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중단됐던 여행사 신입사원 채용이 지난해 봇물처럼 쏟아졌고, 올해 역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신입사원 채용이 이뤄질 예정이다. 청년실업난이 심각한만큼 여행사 지원자들의 스펙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인사담당자들은 “못하는 게 없어보이는 고스펙자들의 지원이 늘고 있지만, 정작 입사 시키고 보면 조직에 융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등 실망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다. 여행사 인사 담당자들이 새로운 방식의 채용방식을 고민하는 이유다. 이에 최근 급변하는 여행사의 채용 시스템을 분석하고 여행사의 신입사원 관리 현황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주>

-인턴십 활용, 평가 중심의 채용 대세
-채용보다 중요한 것은 채용 후 관리

■신입사원 ‘새로운 아이디어’ 생산자

여행사가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목적은 비단 빠져나간 인력을 채우기 위함에 그치지 않는다. 신입사원은 기존 직원들보다 업무 숙련도는 떨어지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몇몇 여행사의 신입 및 인턴사원들은 회사의 발전방향 및 개선점에 대한 과제를 수행하고 추후 임원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표를 하고 있다. 연령대가 낮고 최신 동향에 강하기 때문에 신입사원으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하나투어 신입사원은 ‘온라인 견적서 시스템화 방안, 인기 드라마 활용한 상품 개발’ 등의 아이디어를 제출했고, 롯데JTB 인턴사원은 ‘샤롯데 회원제를 이용한 여성고객 유치방안, 인바운드 옵션투어 개선방안’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같은 의견은 실제 상품개발이나 홍보전략에 반영되고 있다. 롯데관광은 신입사원의 건의사항을 받아들여 최근 컴퓨터를 교체하기도 했다. 하나투어 인재개발팀 장윤미 차장은 “직원 교육을 해보면, 신입사원이 가장 적극적으로 교육에 참가하고 의욕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기존 직원들이 생각하지 못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놀라는 경우가 종종있다”고 말했다.

■서류와 면접만으로 신임할 수 없어

이처럼 신입사원은 장기적으로 볼 때 회사의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여행사들은 우수 인재를 뽑기 위해 채용 시스템에 변화를 추구한다. 과거의 채용방식이 ‘서류⇒면접’에 그쳤다면 최근의 채용 시스템은 점점 복잡해지고 체계적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인턴십의 증대, 평가 중심의 채용 등이 대세다. 포스코, STX, CJ 등 대기업들이 이미 선두적으로 정규 채용을 목적으로 한 인턴십을 작년부터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여행사에도 인턴십을 활용한 채용이 확산되고 있다. 이전에도 정부와 연계한 인턴십이 있었으나 ‘정식 채용’을 목적으로 운영됐던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최근의 동향과는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인턴사원을 ‘떠날 사람’으로 인식해 중요 업무를 맡기지 않고 잡무를 시키는 게 보통이었으나 요즘에는 인턴사원을 곧 ‘신입 내정자’로 생각하고 실무업무를 전수한다.

현재 인턴십을 활용하고 있는 여행사로는 올해 처음 인턴사원 8명을 선발한 하나투어, 롯데관광, 롯데JTB로 조사됐으며 모두투어, 한진관광 등의 경우 일반적인 형태의 채용을 고수하고 있다. 롯데JTB 인사팀 정상춘 팀장은 “채용을 100% 인턴제로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장기간 두고 사원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인턴십이 장점인 것은 분명하다”며 “앞으로 채용 시스템은 다변화 될 것이며 그 중 하나로 인턴십 활용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다시 입사하라면 못할 것 같다”

채용 시스템의 다변화는 신입사원을 채용하기 위한 ‘평가’가 엄격해졌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냉정한 평가 후 채용이 결정되는 인턴사원은 물론이고 일반 신입사원 역시 입사 후의 ‘교육’과 ‘시험’을 이겨내야 한다. 신입 후배의 혹독한 채용 과정을 지켜보며 직원들 사이에서 “다시 입사하라면 못할 것 같다”는 우스갯 소리가 들릴 정도다.

롯데관광은 신입사원을 인턴으로 일단 뽑고 6개월 동안 1·2차에 걸친 평가 후 정식사원으로 채용한다. 근태를 기본으로 과제수행 및 입문과정 시험 30%, 멘토선배의 평가 30%, 부서장의 평가 40%를 반영해 평가점수가 85점 이상시 채용이 가능하다. 또한 마지막 수료식에는 우수한 성적으로 신입사원이 된 사람에게 최우수, 우수, 장려상을 수여하고 있다.

롯데JTB는 모기업인 롯데그룹에서 일괄적으로 채용시스템을 운영하는 만큼 교육 및 평가가 엄격하다. 신입사원들은 롯데 그룹차원에서 진행되는 8주간 신입교육을 마친 후 여행사의 실무 부서에 배치돼 업무를 익힌다. 교육 중간 중간 PPT팀과제 및 개인과제를 수행한 후 임원진의 평가를 통과해야 최종 채용이 결정된다.

■신입사원을 사로잡는 비책

엄격한 평가만큼 중요한 것은 신입사원들의 사기를 높여 회사 내 적응도를 높이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진관광은 신입사원을 뽑는 주간에 맞춰 전직원 단합대회을 떠나고 신입사원과 기존 직원간의 유대를 돈독히 하고 있다.

신입사원을 1:1로 관리하는 ‘멘토제’도 눈에 띤다. 현재 공식적으로 멘토제를 운영하는 곳은 하나투어, 롯데관광, 롯데JTB 정도며 다른 몇몇 여행사 역시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지 않아 영향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멘토제를 운영하는 여행사는 멘토선배로 선정된 사원에게 인사고과시 평가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도사원인 멘토에게 매달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우수 지도사원을 선발하고 추가 혜택도 주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멘토제를 지켜보고 있는 만큼, 지도사원은 신입사원의 학습계획을 표로 만들어 점검하고 하루하루 일지점검 등을 도와주면서 체계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었다. 하나투어 경영기획팀 서초혜 씨는 “관광전공자도 아니고, 학교를 떠난 지 얼마되지도 않아 회사 적응이 막막한 게 사실이었다”며 “멘토인 선배가 편지형식으로 OJT일지에 꾸준히 좋은 말을 써주고 틈틈히 신경을 써줄 때마다 의지가 되고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신입 인재 유출을 막아라

그러나 아무리 좋은 채용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신입 유출은 막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실업난 속에서 전공을 불문하고 여행사에 지원하는 인재는 늘었으나, 정작 고용주인 여행사는 신입사원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처우를 보장해줄 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취업 준비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한 대형 여행사는 지난해 공채로 선발한 신입이 빠져나가면서 수시채용을 해야했다.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춘 대형 여행사가 신입 유출을 겪는 판국에 중소 여행사의 상황은 충분이 예상 가능하다. 공들여 뽑은 신입이 유출되면 비용 부담에 직원들의 사기까지 저하되기 때문에 해당 여행사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B여행사 인사담당자는 “관광을 전공하지 않은 우수 인재들이 최근에는 여행사에 많이 지원을 하고, 실제 채용도 되지만 열악한 현실을 보고 다른 대기업으로 눈길을 돌리는 경우가 잦다”며 “여행업 자체가 선두적인 산업으로 성장하고, 의도적으로라도 신입사원 관리 및 지원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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