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은 초보 배낭여행자에게 회자되는 나라는 아니다. 그러나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초보 배낭여행자에게 아주 매력적인 타이완’이 눈에 들어온다. 타이완에서는 정부에서
직접 배낭여행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일반 투어가 볼거리에 국한된 데 반해 타이완 정부에서 선보이는 투어는 이색적이라 할 정도로 다양하다. 타이완 정부에서 선보이는 40여 개의 투어 중 3개를 소개한다.


■생태관광
치구

치구(七股)에는 소금산(Cigu Salt Mountain)만 있는 게 아니다. 치구에서도 남쪽, 여행자들의 발길이 뜸한 곳에는 치구 석호와 검은부리 저어새(blackface spoonbill)의 서식지가 있어 생태관광이 가능하다.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치구 1박2일 프로그램’은 아직은 소문나지 않은 이 아름다운 생태 자원들을 소개한다.

태풍에 만조의 영향으로 수위가 높아진 치구 석호는 바다인 듯 광대하다. 우리나라의 경포호, 영랑호, 청초호를 읊조리기엔 규모가 다르다. 언덕처럼 솟아 있었다는 호수 가운데의 사구도 이미 호수가 삼켜버렸다. 날개가 펴질까 노심초사하며 거센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흑로만이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이룬다. 치구 석호는 배를 타고 돌아보게 된다. 배 안에서 맛보는 굴구이와 생선구이는 특별히 맛있다.

석호와 가까운 곳에는 검은부리 저어새의 서식지가 자리했다. 저어새는 4월까지 이곳에서 지내다 한국, 중국, 일본 등지로 날아간다. 저어새에 관한 정보를 담은 전시실과 함께 탐사 망원경이 마련돼 있어 먼 바다에서 무리지어 노는 저어새 관찰이 가능하다. 이곳의 저어새 서식지는 2002년부터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치구 1박2일 관광 1,800위안(한화 약 7만원)




■문화체험
슬깡

타이중(臺中)현에 자리한 슬깡(石岡)은 타이완 921지진을 참담하게 겪은 곳이다. 벌써 10년이 지난 일이지만 슬깡에는 당시 지진의 현장이 일부 남아 있다. 예나 지금이나 타이중현에 공공용수,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슬깡댐은 921지진 당시 거의 무너져 내렸었지만, 깨끗하게 단장된 댐의 모습에서 당시의 흔적을 찾기란 힘든 일이다. 하지만 댐 끄트머리로 발걸음을 옮기면 참담했던 그날의 일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하다. 놀라운 건 아래로 푹 꺼져 있는 댐의 끄트머리가 원래 댐의 위치였다는 사실이다. 슬깡댐은 지진 이후 융기한 댐을 복원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슬깡역의 위치도 지진이 난 후에 조금 바뀌었다. 목재 운반을 위해 1959년에 조성된 슬깡역은 사실 지진이 일어나기 전인 1998년에 공원으로 단장됐다. 그나마 피해가 적었다는 사실에 안도해야 할까. 중간중간 철로 옆을 지나는 자전거 도로가 12km 가량 조성돼 있어, 타이완 사람들은 주말이면 이곳으로 와 자전거를 탄다. 슬깡을 찾았다면 퐁쟈 야시장을 놓칠 수 없다. 타이중시에 자리한 퐁쟈 야시장은 타이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야시장이다. A, B 특색지구로 나뉘어진 야시장에는 의류, 신발, 액세서리 가게와 길거리 음식점이 많다. 그중 길거리 음식은 지나칠 수 없는 유혹. 열린 입맛을 가졌다면 벌레 튀김, 초두부 등에 도전해 봐도 좋을 듯하다.

‘커지아인 문화체험’도 슬깡에서 가능하다. 커지아(客家)는 객식구라는 뜻이다. 당·송 즈음에 성곽 밖에서 살던 커지아인들은 이후 성곽 안에 터를 잡으며 커런(客人)이라 불리게 된다. 서러운 이름 속에서도 커지아의 문화를 이어온 그들은 현재 타이완, 홍콩,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독특한 문화를 고수하며 살아간다. 슬깡에는 커지아인이 태어난 광둥과 똑같이 그들의 덕성촌이 있다. 덕성촌 주변에서는 수공예 장난감 만들기, 석조 공예 등의 커지아식 놀이문화를 즐길 수 있다. 덕성촌 내에는 청나라 때의 현판과 조상의 위패를 모신 제단이 자리했다. 타이완 사람들이 신을 모시는 것과는 조금은 다른 그들만의 문화다. 한국인의 입맛에 100% 가까운 커지아식 요리도 놓치기가 아쉽다.
슬깡 1박2일 체험 프로그램에는 슬깡댐, 똥풍뤼랑 자전거 체험, 커지아 문화체험 등이 포함돼 있다.
슬깡 1박2일 체험 1,800위안(한화 약 7만원)



■DIY체험
쫑랴오

이색적이라면 이색적인 타이완의 배낭여행 프로그램 중에서도 쫑랴오(中寮)의 1박2일 프로그램은 더욱 각별한 기억을 선사할 듯하다. 여행자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을 것 같은 시골 마을, 쫑랴오. 이곳에는 검은 머리를 허리 아래까지 기르고 짙은 색의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산다. 드르륵. 읍내의 옛 건물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알루미늄 미닫이문에는 어울리지 않게 ‘커피’라 적혀 있다. 다방 아니 다실이면 모를까. 촌스러운 이곳 커피숍의 이름은 참으로 어울리게도 우연(偶然 049-2692879)이다. 프란체스카를 닮은 여인이 사는, 꼭 그래야 할 것 같은 운명 같은 이름이다.

도시에서 10년 동안 간호사로 일하던 그녀는 여행을 하게 됐다고 한다. 여행 후 커피 전문점에 취직을 했고, 1년간 바리스타 훈련을 받았다. 정확한 연유는 모르겠지만, 농민들에게 커피 맛을 보여 주고 싶었던 그녀는, 쫑랴오로 왔다. 커피는 일일이 손으로 내린다. 달달함을 요하는 커피에 설탕을 잔뜩 넣어 가슴을 철렁하게 하지만 맛은 좋다. 더욱이 농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인근에서 생산되는 과일을 장식하는 마음이 예쁘기도 하다.

1박2일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타이완 전통 파인애플 과자인 ‘퐁리수’를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일반적인 퐁리수가 사각형인데 반해 이곳의 퐁리수는 둥근 형태라 독특하다. 피는 30g으로, 속은 20g으로 정확히 계산해야 하고, 천연무염버터 1개로 700개의 퐁리수를 만들 수 있다는 그녀의 말 또한 그녀와 너무 어울려 웃음 짓게 한다. 그 밖에 우연에서는 퐁리수를 담는 선물 상자 만들기, 염색 체험 등이 가능하다.
쫑랴오 1박2일 체험 1,600위안(한화 약 6만2,000원),
우연 영업시간 금~일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
퐁리수 10개 300위안(한화 약 1만1,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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