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해 kyonghae@commkorea.com
(주)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대표

미국 PR(홍보)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워드 버네이즈는 PR을 ‘하나의 행동(one ACTION)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 이라고 말한다. 1920년대 여성이 담배 피우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자유의 횃불’이라는 한 번의 이벤트로 여성 흡연을 자연스럽게 바꿨다. 럭키스트라이크는 담배갑이 여성들이 싫어하는 녹색을 사용해 여성들의 인기를 끌지 못한다고 생각해 녹색 무도회라는 단 한 번의 이벤트로 녹색을 유행의 색깔로 바꾼 PR의 천재다.

우리나라 경상북도에는 청송이라는 곳이 있다. 청송에는 계곡과 암벽이 장관인 주왕산과 달기 약수, 얼음골 사과 등 한번 보거나 맛보면 누구나 반할 만한 관광명품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자연경관 속에 사는 청송 사람들에게도 고민거리는 있다. 바로 ‘청송 교도소’다. 청송에는1980년에 신군부가 사회정화를 이유로 세운 보호감호소 3개소와1993년 신설한 청송 제2교도소 등 전국적으로 유례없이 4개의 교정 시설이 들어서 있다. 더구나 오래 전부터 장기수 흉악범들을 수용하는 악명 높은 교도소로 알려져, 청송군의 지역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것이 사실이다. 이에 지역 주민들은 청송이 청정하고 아름다운 곳임을 알리는 노력을 쉼 없이 펼쳐왔으나 결실을 거두진 못했다.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는 청송군 홍보를 맡으면서 한동수 군수와 머리를 맞대고 청송 교도소 명칭 변경을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오피니언 리더들과 언론의 논설위원들에게 청송의 딱한 사연을 호소했다. 또 고향인 청송을 떠나 타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언론사에 독자투고를 하기도 했다. 이런 독자투고에는 ‘청송의 눈물’이라는 제목을 가진 글도 있었다. 이런 노력들은 관련부처의 최고위 공무원의 눈에도 띄어 지역을 방문하는 계기를 만드는 동시에, 청송교도소의 명칭과 관련한 안건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해 청송교도소의 이름은 비로소 ‘경북 북부교도소’가 되었다. 이것은 PR의 승리이면서 지역 군민의 승리였다.
이제 청송하면 사람들은 주왕산과 얼음골 사과, 암벽등반을 먼저 떠올리게 됐다. 2만5,000명 군민의 숙원사업이 해결되면서, 한동수 군수가 지향하는 의욕적인 사업이 날개를 달게 되었다.

한 군수가 꿈꾸는 청송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산악스포츠 메카이다. 주왕산 북쪽에 자리잡아 소나무숲과 깊은 계곡, 능선을 따라 조성된 13.8km의 태행산 MTB코스와 산악마라톤코스, 방광산 활공장, 트레킹코스, 얼음골빙벽밸리 등은 청송이 전국최고의 사계절 산악 스포츠의 메카로 자리잡는데 손색이 없는 시설들이다. 지난 1월에는 아시아 최초로 ‘2011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을 청송군 얼음골 빙벽장에서 개최했다. 얼음골 빙벽장은 국내 최고 높이의 빙벽을 자랑하며 매년 많은 아이스 클라이머들이 찾는 청송군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특히 이 대회는 유럽을 제외한 지역으론 한국 청송에서 최초로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산악스포츠의 메카로 청송을 알린 것과 별도로 청송은 매년 가을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청송 사과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특히 청계 광장에 수백 개의 사과를 띄워 청송과 함께 청송사과를 알린 이벤트는 신문과 방송, 인터넷을 통해 알려졌고,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될 만큼 큰 인상을 남겼다. 또 한 군수는 군민들과 함께 청송사과를 수출하기 위해 중국, 말레이시아 등으로 직접 세일즈 외교를 나서기도 했다.

이런 청송의 변화들은 지도자 한 사람의 능력으로 어떻게 도시와 지역이 달라질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필자는 최근 아부다비를 방문했다. 아부다비는 미래에 대비해 루브르 박물관, 구겐하임 미술관 등을 건설하고 있다. 또 페라리 테마 파크가 당당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최대의 저탄소도시 건설하겠다는 아부다비의 의지를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런 아부다비의 모습에서 다시 한 번 지도자 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하고 큰 역할을 하는지 볼 수 있었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