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발생한 규모 9.0의 대지진으로 여행업계는 또 하나의 난관에 봉착했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세계가 하나 같이 움직이는 시기에다 워낙 환경적인 변수에 민감한 여행업계는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 과거에도 역시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가 컸는데 특히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했던 과거의 상황과 그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재난 발생 시마다 취소 급증 등 피해
-과거 재난시 ‘V자’회복 추세 많아



■고가도로도 누웠다…한신(고베)대지진

일본에서 일어난 이번 지진과 유사한 형태의 사례는 한신(고베)대지진이 꼽힌다. 허무하게 무너져 누워버린 한신고가고속도로가 아직도 악몽처럼 남아있는 한신(고베)대지진은 지난 1995년 1월17일 발생했다. 당시 규모는 7.3이었고 공식 사망자 수는 6,434명, 피해액은 약 10조엔 으로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 피해가 컸던 지진으로 기록됐다.

1995년 전체 방한객의 44.4%를 차지했던 일본에 발생한 재난은 곧 우리나라 여행 업계의 재앙과 일맥상통했다. 당시 지진 영향권에 든 시가, 교토, 오사카, 효고, 나라, 와카야마, 미에현 등 7개 지역의 방한 점유율이 3년간 17.6%에 달해 비중이 컸던 것에 더해 일본 전역에서도 많은 취소가 일어났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1995년 1월 일본 입국자 수는 11만2,902명으로 전년의 20만2,955명에 비해 44%나 감소했으며, 2월에는 11만5,998명이 방문해 전년의 24만3,608명 대비 52.4%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부 지진에 의한 영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상당한 영향이 미쳤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웃바운드 역시 여행심리 위축으로 인해 일본을 방문하려던 국내여행객들의 예약취소가 속속 나타나 지진 발생 후인 23일에는 간사이 지방 예약이 거의 100% 취소됐고, 도쿄, 큐슈 등 기타 지역들도 60∼70%의 취소율을 보이는 등의 후유증이 나타났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예약문의 대신 예약취소접수에 온종일 시달리는 현상도 빚어졌다.

■사망자 30만명…인도네시아 쓰나미

지진으로 인한 또 하나의 아픈 기억은 지난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졌다. 12월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북서쪽으로 1,620㎞ 떨어진 바다에서 규모 9.3의 강진이 발생했는데 이후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는 인도네시아 24만명 이상, 스리랑카 4만여명 등 총30만명에 이르렀다.

당시 직접적인 해일 피해를 입지 않은 방콕과 파타야, 치앙마이와 같은 태국 전역과 인도네시아 발리 등에도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면서 동남아시아 전체로 예약 취소가 번졌다. 인도네시아 쓰나미로 항공사는 동남아시아행 항공편 전반을 점검했는데 주요 국적사의 푸켓, 페낭, 방콕, 하노이 등에서 전면 또는 일부 운항 취소를 결정했다. 여행사들 역시 보도가 나간 이후 단 3일 만에 30%에서 50%에 가까운 취소 사태를 겪는 등 홍역을 치렀고, 손을 놓을 수만은 없기에 대체 목적지로 베트남과 중국을 주목하기도 했다.

랜드사들은 계약 리조트가 직접적인 피해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영업에 문제가 없기에 100% 취소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등 전 여행업계가 새해 초부터 커다란 혼란을 겪었다.
해당 지역의 여행객도 크게 줄었다. 한국관광공사의 2005년 1월 출입국 동향분석을 보면 태국을 찾은 우리나라 관광객은 3만9,101명으로 전년 대비 53.3% 감소를, 싱가포르는 1만2,342명으로 23.2% 줄었고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여행객은 15.7%, 말레이시아 여행객은 15.1%가 각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인바운드도 마찬가지로 홍콩에서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은 1만952명으로 전년 대비 55.7%가 줄었으며, 태국은 7,353명으로 14.7% 감소, 말레이시아는 4,539명으로 43.9% 감소, 싱가포르는 4,424명으로 21.2% 각각 줄었다.

