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Expedia)가 한국 직판 사이트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여행업계에 어떤 파장을 끼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 업체들과의 제휴 확대를 비롯해 자회사인 호텔스닷컴의 한글 사이트 오픈 등 점진적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해온 익스피디아가 직접적으로 뛰어들게 되면 온라인, FIT 여행시장에 큰 자극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한국 토종업체들이 잠식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반면 한국시장의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국내시장 진출을 앞둔 익스피디아의 행보
■2008년 11월 호텔 예약 전문 자회사인 호텔스닷컴, 한국어 웹사이트 오픈
■2009년 5월 (주)익스피디아코리아 설립 - 인바운드 시장 진출
■2009년 11월 호텔 B2B 제휴를 담당하는 자회사인 EAN, 호텔엔조이와 제휴
■2011년 3월 EAN 한국지사 설립
■2011년 3월 상용여행 전문 자회사인 이젠시아(Egencia), 세방여행과 제휴
■2011년 6월(?) 익스피디아 한국 글로벌 사이트 개설


-토종 업체들과 마케팅 전면전 예고
-시장 독점 우려 VS 파이 확대 기여

■우선은 호텔부터…항공은 연내에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익스피디아의 한국 사이트 오픈이 6월로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마케팅 대행사를 선정하고 있는 중으로 여름 성수기인 7, 8월을 앞둔 시점에 오픈하는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애초 1사분기를 계획했으나 일본 지진 사태로 아시아 시장 전체에 대한 계획이 조정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익스피디아는 우선적으로 호텔 예약 서비스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익스피디아 아태 지역 전무(Managing director)를 맡고 있는 댄 린(Dan Lynn)은 지난 2월 싱가포르의 온라인 여행전문지 웹인트래블(Web in Travel)과의 인터뷰에서 “1사분기에 한국과 태국 사이트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독특한 GDS 시스템 때문에 항공권 예약 서비스는 차후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익스피디아는 현재 20개 글로벌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멕시코 사이트만이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데, 한국도 이와 같이 호텔, 렌터카, 현지투어만을 판매할 계획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항공권 판매는 올해 내에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제휴사 확대에 속도 내는 토종업체들

이처럼 익스피디아가 호텔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온라인 호텔 예약 분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모두투어, 하나투어 등 대형 여행사들이 자체 호텔 예약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도 이같은 글로벌 트렌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정점을 찍은 패키지 시장, 제로컴으로 수익률이 박해진 항공권 판매에 대안으로 호텔 예약 분야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호텔 예약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기존 업체들도 최근 제휴사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외 호텔 공급 업체를 확대해 많은 호텔과 경쟁력 있는 요금을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제휴 판매 채널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는 제휴 여행사를 확대하는 게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여행과 관련된 쇼핑몰, 미디어 등 트래픽이 높고 구매력 있는 네티즌이 많은 온라인 사이트도 제휴 대상이 되고 있다.

아고다, 익스피디아 등 외국계 회사도 마찬가지다. 아고다는 델타항공, 차티스 여행보험 등과 제휴를 맺었고, 익스피디아도 이미 해외에서 ANA, 에어캐나다, 남아프리카항공, 젯블루 등 유수의 항공사 웹사이트에 호텔 예약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

■‘다이내믹 패키지’로 FIT 진화

익스피디아의 한국시장 진출로 인해 온라인·FIT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지금까지 눈에 띄는 변화는 비티앤아이가 호텔트리스를 인수한 사례가 있는데, 대형 업체의 전문 업체 인수, 혹은 전문 업체간 합종연횡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외에 기존 패키지 여행사들이 아직까지 전면적으로 호텔 예약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익스피디아가 올해 내로 계획된 항공권 예약 서비스까지 시작하면 그야말로 업종을 불사한 한국 업체들과의 전면전이 예상된다. 익스피디아의 최대 강점인 ‘다이내믹 패키지’가 한국에서 선을 보이면 이에 대응하는 여행사들의 변화 모색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온라인 여행사, 호텔 예약 전문회사들은 그간의 호텔 판매 중심에서 다이내믹 패키지로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파크투어의 경우, 오는 6월부터 에어텔 상품을 전면 시스템화하여 선보일 계획이며, 트래포트(Traport)라는 회사는 한국 최초의 다이내믹 패키지를 표방하는 사이트를 선보여 업계의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아고다, 호텔스닷컴 파급력 미미

한편 익스피디아의 파급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호텔패스 관계자는 “익스피디아는 이벤트성 세일을 많이 할 뿐 기본적인 상품 가격이 반드시 저렴하지는 않다”며 “마케팅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한국 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겠지만 다양한 고객 성향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한국 업체들이 서비스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익스피디아에 앞서 한국시장에 진출한 아고다와 호텔스닷컴, 부팅닷컴 등 해외 사이트들이 실제로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는 단언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웹사이트 트래픽 순위를 보면 아고다, 호텔스닷컴 등이 10위 내에 진입해 있지만 실제 예약에 있어서 얼마나 높은 실적을 거두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호텔자바 김형렬 이사는 “아직까지해외 호텔 예약 사이트의 존재를 모르는 소비자도 상당수인 만큼 당분간은 함께 시장을 키워가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스피디아가 아시아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미리 진출한 중국, 일본시장에서 아직까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요소다.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글로벌 온라인 트렌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에서 상위 5개 온라인 여행사는 모두 일본 회사이고, 중국에서는 익스피디아의 자회사인 이롱(eLong)이 씨트립(ctrip)의 뒤를 이어 선전하고 있지만 이는 중국 회사를 인수한 것인 만큼 순수 외국기업이 아시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