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컴(Zero Commission) 체제 도래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여행사 등록 수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시장보다 앞서 제로컴 체제로 전환됐던 미국의 경우 제로컴 이후 3년 만에 여행사 숫자가 30% 감소했다는 조사결과(2007년 6월 아마데우스 보고서)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었다. 그 점을 생각하면 등록 여행사업체 수 증가는 의외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제로컴 불구 2010년 여행사 10% 증가

한국시장에서 제로컴 체제가 본격화된 것은 대한항공이 2010년 1월부터 여행사 대상 판매수수료 제도를 폐지하면서부터다. 그 전에 이미 다수의 유럽계 항공사들은 수수료 제도를 폐지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적사인 대한항공의 제로컴 결정은 사실상 한국시장의 제로컴 진입을 의미했다. 실제로 올해 4월1일부터는 아시아나항공도 국내선 및 국제선 모두에서 수수료 제도를 폐지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 15일 발간한 ‘2009 관광사업체 기초통계’에 따르면 2009년 12월31일 기준 전국의 여행사 등록 수는 일반여행업 951개, 국외여행업 2,907개, 국내여행업 1,362개, 국내 및 국외 겸업업체 3,449개로 총 8,569개사에 달했다. 이는 2008년의 8,499개보다 70개가 늘어난 수치다.

관광진흥법상 여행업 종류는 일반여행업, 국외여행업, 국내여행업의 3종류로 분류돼 있지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경우 국외여행업과 국내여행업에 동시에 등록한 업체를 ‘국내·외 여행업’으로 별도로 구분해 집계했다. 국내외여행업 1개사는 국내 및 국외여행업에 각각 등록했기 때문에 등록 기준으로는 2개에 해당한다. 이 기준에 따라 2009년의 3개 여행업종의 총 등록 숫자를 계산하면 1만2,018개에 달한다.

그렇다면 제로컴 체제가 본격화된 2010년의 여행사 수 추이는 어떨까.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올해 최초로 전국 지자체 전수조사를 통해 집계한 관광사업체 현황에 따르면 2010년 12월31일 기준 전국의 여행업 등록 숫자는 총 1만3,183개(일반여행업 1,215개, 국외여행업 6,714개, 국내여행업 5,254개)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의 1만2,018개보다 1,165개 증가한 수치로 증가율은 10%에 육박한다.

■자본금 규정완화로 진입장벽 낮아져

조사주체와 기준상의 차이가 있고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했겠지만, 단순히 여행업 등록 숫자로만 파악한다면 제로컴으로 인해 여행사 숫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당초의 우려는 빗나간 셈이 된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여행사들이 비교적 순조롭게 제로컴 체제에 적응하고 있다는 추정도 가능한 대목이다.

제로컴 체제 도래에도 불구하고 여행사 등록 숫자가 오히려 10% 가까이 증가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여행업 등록에 필요한 자본금 기준이 제로컴 체제 도래와 함께 대폭 완화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행업 자본금 규정은 규제완화 차원에서 2009년 12월부터 기존보다 완화, 적용됐다. 기존 3억5,000만원이었던 일반여행업의 등록 자본금 규정은 2억원으로 하향됐으며, 국외여행업도 기존 1억원에서 6,000만원으로, 국내여행업도 기존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자본금 규정 완화로 여행업 진입장벽이 낮아져 신규 등록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일반여행업 등록업체의 경우 2009년에는 951개사였지만 2010년에는 1,215개사로 28%(264개사↑) 급증했다.
여행업 자본금 규정 완화와 함께 2010년 여행경기가 활황세를 보였다는 점도 제로컴의 파고를 낮춘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제로컴 연착륙? 아직은 시기상조

일단 제로컴 원년이었던 2010년의 여행사 숫자가 증가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제로컴 체제로의 전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최종 여파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올해 4월1일부터 아시아나항공도 제로컴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에 그 여파가 더 두드러질 것이고, 여행사 숫자라는 외형적 차원 못지않게 내부적인 변화상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극심한 침체양상을 보였던 2009년의 경우 여행업계 고용 및 매출액 규모도 크게 하락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9년 여행업 종사자 수는 4만6,989명으로 2008년의 5만4,661명과 비교해 무려 14%(7,672명)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여행사 1개소당 평균종사자 수도 2008년의 6.4명에서 5.5명으로 하락했다. 여행사 1개소당 평균 종사자 수는 2007년과 2008년 모두 6명대를 유지했지만 2009년에 들어 5명대로 하락한 것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일반여행업의 경우 전체 종사자 수가 2008년 대비 5.5% 증가했지만, 그 외 업종(국외 -23.5%, 국내 -6.1%, 국내외 겸업 -26.6%)은 모두 하락했다.

제로컴 체제 역시 제대로 연착륙하지 못한다면 여행경기 침체와 같은 외부악재 못지 않은 여파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2009년의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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