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인
노매드 미디어&트래블 대표이사
twitter.com/ddubuk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가 빚은 갈등은 정치권으로 옮겨지더니 우리 사회에 복지 논쟁을 불붙였다. 누구는 ‘능력 있는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이 정의’라고 주장하고 또 다른 이들은 ‘더 많이 가졌으니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복지 정의’라고 맞선다. 이렇게 정의에 대한 개념까지 사람들을 우왕좌왕하게 만들더니 도저히 대중서라고 볼 수 없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올라버리고, 신자유경제라는 것이 결국 부자국가의 정치적 꼼수라고 주장하는 장하준 교수의 불온한 책(?)은 경제서임에도 40만 부나 팔려버리는 기현상을 낳으며 정의의 혼란에 자유시장의 의혹까지 가세시킨다.

잘 살아가기 위해(복지), 무언가를 나누는 것(분배)을 두고 이렇게 정의의 충돌이 일어나고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들뢰즈와 가타리라는 철학자가 ‘앙티 오이티푸스’에서 역설한 ‘욕망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근본 동력’이라는 주장은, 자본주의의 속성을 정확하게 짚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저마다 다른 욕망이 공동의 선으로 합치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보수든 진보든 복지와 분배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정의라는 것에 대해서는 ─비록 상황인식과 방법이 다르다해도─ 같은 지향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여행업계에서 복지와 분배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듯하다. 즉, 크고 작은 여행사가 더불어 자기의 역할과 밥벌이를 하면서 균형있는 공생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의 분배를 정의의 차원에서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그 답은 우리 사회의 정의와 복지 논쟁처럼 쉽게 답을 내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여행사의 빈익빈부익부가 이미 선명해져 버린 지금이 바로 그러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우리 여행시장의 구조적 변화 중 으뜸은 대소형 여행사의 명확한 분할이다. 자본의 힘으로 항공좌석 등을 선점하고 물량의 힘으로 더 경쟁력 있는 판매가격을 낼 수 있는 대형 여행사의 규모화, 독점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자본에서 소외된 작은 여행사는 성수기에는 항공좌석이 없어 상품을 못 팔고 비수기에는 고객이 없어 상품을 못판다.

항공사의 수수료 폐지는 크고 작은 여행사에게 모두 적용되는 정책인 듯하지만, 부자 여행사를 더 부자 되게 하고 가난한 여행사를 더 가난하게 만들 것이라는 예측은 현실 속에서 증명되고 있다.

플랑크톤이 많은 어장에서 큰 물고기도 잘 살 수 있다는 자연법칙은 여행업계에도 그대로 통용된다. 몇 개의 대형 여행사로 여행상품 공급이 독점화 될 때, 그 폐해는 결국 여행소비자가 떠안는다. 소비자가 다양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높은 만족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은 크고 작은 여행사의 자유 경쟁 속에서 가능한 일이다.

분배는 단지 가지고 있는 재화를 누군가와 나누는 것에만 국한하는 개념이 아니다.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기회의 분배를 실천하는 것이고 애플사의 어플리케이션 오픈 마켓은 개발자에게 판매망을 분배한 좋은 예이다. 홀세일 여행사가 수많은 소형 여행사와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이것은 오늘의 한국여행시장에서 실로 의미 있는 분배라 말할 수 있다. 지금도 일부 여행사에서는 그런 시도를 하고 있지만, 홀세일 여행사는 이것이 갑과 을의 종속관계가 아니라 먼저 시장을 장악한 자의 정의라는 윤리적 인식을 가져야 하며 그 실천을 좀 더 공격적으로 해줘야 한다.

항공사도 소형여행사의 전문화되고 차별화된 기획 상품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며 인큐베이팅한다면 그것이 분배 정의가 될 것이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는 공생이라는 여행업계의 정의에 대해 좀 더 많은 담론과 방법을 쏟아 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묻는다. 여행업계의 정의란 무엇인가?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