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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고향인 사람 치고 돼지국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돼지국밥 마니아’라서 맛있다고 소문난 부산의 돼지국밥집을 수없이 훑고 다녔다. 그중 자신 있게 추천할 만한 부산 돼지국밥의 명가(名家) 4곳을 소개한다.

글·사진 Travie writer 김봉수

돼지국밥은 부산사람들에게 아주 특별한 음식이다.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따라나선 시장에서 한 그릇으로 사이좋게 둘이 나눠 먹던 기억,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부담 없이 푸짐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던 기억…. 부산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 중 하나인 돼지국밥과 얽힌 아련한 기억 한 가지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돼지국밥은 돼지 사골로 우려낸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일명 ‘돼지곰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술을 마신 다음날 아침 해장으로 제격이고, 든든한 점심 식사로도 그만이고, 저녁에 소주 한잔과 함께 먹어도 어울리는 음식이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돼지국밥집들은 아침·점심·저녁 구분 없이 24시간 운영되는 집들이 많다. 돼지국밥은 부산에서 단일 메뉴로 가장 많이 소비되고 가장 많은 전문식당을 보유하고 있는 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디를 가나 쉽게 찾아 먹을 수 있다.

여기 그중에서도 엄선한 4곳의 돼지국밥 명가를 소개한다. 돼지국밥 마니아인 부산 토박이가 자신있게 추천하는 이 집들은 모두 식사시간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각오해야 하는 곳들이라, 가급적 식사시간을 피해 가는 것이 좋다.



■마늘향과 부드러운 육수의 조화
합천 일류 돼지국밥

부산에서 돼지국밥집이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돼지국밥의 1번지’를 꼽으라면, 사상역 주변과 서면시장을 꼽을 수가 있다. 합천 일류 돼지국밥은 사상역 주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돼지국밥집으로 개인적으로도 가장 자주 찾는 단골집이기도 하다. 이 집의 으뜸 메뉴는 역시‘돼지국밥’이다. 내장을 선호한다면, 내장국밥이나 섞어국밥을 선택해도 좋다. 이 집 국밥에는 맑은 국물에 부드럽게 다진 마늘이 듬뿍 담겨져 나온다. 거기에 새우젓으로 입맛에 맞게 간을 하고 밥을 말아서 한 숟갈 떠서 먹으면 마늘향이 부드러운 육수와 어우러져 마치 닭곰탕 같기도 한 오묘한 맛을 낸다. 일반적으로 돼지국밥의 양념에는 돼지육수의 잡냄새를 잡기 위해 마늘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 집 국밥에는 잡냄새 제거보다는 마늘맛 자체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한 술 두 술 뜰 때마다 부드러운 육수와 잘 어울리는 은은한 마늘향이 입 안 가득 퍼지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이 집 돼지국밥의 맛과 향은 늘 먹어 오던 국밥 맛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데,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 돼지국밥 하면 이 집의 ‘닭곰탕 같은 마늘 돼지국밥’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주소 부산시 사상구 괘법동 565-6 전화번호 051-317-2478
추천메뉴 돼지국밥 5,500원 영업시간 24시간

■소스에 찍어 먹는 항정살 수육이 일품
쌍둥이 돼지국밥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이미 잘 알려진 맛집으로, 식사시간만 되면 늘 긴 줄이 늘어서는 부산의 명물 돼지국밥집이다. 이곳의 으뜸메뉴는 수육백반인데, 그 이유는 이 집의 간판스타 ‘항정살 수육’ 때문이다. 항정살 특유의 부드럽고 쫄깃한 맛이 살아 있는 특별한 수육 맛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육백반을 주문한다. 수육백반의 맛은 수육과 국물 맛으로 결정되는데, 이 집에서는 특별한 향을 가미하지 않고 그저 육질이 좋은 항정살을 먹기 좋게 잘 삶아 낸 수육과 잡스런 맛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꾸미지 않은 듯한 국물을 맛볼 수 있다. 어찌 보면 특색이 없고 그저 평범하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수육은 수육으로서 국물은 국물로서 그 기본적인 요소에 가장 충실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 튼튼한 기본이 가장 국밥다운 국밥을 만들어 내고, 맛있는 수육과 국물을 만들어 내는 비결이 아닐까. 솔직히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물보다는 항정살 수육에 반해 이 집을 찾는다. 특히나 고추냉이가 곁들여진 소스에 살짝 찍어 먹는 그 맛은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주소 부산시 남구 대연1동 887-1 전화번호 051-628-7020
추천메뉴 수육백반 1인 7,000원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2시


