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일
(주)여행이야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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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이 서로 의견이 달라 오랫동안 결정이 나지 않던 주5일제 수업에 대한 내용이 확정됐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내년부터 매주 시행한다고 한다.
먼저 대부분의 학부모는 많은 걱정이 앞서는 듯 하다. 한 달에 두 번 또는 세 번 늘어나는 토요일이지만 새롭게 무언가 일정을 잡아야 할 부모들로서는 적은 부담이 아니다. 정부에서 이번 주5일 수업을 발표하며 가족이 함께 할 시간, 그리고 가족이 여행을 떠나 현장체험학습을 할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런데 제일 빠르게 움직인 곳이 주말 프로그램을 운영할 학원이라고 하니 정책을 맡은 이들의 바람대로만 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럼 이번 정책을 보완하는 영역에 있는 여행업계는 어떨까? 별 관련이 없겠다 생각을 했지만 뜻밖에 대형 여행사의 주가가 올랐다. 토요일을 포함해 주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하는 내용과 관련이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대형 여행사의 주종목이라고 할만한 외국여행은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 주5일 수업으로 주말 시간이 늘어난다고 초, 중등 학생의 외국여행이 더 늘어난다고 보기는 어려우니까.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할 때 아무래도 주5일제 수업 실시로 여행 업계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쪽은 국내 여행이 될 듯 하다. 물론 국내여행이 활성화 되는 일이 곧바로 국내 여행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으로 직접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기회는 많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도대체 우리나라가 얼마나 넓기에 매주, 아니 최소한 한 달에 한 두 번 갈 거리가 된단 말인가’ 생각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중학생 쯤 되면 바쁘고, 또 가족 여행에 잘 빠지긴 한다. 그러나 초등학교로 한정한다고 해도 그럭저럭 4~5년은 되니 짧지 않은 기간이라는 점에서 학부모들이 그처럼 생각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지금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이라고 해야 통일신라보다 작은 영역이다. 그래서 경상남도 한 번, 전라북도 한 번, 뭐 이렇게 다니다보면 10번 정도면 모두 다녀올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국내여행 일을 하면서 느낀 점 가운데 하나가 생각보다 우리나라가 넓고 볼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추천할 수 있는 국내여행을 여러 번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우리나라의 여러 곳을 ‘시·군 단위’로 살펴보는 거다. 어쩌면 일반인(?)들은 동의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오랫동안 ‘경북 체험가족여행단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다. 이 프로그램의 몇 가지 특징 가운데 하나가 경상북도의 시, 군 가운데 하나를 골라 1박2일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점이다.

처음에 이러한 원칙을 듣고 프로그램을 운영할 지역이 너무 좁다는 생각에서 겉으로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이해한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발굴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보여준다는 면도 포함하고 있으니.
그러나 막상 프로그램 준비를 위해 예비답사를 하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작은 지역이라고 여긴 곳에서도 정말 많은 프로그램 소재가 나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청도는 답사를 떠나기 전까지 소싸움에 와인터널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다섯 밖에 없는 석빙고, 화양읍성, 객사, 비구니 사찰로 유명한 운문사를 더하니 1박2일 거리가 충분히 되었다. 여기에 더해 감물 염색과 한옥 학교가 더해지니 결국은 어느 한, 두 곳을 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다른 나라 구경도 유럽 10나라, 동남아시아 3나라, 이렇게 여행하는 일은 조금 촌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대신 한 나라, 또는 한 지역이라도 차분하게 살펴보며 자신만의 여행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이렇게 변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평생 한 번 가보는 외국이 아니라 여러 번 가 볼 수 있는 외국이라는 자신감도 있는 듯 하다.
하물며 우리 땅이라면 언제든지 가볼 기회가 있으니 이제부터는 촘촘히 살펴볼 계획을 잡아보면 좋을 듯 하다. 지금부터라도 시와 군이 잘 표시되어 있는 지도를 구해 내년 여행 계획을 잡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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