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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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9, 사망실종자 공식집계만 3만명, 우리나라 1년 예산과 맞먹는 300조의 재산피해. 3.11 일본 도호쿠 대지진의 결과가 얼마나 참혹했는가를 재삼 말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이런 상상도 못했던 일을 겪고 난 후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능력을 가진 게 인간이다.

무엇보다 재난 초기 일본인들이 보여준 모습은 감동이었다. 사실상 공공의 질서가 무너진 상태에서 각 개인들이 보여준 절제된 행동은 “역시 일본!”이라고 할만 했다. 그것이 장기간의 고도화된 교육에 의한 것이든, 개인의 자발적인 각성에 의한 것이든 집단을 이루고 사는 인간 사회가 외부 재난에 대처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일본이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된 후 드러난 상황은 지진 직후와 사뭇 대비가 된다. 어찌 보면 일본에서 지진은 새로울 것이 없는 재난이다.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태생적으로 일본인들은 지진에 대처하는 DNA가 내재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소가 망가져서 방사능에 누출되고 불특정 다수가 언제 어떻게 당할지도 모른다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자 일본 사회도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단기간 문제를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이 불가능해지자 정부와 국민 사이, 일본과 이웃 국가들 사이에 신뢰가 붕괴될 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구상에서 손꼽히게 부유하고, 과학기술이 발전한 나라가 인구 1,000만명이 사는 수도에서 불과 250km 떨어진 원전에 쩔쩔매는 모습은 일본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 대재앙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이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했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자문을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이 질문에 우리는 쉽게 일본보다 더 잘 대처할 수 있다고 답하지 못한다. 훨씬 더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이들도 많다. 우리의 집, 아파트, 빌딩, 도로, 철도 등은 재난에 대해 충분히 대비해 만들어졌을까, 실제 상황이 벌어지면 중앙정부는 어떻게 대응할까, 집과 일터를 잃은 국민들의 사후 대책은 어떻게 제공될까 등등 우리는 이런 비상상황에 대해서 누구도 잘 대비하고 있지 못하다.

국가적으로 이러할진대, 우리 여행산업은 어떨까? 지난 몇 년 사이에 사스,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환율 폭등, 유럽 재정 위기, 아이슬란드 화산폭발, 중동 시위 그리고 이제는 일상 같은 폭탄 테러까지 초대형 사건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보았다. 그때마다 시장은 얼어붙고 여행사들은 직원을 내보내고,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곤 했다. 2008년 환율 폭등이 있었을 때 필자는 여행사들이 환율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수소문했지만, 어느 회사도 이에 대해 자신 있게 답을 주지 못했다.

위기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비상계획)이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의 차이가 사업의 명운을 가르는 곳이 바로 여행산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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