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이번 설 연휴에 발리로 떠난 여행객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이 분은 필자의 회사를 통해 여러 차례 여행을 다녔던 단골로 부모님까지 모두 네 명이 함께 빌라 예약을 하면서 현지 일일투어도 요청했다. 발리에 한국인 랜드사가 많지만, 이 고객의 스타일 상 선뜻 연결시키기가 좀 망설여졌다. 그래서 그 빌라의 컨시어지를 통해 현지 투어프로그램이나 차량 가이드를 예약할 것을 권했으나 손님은 굳이 출발 전 예약을 하고 가겠다고 해 한국인 랜드사로 예약을 했다. 그런데 설 다음날 오전에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현지에서는 하루에 50달러던데 왜 180달러로 예약했냐고 말이다.

물론 영어가 시원찮은 택시 기사가 안내하는 것과 한국어 전문 가이드가 안내하는 것은 서비스 질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문제는 서비스 내용의 질적 차이에 비해 이처럼 3배가 더 되는 요금을 지불할 고객이 있는가이다.

패키지 상품이 대세였던 시장에서는 이런 질문 자체가 필요없었다. 물론 여전히 패키지 시장은 강건하다. 여름, 겨울 성수기 때 패키지 상품들이 아웃바운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국내 주요 여행업체들이 모두 패키지가 주력상품이 회사들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언제부터인가 너도나도 ‘FIT’를 부르짖으며 시장 참여를 선언하면서도 정작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하는 모습은 시원찮아 보인다.

그런 와중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제로컴을 선언했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직판을 겸하는 모습이며, 좌석공급도 FIT 판매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계 항공사들 역시 본사의 영업전략에 따라 포탈 및 언론사 사이트에 배너광고를 뿌리며 직판 할인이벤트를 수시로 벌이고 있다. 해외 호텔들의 행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호텔, 리조트, 빌라들은 직판과 온라인 판매, FIT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다만 공급이 태부족인 우리나라 서울 지역의 호텔들만이 인맥 따라 공급되는 경향이 여전할 뿐이다.

여행상품의 핵심인 항공사와 호텔이 이렇게 움직이고 있는데도 여행사들은 여전히 패키지에 매달려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FIT는 먹을 것이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우리나라의 여행사들이 아웃바운드 중심의 판매대리점 형태라 사업의 포트폴리오가 부실하고 상품기획력이 떨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일본처럼 한 여행사에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가 함께 있다면 시장 외풍에도 훨씬 덜 시달리면서도, 시장의 안팎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상품을 구성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여행사라면 여행상품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1만개나 된다는 우리나라의 여행사 중에 경쟁력 있는 상품 구성을 직접 할 수 있는 곳이 몇 곳이나 될지 궁금하다. 그러다보니 인바운드 여행사들조차 저가 패키지 상품을 파는데 급급해 팔면 팔수록 밑진다는 소문이 흉흉하다. 외국인 손님은 넘쳐도 여행사는 남지 않는다는 것은 직설적으로 말해 손님들에게 팔 수 있는 상품을 만들 능력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현재의 슈퍼마켓 수준의 여행사로는 여행산업이 더 커지고 발전한다한들 생존의 문제는 여전히 남을 것이다.

발리의 손님들이 귀국한 다음날 담당 과장이 먼저 손님에게 전화를 했다.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자 고객은 더 이상은 성화를 부리지 않았다. 떠나기 전에 현지 사정을 솔직히 얘기했던 것이 면피가 됐던 것일까? 손님이 우리 상품을 사고 싶어서 안달날 만큼 여행사업 속편하게 할 날은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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