■중국발 곡소리…쓰촨성 대지진

중국에서는 지난 2008년 대지진이 발생해 여행업계에 긴장감을 일으킨 바 있다. 5월12일 쓰촨성(사천성)에서 규모 8.0의 대지진이 발생했는데, 공식 사망자가 약 7만명, 중상자 37만명, 피해액은 1,500억 위안에 달했다.

지진으로 인해 쓰촨성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던 구채구의 경우 육로가 파괴되면서 행사 취소가 불가피했다. 또한 ‘중국’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지진에 대한 우려감이 번졌고 베이징에까지 진동이 느껴졌다는 언론 보도 이후 가족단위 여행객이나 효도관광을 떠나는 노년층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전체적으로 취소율이 높아졌다. 여행업계는 중국에서 베이징·상하이·장자지에를 주축으로 황산과 구채구의 수요가 가장 많았던 데다 당초 예측했던 일본이나 동남아 시장으로의 반사이익도 미미하자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더우기 쓰촨성 지진에 여행 자제 분위기가 나타났고, 베이징올림픽도 눈앞에 놓이면서 비자 발급이나 입국 심사 등을 까다롭게 적용해 인·아웃바운드가 고루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방한 중국인수는 1-4월까지 전년대비 35.8%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다가 쓰촨성 대지진에 따른 해외여행 자제분위기로 인해 5월에는 8.7% 증가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고, 이어진 6월에는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4.1%)을 나타내기도 했다.

■재해 이후 회복세는‘V자’ 그려

이런 재해가 발생한 이후 회복에는 얼마나 걸렸을까. 1995년 1월의 한신(고베)대지진으로 내국인 일본 출국자는 1월 8만8,830명에서 2월에는 7만2,103명 선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비수기인 3월에 8만2,070명을 기록했고 7월 성수기에는 8만9,532명이 방문했다. 일본 인바운드 역시 1월 방한객은 11만2,902명이었으나 2월에는 11만5,998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고 3월에는 14만1,609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인도네시아 쓰나미의 경우에도 회복은 빠른 편이었다.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방문객은 1만4,529명에서 1월에는 1만595명으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2월에는 1만3,142명이 방문해 회복세가 완연했다. 가장 큰 감소세를 보인 발리의 경우 하나투어 자료에 따르면 2004년 1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125% 상승했으나 쓰나미 발생 후 1월에는 -16.7%를 기록해 급감했다. 하지만 2월에는 60% 상승으로 다시 오름세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

쓰촨성 지진의 경우 올림픽 시즌과 겹치면서 회복시기를 논하기가 다소 어렵다. 하지만 인바운드의 경우 2008년 5월에 전년 동기 대비 8.7% 늘어난 9만1,000명 방문에서 6월에는 4.1% 감소한 7만5,000명으로 급감한 후 7월에는 5.6% 증가한 10만명을 달성해 V자 회복세를 보여준 바 있다.

■기회와 위기 여부 냉정히 따져봐야

지진이나 쓰나미로 인한 피해는 사실 인간의 힘을 넘어선 범주이므로 대처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피해 사실 보다는 이후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기회와 위기 여부를 냉정히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한신(고베)대지진 때는 일본 니케이 지수가 0.6% 하락하는데 그쳤고 지진 8개월 만에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이번 도호쿠 대지진은 워낙 피해지역이 넓고 원전 폭발의 변수가 남아 있어 섣부른 전망은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때문에 여행사마다 향후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관광객들이 쓰나미 피해를 보지 않은 다른 아시아지역을 여행지로 선택하게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시장 회복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응답도 있다. 하지만 다른 측에서는 일본의 지진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회복세를 보이는 세계경제에 부담이 되고, 중동 정정불안, 중국발 인플레이션 우려, 고유가 등의 위험에 겹친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하며 일단 지켜보자는 상반된 입장을 보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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