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수 박사 ysoh54@hanmail.net
경기관광공사 마케팅본부장


우리 사회에 자꾸만 새로운 것을 찾는 경향이 있다. 이전에 잘한 것은 접어두고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되는 것이 현실이다. 자연과학은 새로운 기술을, 사회과학은 새로운 경영기법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최고의 인기상품인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은 2년이 채 못 된다. 그러나 휴대폰의 대세는 스마트폰으로 넘어갔고, 이 추세를 선점한 곳은 시장의 대부분을 얻고, 그렇지 못한 곳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1997년 아날로그형 휴대폰에서 세계 1위였던 모토로라가 디지털을 최초로 개발하고도 실용화에 나서지 못한 탓에 노키아에게 선두자리를 넘겨주고 세인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이후 삼성이 카메라 기능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휴대폰에 접목하고, LG가 디자인에 성공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폰을 들고 나온 애플의 독주가 시작되나 싶더니 삼성이 발 빠르게 대처해 갤럭시S를 선보이고 쌍두체제를 마련했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2011)에서 애플은 불참했고, 삼성은 2010년 2,500만대에서 2011년에는 6,000만대를 판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은 10년이상 와신상담 끝에 권토중래한 모토로라였다.

관광분야도 마찬가지다. 1월10일부터 50일간 지속되는 코리아 그랜드세일(Korea Grand Sale)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시작해, 시기도 봄에서 여름으로, 다시 연초로 바뀌었다. 음력 설 연휴에다 보너스를 톡톡히 받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쇼핑의 장을 만들어 호평을 받고 있다. 초기에는 관심을 갖는 곳이 면세점과 일부 백화점에 불과했고 일반 상점의 호응이 낮았다. 그러나 2008년 외환위기후 일본인 관광객이 명동을 쇼핑천국으로 만들었고, 작년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가세해 이제는 상점주인도 외국인 관광객을 주 고객으로 인식하게 됐다. 코리아 그랜드세일의 취지도 피부로 느끼게 됐다.

또 하나의 사례는 코리아 패스(Korea Pass)다. 카드 한 장으로 교통, 쇼핑, 숙박 등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멋진 시스템이다. 이것도 2003년에 코리아 트래블 카드(Korea Travel Card)에서 시작됐다. 당초 관광통계를 바탕으로 과학적 마케팅을 추구하던 차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중일 3국을 동시에 여행하는 경우가 많고, 또 이들은 각국의 통화가 다르기 때문에 환전은 물론 출국시 남은 잔돈처리도 불편하다는 점에 착안해 KTC카드를 만들게 된 것이다. 당시 지하철은 카드이용이 됐으나, 택시와 버스에서 카드결제가 보편화되지는 않은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교통카드는 물론 일반상점에서도 소액카드이용이 자연스럽게 됨으로써 코리아패스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이 편리함에 감탄하고 있다. 더욱이 코리아그랜드세일과 코리아패스가 서로 상승작용을 하게 됐다. 바로 관광 온고지신의 멋진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휴대폰도 관광도 세상사도 마찬가지다. 새롭게 몇 번 해보다 겨우 될 만할 때 바꿔버리는 일이 우리 주위에 없는지 살펴보자. 아무리 멋진 일이라도 전임자가 한 일은 뒷전으로 물리는 옹졸한 일은 하지말자. 새로운 일을 창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승 발전시키는 일도 이에 못지않다. 역사란 과거를 돌아봄으로 미래를 열자는 취지다. 최근 국사를 고교 필수과목에 포함시키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여기서도 온고지신의 뜻을 새겨보면 답이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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