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정작 문제의 당사자들은 침묵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특히 문제에 직면해 있는 당사자들은 문제를 외면하고 여론을 잠재우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를 일컬어 ‘침묵의 카르텔’이라 한다. 여행업계에서 침묵의 카르텔을 고수하는 곳이 바로 호주 여행시장이다.

얼마전 80여명의 가이드들이 시드니가이드협의회를 발족하고 ‘가이드피를 인상하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할 것’임을 통보했다. 랜드사가 가이드협의회의 요구안을 받아들임으로써 파업까지 불거지지는 않았지만 과거의 사례에 비춰볼 때 문제 해결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호주 현지에는 쇼핑센터의 힘이 날이 갈수록 더 커지고, 랜드사와 쇼핑센터의 유착관계도 불공정한 방향으로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여행객들의 쇼핑 수요도 예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이드들이 파업을 선언한 것은 어찌보면 불가피한 결과였다.

문제가 심각함에도 취재 중 만난 호주 여행업 관계자의 다수는 ‘침묵의 카르텔’을 불가피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취재원들은 업종을 불문하고 “이런 사건이 처음있는 것도 아니고 전혀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악순환은 불가피한 것 아닌가”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런 태도는 호주 여행시장의 정상화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취재원의 말처럼 그동안 주체나 항의 방법만 달랐을 뿐이지 파업을 전제로 한 움직임은 종종 있었고,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악순환의 연속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어쩔 수 없잖아’라는 당사자들의 냉소다.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단정하는 풍토에서는 작은 시도조차 현실화되기가 힘들다. 사실 당사자들 스스로가 지상비를 깍아 상품가를 낮추고 현지 쇼핑으로 억지 수익을 내는 현 모델이 구시대적이고 불공정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상품가를 낮춰 눈 앞의 수익을 보전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상품의 정상화를 이루는 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냉소와 침묵 대신 ‘변화’를 위한 노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