체(PCO)’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현재 서울에 약 20개 PCO가 있는데 일부 대형업체가 대부분의 행사를 점유하고 있다”며“최근 정부에서도 MICE 지원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여행사 차원에서도 PCO 시장에 주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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