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의 국내선 제로컴 정책이 실시된 지도 1개월이 지났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4월1일부터 국내선 제로컴을 실시한 데 이어, 대한항공도 오는 7월1일부터 역시 국내선 제로컴을 시행한다. 당초 국내 전문 여행사는 규모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작은 업체가 많기 때문에 발권수수료가 사라지면 여파가 국제선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돼 왔다. 또한 제로컴에 대응한 타 항공사와 여행사들의 움직임도 뒤따르는 만큼 시장판도의 재편을 전망하는 관계자도 다수인 상황이다. 국내선 제로컴 실시 이후 현재 상황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 주>

-여행사 “LCC 비중 더욱 올라갈 것”
-OZ·KE도 VI 등 보완 장치 마련 중
-문제는 좌석…대형항공사 파워 여전




■국내선 제로컴, 아직은 미풍?

아시아나항공을 취급하는 비중에 따라 여행사의 반응이 다르지만 아직은 생각보다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이 여전히 5%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사로서는 대한항공 판매 비중을 높이면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공격적으로 국내선 제로컴을 먼저 선언한 아시아나항공은 시장 점유율 위축이 우려되는 만큼 어려움이 크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6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제로컴에 대응한 별도의 프로모션을 시행 중이다. 먼저 1개월 운송실적 기준으로 서울은 4,000만원 이상, 지방은 3,000만원 이상을 달성한 업체에 한해 볼륨인센티브(VI)를 3% 제공한다. 기준액은 지역별 차이와 국내 여행사 상위 50% 업체가 전체 매출의 80%를 가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산정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일단 6월까지 시행할 예정으로 그 이후 계획은 시장동향에 따라 유동적”이라며 “7월 이후에는 지급요율 조절이나 대리점 특성별로 분리해 운영하는 방법이 있겠으나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KE도 제로컴 이후 준비 중

첫 제로컴을 시행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이러한 조치로 규모가 있는 여행사들은 당장의 소나기를 피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5%의 발권수수료가 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실적에 따라 3% 정도가 보완되는 만큼 최악의 상황은 일단 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제로컴으로 인해 눈에 띄는 타격은 ‘예상보다는 적다’는 의견이다.

7월에 국내선 제로컴을 시행하는 대한항공 역시 제로컴 이후 별도의 방안을 강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행일 이전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충분히 검토를 하고 정책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측은 “아직 7월 이후의 국내선 정책에 대해서는 확실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어떤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타 항공사와 비슷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서둘러서 발표하기 보다는 6월말에나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국내선 관련 여행사는 뚜렷한 대응책을 세우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한항공 역시 VI를 지급하는 등의 지원책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7월 이후에도 VI지급을 계속한다면 대한항공에도 압박으로 다가갈 것”이라며 “대한항공 역시 손 놓고 당할 수는 없는 만큼 대형 항공사의 VI 정책이 경쟁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행사 “LCC 비중 높아질 것”

하지만 일시적인 조치일 뿐인 만큼 좀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VI는 말 그대로 인센티브일 뿐으로 주요 수입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주목되는 것은 바로 저비용항공사(LCC)다.

현재 저비용항공사는 발권수수료나 PF티켓(Promotional Free Ticket)을 지급하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으며 별도의 폐지 계획도 밝히지 않은 만큼 제로컴의 피신처로 떠오르고 있다. 여행사마다 제공폭과 혜택이 다르지만 제주항공의 경우 국내선 발권 시 4% 수준의 수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진에어와 이스타항공은 일정 발권금액을 달성하면 PF티켓을 제공한다. 에어부산은 할인율이 높아서 할인폭의 일부를 여행사가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티웨이항공은 여행사와의 협조가 아직 활발하지 않지만 향후 B2C외에 B2B로도 폭이 넓혀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가격의 장점이 빛나는 저비용항공사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는 모습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선 여객은 전체적으로 1.4% 감소했으나,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국내여객 수송량이 180만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1.2배 상승했고, 분담율도 40.9%를 차지했다. 2008년 1분기에 6.7%에서 지난해 1분기 34.2%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놀랄만한 수치다.

또한 기존과 달리 모두 7개의 항공사를 이용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여행객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추세에 따라 여행사도 자연스럽게 저비용항공사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만큼 대형항공사의 제로컴 여파는 상당부분 상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여전한 대형항공사 파워

그러나 저비용항공사가 대세라 해도 대형항공사의 영향력은 여전히 무시하기 어렵다. 일단 저비용항공사는 시기에 따라 소셜커머스를 통한 기획판매도 하는 등 직접 판매하는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대형항공사는 여행사에 블록을 제공하는 안정적 좌석 공급의 매력이 비교적 높다. 또한 연령별로도 항공사 이용 성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변수다. 20~30대 젊은 층은 저비용항공사 이용률이 높지만 중장년층은 상대적으로 대형항공사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성격별로 보면 패키지 상품, 인센티브, 골프 등의 수요 역시 이왕이면 대형항공사를 더 원하는 경우가 많다.

웹투어 국내사업부 김현우 과장은 “젊은 층의 저비용항공사 이용률이 60%를 넘어가고 있지만 아직 중장년층은 대형항공사 선호도가 높고, 어버이날 등의 특정일에도 마찬가지”라며 “따라서 에어텔은 저비용항공사 이용이 많지만 중장년층 구매가 빈번한 패키지 상품 등은 대형항공사의 비중이 높아서 제로컴 이후 향후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여행사들은 제로컴 이후에도 아직 취급수수료를 받는 것에 자신감이 없는 상황이다. 이는 저비용항공사뿐만 아니라 작으나마 대형항공사의 VI를 차선책으로 심을 만한 이유이며, 성수기 좌석 확보 때문에서라도 대형항공사를 소홀히 할 수 없기도 하다.

■비수기 사라져 좌석이 관건

특히 국내선 수요가 많은 제주도의 경우 좌석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관건이다. 주말에는 제주도 올레길 등의 영향으로 좌석이 없어 가지 못하는 지경이기에 ‘문제는 가격이 아닌 좌석’이라는 것. 필요하다면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대형항공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대형항공사의 블록을 가지고 있는 업체는 상품 판매에 대단한 강점을 지닌다. 좌석만 원하는 타 업체에게 추가 수수료를 얹어 판매하기도 하며, 항공권만 개별 판매하기보다는 상품으로만 구성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상품에 이익을 녹일 수 있어 보다 많은 수익이 창출된다.

헬로우제주 김영국 대표는 “주말 제주도 여행의 경우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좌석난이기에 취급수수료와 같은 비용을 요구하더라도 필요한 소비자들은 지불하기 마련”이라며 “그만큼 주말 블록이 중요한 것이 요즘 상황인데, 대형항공사가 제공하는 블록을 가진다면 안정적인 좌석 확보가 가능하고, 그만큼의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당장 피해가 미미하다는 여행사조차 저비용항공사의 직판 정책, 대형항공사의 제로컴에 따른 수익 악화로 향후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따라서 여행사들은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 사이에서 무조건적인 쏠림보다는 어느 정도의 균형추 맞추기에 신경 쓸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추가적인 수익원 확보를 위한 전략 세우기에도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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