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홍콩영화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주윤발, 장국영, 유덕화, 장학우 등 이 4인방은 당시 우리나라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영화가 다소 편협한 주제와 다양하지 못한 소재에 국한된 반면 홍콩영화는 자유와 희망, 그리고 죽음을 불사한 멋지고 낭만적인 사랑과 의리를 다뤄 젊은 층의 인기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홍콩영화에 흠뻑 취했을 때 나는 센트럴의 가스등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 ‘천장지구’의 쓰러지는 유덕화를 부축하고 싶었고, 빅토리아 피크의 카페 데코에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금지옥엽’의 장국영과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싶었다. 영화에 나오는 곳 모두 멋져 보이고, 언젠가는 꼭 저 곳에 가고 말리라 다짐하며 동경했다. 내가 홍콩을 꿈꿔왔던 것처럼, 한국을 더 알고 싶어 하는 한류 팬들의 직접적인 한국 방문을 유도하고 더 나아가 전반적인 산업에 영향을 끼쳐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문이 열렸다.

최근 K-POP이 유럽에까지 확산됐다는 소식에 대한민국 국민들의 어깨가 으쓱하다. 문화와 역사, 샹송의 나라 프랑스가 대한민국 대중음악에 열광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한류는 대중문화부터 시작해 한국 산업 전체에 걸쳐 나타난다. 일본에서 드라마가, 중국과 동남아에서 대중가요가, 미국에서는 한식을 대표로 전 세계적으로는 자동차와 IT에 이르는 산업 영역까지 빠른 속도로 넓게 퍼져나가고 있다. 대중음악으로 시작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인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져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장기적인 준비와 치밀함, 철저함이 한류의 성공요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실제는 그동안 숨겨져왔던 한국의 매력에 전 세계인이 빠져드는게 아닐까? 평소에 접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신선함과 독특함이 세계인들을 한국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제는 우리가 한류를 잘 다듬고 관리해서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도록 노력해야 할 때이다.

최근의 한류는 그저 보고 좋아하고 열광하는 일방적인 문화가 아니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재해석하는 쌍방향 교류의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퍼포먼스를 재현하는 ‘커버댄스(Cover Dance)’가 또 다른 한류 문화로 대두되고 있다. 그저 좋아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팬들의 재해석 과정을 거쳐 다함께 참여하고 즐기며 교류하는 문화로, 태국이나 일본에서는 팬들이 만들어낸 K-POP 커버댄스 대회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지난 5월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2011 드림콘서트’에서는 11개국에서 모인 31명의 재한 외국인들이 팀을 구성해 커버댄스 무대로 오프닝을 장식하기도 했다. 포털 사이트에 ‘커버댄스’를 검색하기만 해도 쏟아지는 각종 동영상들만 봐도 외국에서, 한국에서도 K-POP을 자신의 스타일로 즐기는 외국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오는 10월, 경주 ‘한류드림페스티벌’에서 한류의 진원지 한국이 주도하는 커버댄스 대회인 ‘2011 K-POP 커버댄스 페스티벌’ 결선무대가 열린다. 현재 대회 홈페이지에서는 온라인 예선에 참가하는 25개국에서 모인 250여개의 동영상이 최대 1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이나, 응원 댓글을 다는 사람이나 모두가 한국의 문화에 빠져있다. K-POP 커버댄스 페스티벌 결선에서 팬들이 보여줄 열정의 무대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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