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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피섬은 형형색색의 바다를 그 안에 감추고 있다. 영화 <더비치>로 유명해진 마야비치는 신비한 에메랄드빛을 자랑한다

푸켓을 찾는 여행자의 마음의 한 켠에는 열대의 바다에 대한 동경이 있기 마련이다. 푸켓은 태국에서 가장 큰 섬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해수욕장을 곳곳에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푸켓의 바다’로 통칭되는 몰개성의 해변이 아니라 태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신비한 빛깔의 바다를 만나고 싶다면 배를 타고 피피섬으로 향할 일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좋겠지만 여행지에 대한 동경으로 가슴을 채운다면 여행 중 맞딱드리는 풍경은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 <더 비치>를 피피섬으로 떠나기 전에 보기를 권한다. 실제로 눈 앞에 펼쳐진 피피섬의 풍광은 영화보다 비현실적이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영롱한 옥빛 바다와 순백의 모래사장, 울창한 열대우림은 2차원 영상에 옮겨 담는 것이 불가능하다. 영화에서 유럽과 미국에서 몰려든 젊은이들이 섬을 떠나지 않고, 자기들만의 몽유도원을 만들고 싶어 했던 열망이 충분히 수긍이 갈 정도다.

<더 비치>는 피피섬을 단순히 아름다운 섬으로 묘사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인간의 탐욕이 어떤 파국으로 치닫는지 보여준다. 이토록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골치 아프게 인간의 탐욕과 실존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게 궁상맞아 보일지 모르나 오늘의 피피섬을 본다면 여행의 딜레마로부터 자유롭기는 불가능하다. 최근 태국 정부가 피피 섬 일부 지역에 관광객 출입을 금지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구 온난화로 산호의 백화 현상이 심각해진 탓이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사실 알록달록 화려한 색을 띠어야 할 산호가 생명을 읽고 하얗게 산화한 결과물이다.


2 보트를 타고 피피섬을 여행 중인 사람들 3 울창한 망그로브 숲과 화려한 산호의 조화 4 몽키비치에 등장한 원숭이


■물안경 안껴도 보이는 열대어 떼

<더 비치>와 피피섬은 비극적 운명으로 연결돼 있기도 하다. 198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피피섬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것이 바로 이 영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비밀스럽게 간직하고 싶어했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가 관광객의 데이투어 코스로 전락했다는 것은 일견 슬픈 일이다. 영화 촬영 당시에는 자연 훼손에 대한 우려로 태국인들의 반대가 극심했는데 이제는 자연을 지키겠다고 태국 정부가 관광객 출입을 제한하자 관광 수입이 감소한다며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한다. 피피섬의 운명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가볍지 않다. 자연의 품 속 한켠에 깃들여 사는 인간이 자연을 소유하려는 발상 때문에 빚어지는 비극을 우리는 도처에서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다행스럽게도 피피는 여전히 아름답고 신비하다. 그 신비는 이 작은 섬이 갖고 있는 다양성에 있다. 크고 작은 섬들로 군도를 이루고 있는 ‘피피(Phi Phi)’의 어원은 섬 원주민들이 사용한 말레이어로 ‘맹그로브 나무’를 뜻한다고 하는데, 서양인들은 상공에서 섬을 내려다보면 그 모양이 알파벳 ‘P’와 비슷하다고 해 이름을 피피라고 불렀으니 그 이름은 중의적이다.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피피섬에는 이슬람을 믿는 말레이인들이 지금도 거주하고 있으며, 그 이름처럼 맹그로브 나무가 빽빡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피피섬을 여행하려면 푸켓이나 크라비에서 배를 타고 이동해야만 한다. 유일하게 사람들이 살고 있는 피피돈(Phi Phi Don)에는 숙소가 있어 이곳에서 여러 날을 머물러도 좋고, 투어 회사의 일일투어를 이용해도 좋다. 푸켓 남쪽 항구에서 스피드보트를 타면 피피까지 1시간30분이 소요된다. 섬의 가장자리와 거대한 암벽 사이 사이에 숨어 있는 바다는 저마다의 색깔을 간직하고 있다. 물이 얕고 넓은 백사장이 있어 어린이들이 놀기 좋은 마야 비치(Maya beach), 암벽 사이에 화려한 색의 산호 군락을 품고 있는 필레 코브(Pileh cove), 원숭이 떼가 사람들을 반겨주는 몽키 비치(Monkey beach)는 전혀 다른 세계의 바다인 듯 하다. 보트에서 첨벙첨벙 바다로 뛰어들어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 다양성에 탄복한다.

투어회사의 일일투어를 이용하면 피피섬과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카이 섬(Khai Island)에도 잠시 들른다. 달걀 모양의 이 자그만 섬은 무릎 아래의 얕은 수심에도 열대어 떼들이 노닐고 있어 어린이들이 놀기에 좋다. 조악한 파라솔의 행렬과 북적대는 관광객들로 어수선한 것이 흠이지만 ‘피피섬의 부록’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섬이다.

푸켓에는 수많은 투어회사들이 피피섬 일일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투어를 신청하면 아침 8시 호텔까지 차량이 와서 픽업을 하고 선착장으로 이동한다. 이용요금은 성인 기준 2,800바트(약 10만원)이고, 한국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면 보다 저렴하다. www.nonthasakmarine.com

푸켓 글·사진=최승표 기자 hope@traveltimes.co.kr


■한식이 그리워지면 ……

-까다로운 한국인 만족시킨 솜씨 흥부네가든

졸리튜드나 힐튼 아카디아에서 택시를 이용해 푸켓타운으로 가면 다양한 먹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싼 또옴양꿍이나 팟타이, 쌀국수 등이 저렴해 주머니 또한 행복하다. 푸켓에는 한국식당 또한 많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특색을 찾기가 어렵다. 그러나 지난해 4월에 문을 연 ‘흥부네가든’은 다양한 메뉴와 밑반찬 하나까지 정성이 담겨 최근 많은 여행객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삼겹살부터 낙지볶음, 해물탕, 짜장·짬뽕까지 한국보다 더욱 한국적인 맛을 자랑한다. 푸켓에서는 드물게 한국인 주방장이 있는 까닭이다. 푸껫에서만 20년 이상을 거주한 홍정민 사장<사진>은 “나이가 있다보니 여행객이든 가이드든 자식을 챙기는 심정으로 정성을 다한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푸켓으로 이민 오기 전, 부산에서 식당을 경영한 경험이 있고, 푸켓한인회에서도 빼어난 김치맛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널찍한 공간으로 대형 단체는 물론 최근에는 한국 FIT 여행객은 물론 일본, 러시아 여행객의 방문도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흥부네가든은 빌라 졸리튜드에서 가깝다. 081-895-6078, 5/29 Mu 3 Chaofha Rd., T.Vichit A.Muang Phuket 83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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