■새콤달콤 식해를 곁들이는 수육백반
늘해랑

7년 전쯤, 지인들과 각자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돼지국밥집에 관한 토론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이 직장 근처에 진짜 맛있는 집이 있다 하여 알게 된 집이 바로 ‘태화장’이라는 국밥집이다. 당시 동행했던 모든 이들이 그 맛을 인정했던 이 집의 상호는 이제 ‘늘해랑(구 태화장)’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곳의 으뜸메뉴는 두말 할 것 없이 수육백반이다. 기본 찬에 뽀얀 사골국물과 함께 쌈과 수육이 나오는데, 수육 접시 한쪽에 같이 나오는 식해가 이 집 수육백반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쌈에다 수육 한 점을 올리고 그 위에 식해를 얹어 잘 싸서 먹으면, 입 안에서 녹을 듯 부드럽게 씹혀지는 담백한 수육에 새콤달콤한 식해의 맛이 곁들어져 환상의 궁합이라 할 만큼의 훌륭한 맛을 낸다. 수육과 식해 둘 중 그 어느 것 하나가 조금이라도 소홀했다면 결코 낼 수 없는 맛. 여기에 부드럽고 뽀얀 사골 국물의 맛 역시 손색이 없다.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1동 350-1 전화번호 051-863-6997
추천메뉴 수육백반 1인 7,0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밤 10시

■불에 한 번 더 구워낸 독특한 수육 맛
종가집 돼지국밥

자주 지나는 길에 어느 날 제법 규모가 크고 멋스런 인테리어를 한 돼지국밥집이 하나 새로 생기더니,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식사 때만 되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어? 저거 뭐지?’하는 호기심으로 작정을 하고 찾아가서 직접 먹어 보았더랬다. 결론은 줄서서 먹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수육백반을 시키면 따로 나오는 수육이, 삶아낸 고기를 바비큐하듯 불에 한 번 더 구워서 기름이 쫙 빠진 채로 나오는데, 그동안 국밥집에서는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한 바비큐 형식의 수육이라 할 수 있겠다. 수육과 함께 두부와 무말랭이무침이 같이 나오는데, 쌈으로 싸서 먹는 이 삼합의 절묘한 조화가 일품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물 맛 또한 깊고 깔끔하니, 그 짧은 시간에 충분히 입소문이 났을 법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느 국밥집 분위기와는 다르게 내외부가 깔끔하고 고급스러우니 귀한 손님과 함께 찾아도 좋을 듯싶다.
주소 부산시 사상구 학장동 395 전화번호 051-322-6767
추천메뉴 수육백반 1인 7,000원 영업시간 오전 10시30분~밤 11시30분

■Travie tip
↘부산에서는 돼지국밥을 그냥 ‘국밥’이라고 부른다.
↘돼지국밥은 소금이 아닌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다.
↘밑반찬은 어느 집엘 가도 부추겉절이, 고추, 양파, 마늘, 깍두기, 김치, 새우젓이 공통적으로 나오고, 이 중 부추겉절이는 각자의 기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국밥에 곁들여 넣어 먹는다.
↘보통 국밥집의 주 메뉴로는 돼지국밥, 내장국밥, 섞어국밥(내장과 고기가 섞여 나온다), 수육백반(수육, 국물, 밥이 따로 나오고 쌈도 나오는데, 보통 줄여서 ‘수백’이라고 부른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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