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편집국장

2010년의 시작이 대한항공의 제로컴 실시와 함께였다면 올해는 4월부터 아시아나항공이 제로컴을 적용합니다. 외항사들도 상당수 이들 국적사의 뒤를 따를 것이 분명하므로 이제 여행사가 항공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는 사실상 생명을 다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말로야 어떨지 모르지만 국적 항공사와 여행사의 관계는 적어도 금전적으로는 남남인 셈입니다.

세계적 흐름이라며 냉정히 이별을 통보한 항공사의 변심에 당황한 여행사는 부랴부랴 취급수수료(TASF) 시스템을 도입했고 겨우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습니다. 제로컴을 발표하면서 취급수수료가 정착될 수 있도록 홍보 등 다방면의 지원을 약속했던 항공사가 그 동안 과연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지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제로컴 덕분에 항공사는 매년 수천억 원을 절약(?)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곳곳에서 상생을 외치는 지금의 사회 분위기와는 너무 동떨어져 보입니다.

최근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2020년에는 ‘글로벌 넘버원 문화관광그룹’이나 ‘종합여행기업’이 되겠다는 10년 단위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한국을 넘어 세계와 경쟁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행이 산업으로 인정받고 토종 여행사가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국내 1, 2위 여행사가 내놓은 사업계획을 아무리 살펴봐도 ‘랜드사나 현지 파트너들과 열매를 나누고 상생하겠다’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알고 있었는데 미처 표현하지 못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예 염두에 둔 적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는 것은 아닐까 우려도 됩니다. 많은 여행사들이 해피콜을 통해 랜드사의 잘잘못을 꼼꼼히 관리하면서도 자신들과 랜드사의 거래에 불합리한 점은 없는지에 대해서는 둔감합니다.

상생이 화두입니다. 항공권만 있다고 여행을 할 수 없고, 손님 명단만 들고 여행사가 현지 행사를 모두 처리할 수도 없습니다. 여행신문은 신년 특집호를 준비하면서 여행업계의 상생 정도를 살펴보고 관심을 높이고자 여행사와 항공사, 랜드사를 대상으로 특별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랜드사가 여행사를, 여행사가 항공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듣고 우수 기업도 선정을 했습니다.

우수 기업 선정에는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일례로 이번 조사에서 여행사로부터 상생과 관련해 가장 후한 점수를 받은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시리즈 좌석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처리를 두고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와 고민을 했지만 일단 조사가 2010년 한 해의 활동을 전반적으로 평가하자는 의미였다는 점과 이번 사건과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여행사들도 다수라는 점에서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신묘년이 밝았습니다. 동화 속 토끼는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어이없게 패배합니다. 간혹, 잠자는 토끼를 깨우지 않고 혼자만 달린 거북이를 탓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절대 약자인 거북이에게 너무 무리한 주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위 말하는 갑을 관계에서 상생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갑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토끼가 처음부터 거북이를 잘 이끌고 갔다면 잠을 자지도 않았을 테고, 결코 역전 당하거나 손가락질 받을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신묘년에는 여행업계에 지혜로운 토끼가 많이 등장하기를, 그래서 그들의 칭찬을 자주 전해드릴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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