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랜드사들은 구조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물량이 늘어나더라도 수익은 높지 않은 문제와 업체의 난립으로 벌어지는 과당경쟁, 고질적인 갑-을 관계에서 오는 여행사와의 갈등, 작은 충격에도 무너지는 영세함, 전문성 대신 가격으로 승부해야 하는 한계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여행사의 떠넘기기<본지 1427호 1면>까지도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다. 랜드사의 어려움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업체 간 과당경쟁, 여행사의 떠넘기기
-“전문성은 커녕 하루하루가 버티기다”

■여행사 입지불안, 랜드사 위협

최근 몇몇 여행사의 영업 종료나 도산이 이어지면서 랜드사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허니문 여행사가 미지급금을 남기고 폐업처리를 하면서 관련 랜드사에 수억 원대의 미수금 피해를 남긴바 있다. 또한 오케이투어와 같은 인지도 있는 업체마저 하루 아침에 사업을 접는 사례까지 발생하자 랜드사들은 ‘거래하던 업체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우려하고 있다.

예전에는 루머로만 돌았으나 걱정이 현실이 되면서 ‘다음은 어디냐’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미 지상비 인하나 미수금이 많은 여행사가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으며, 이들과 거래하는 랜드사는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여행사들은 자금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미수금도 높아지는 추세다.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미수금이 많은 업체의 경우 정산을 하지 않으면 행사를 진행하지 않거나, 믿고 거래하던 업체라도 대형 단체의 경우 선수금을 미리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의사를 표현하고도 있다. 이처럼 랜드사가 수익 관리에 들어간 것은 상대적으로 작은 충격에도 휘청댈 수 있기 때문이다. A랜드사 대표는 “거래하는 업체가 불안하다 싶으면 아예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상수”라며 “시장의 평판이 좋지 않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업체에는 견적도 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위태한 여행사와의 ‘억지 밀월’

시장이 중소 여행사의 위축으로 진행되다 보니 랜드사는 당연히 물량이 많고 입금이 확실한 대형업체와의 거래를 선호한다. 그러나 대형업체들은 기존 업체, 현지에서 영업 중인 랜드사를 이용하거나 아예 직접 법인을 설립해 자체적으로 행사를 소화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굳이 신규 업체를 이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새로 거래를 하고 싶은 업체는 보통 가격면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본력이 없다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니 신뢰를 쌓기 어렵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좋은 요금을 가지고 있어도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추고 있어야 우리가 가진 물량을 소화할 수 있기에 무작정 이용하기란 어려운 노릇”이라며 “안정적 운영을 선호하는데다 서로 익숙하지 않은 만큼 정말 획기적인 조건이 아니라면 굳이 불안을 감수하며 신규 랜드사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형여행사의 진입 장벽이 높자 랜드사의 주요 거래처는 중소 여행사의 비중이 높아지게 됐다. 문제는 상위권 여행사에서도 대형업체의 실적이 더욱 좋아지고 하위 업체는 매출이 떨어지는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대형업체 일부와 든든한 모기업이 있는 업체를 빼면 나머지 업체는 부실화가 진행된다는 것으로, 바꿔 말하면 랜드사의 주요 거래처인 중소 여행사의 규모축소를 의미한다.

이것은 곧 위태로운 업체와의 거래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행사를 이어가지 못하면 회사의 도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사의 숫자 감소와 입지 약화는 물량 감소에 따라 랜드사의 경쟁을 오히려 촉진시키고 있다. 작은 물량이라도 중요한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일부 여행사들은 홈쇼핑 분담금 떠넘기기, 지상비 인상분 미반영, 가격 후려치기 등의 부당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물량 공급이 끊기면 아쉬운 것은 랜드사라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차라리 일하면서 손해보는 것이 낫다”

현실적인 지상비의 미반영도 심각한 문제다. 현지 관광지 입장료 등이 인상되더라도 이를 감안해주는 여행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물가가 오르고 환율도 올라 들어가는 비용은 많은데 여행사가 이를 무시하고 있으니 결국 랜드사의 수익 저하로 연결되고 있다.

게다가 랜드사 사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형업체와 안정적인 거래를 하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간의 간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거래처를 늘리고 싶은 랜드사의 가격 경쟁은 여행사의 모든 요구를 맞춰주는 것으로 귀결된다.

B랜드사 관계자는 “홈쇼핑의 경우 무리한 지원금을 요구하더라도 놀면서 손해보는 것보다 일하면서 손해보는 것이 차라리 낫기에 응하고 있다”며 “방송된 상품은 3개월 동안 홈페이지 등에서 판매되므로 홈쇼핑 분담금을 거절하면 석 달의 기회비용이 사라지는 동시에 추후 물량도 잃을 수 있으니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치열하게 견제가 오고 가는 만큼 진입을 원하는 신규 랜드사의 경우 여행사의 무리한 요구라도 요구를 수락할 수밖에 없고, 여행사의 입맛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 이런 사례가 누적되다 보니 결국 랜드사 전체의 위험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라도 수익을 취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 지역 공통으로 관광객들의 옵션 및 쇼핑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가격을 낮춰 유인하고 싶어도 쇼핑이나 옵션 이용이 적어지면서 예전처럼 가격을 내릴 수가 없게 됐다. 공무원, 기업체 등의 인센티브 단체 움직임은 활발해졌지만 적자 행사도 비일비재하다. 일본 전문 C랜드사는 “3.11 지진 이후 직원 중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에게 무급휴가를 실시하고 있다”며 “현재 마땅한 수익원이 없어 면세점에 들어가도록 하는데 실력이 아닌 판매력으로 가이드를 써야할 판”이라고 전했다.

■“대형화, 전문화로 재편될 것”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며 랜드사 간 협업도 논의되고 있으나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여행사의 경우 출발 인원을 확정하기 어려우면 몇 개 업체가 모여 비공식적인 연합을 형성할 수 있지만 랜드사는 어떤 업체가 언제, 어떤 장소에서 행사를 진행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조율하기가 어렵다. 여행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랜드사는 철저히 ‘나홀로 전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궁극적인 타개책은 가격이 아닌 전문성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특화된 장점이 없이 그저 그때그때의 가격으로 승부한다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다른 랜드사가 나타날 경우 속절없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랜드사들은 ‘하루하루가 급하다’며 앞을 내다볼 여유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새로운 상품과 지역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것에 몰두하기 보다는 가격을 어떻게든 끌어 내려 여행사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이 낫다는 경험도 작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익 관리를 철저히 하고 타사와의 공조 등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생존의 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 전문 E랜드사는 “자금력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시기가 됐다”면서 “수익은 떨어지고 현지 직거래도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랜드사도 결국 대형화, 전문화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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