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겸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tourlab@jnu.ac.kr

완연한 봄이다. 매화와 산수유가 꽃잎을 떨군 자리에 뭉게구름처럼 벚꽃이 피어 올랐다. 따사로운 봄기운에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풀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봄 여행을 떠나 지금 남도는 가는 곳 마다 인산인해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문득 궁금해진다. 우리는 왜 여행을 하는가?

많은 지역이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해 축제를 벌이고 관광지를 개발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왜 여행하는지 그 이유를 생각하지 않는다. 흔히 ‘국제 수준의 시설과 볼거리’를 만들면 사람들이 저절로 찾아올 것으로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 유명 관광지와 식당을 퍼즐처럼 맞춰 놓은 패키지 여행 상품 또한 마찬가지다. 이제 사람들이 왜 여행하는지 그 이유에 주목하고 그들이 원하는 가치(value)를 창출할 때다. 현대 사회에서 여행은 단순히 일상을 떠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40년 동안 노래한 나훈아는 말한다. 가수는 꿈을 파는 사람이며, 무대는 꿈이어야 한다고. 사람들이 공연을 보고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하고 탄복하는 무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꿈이 필요하단다. 그런데 꿈을 팔려면 스스로 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공연이 끝날 때면 꿈이 고갈되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럴 때면 한국의 산골짜기로, 해외의 아름다운 여행지로 떠나고 좋은 공연도 보면서 다시 꿈을 담는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여행은 꿈을 채우는 과정’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힘겹지만 오늘날 도시에서의 삶은 더 고달프다. 그야말로 전쟁이다. 입시전쟁을 넘으면 취업전쟁이고 한 숨 돌리는 듯 싶으면 치솟는 물가와 싸우며 먹고 살기 위해 벌이는 생활 전쟁이 이어진다. 도시인들은 물질적인 풍요는 누릴지 모르나 마음의 풍요는 누리지 못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각박한 도시생활에 몸과 마음이 지치고 꿈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가슴 한 구석은 늘 채워지지 않는 물음이 있다. ‘과연 행복이란 무엇이며, 잘 산다는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여행은 이처럼 일상의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안이다. 각박한 도시생활에서 몸과 마음이 지친 도시인들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은 결코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있지 않다. 더 갖고 덜 가지는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속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는 ‘걷기여행’, ‘슬로시티’도 따지고 보면 지친 도시인들이 속도를 늦춰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얻고자 함이다. 여행을 떠나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열매를 맺는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가슴에 담는 것으로도 충만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여행이란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장소와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며, 타인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장소(change place)를 바꾸면 새로운 시간(time)을 경험할 수 있으며, 색다른 경험은 새로운 생각(thought)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생각이 결국 우리의 미래(future)를 바꿔 놓을 수 있다.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여행을 떠나라. 잠시 팍팍한 일상을 접어두고 여행을 떠나 꿈을 채우라.

다시 여행업을 생각한다. ‘업(業)의 개념’이란 게 있다. 여행업은 무엇을 파는 업이며, 여행사 직원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여행업의 개념은 일상에서 잊어버린 꿈을 일깨워주고, 채워주는 ‘꿈의 비즈니스’여야 한다. 당연히 여행사의 직원은 ‘꿈을 채우는 사람’, ‘운명을 바꾸는 사람’이어야 하고, ‘꿈이 가득한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다시 한번 물어보라. 당신이 기획한 봄여행 신상품, 그리고 당신의 가슴이 과연 꿈으로 가득한가? 그렇다면 올 봄 성공을 예감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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