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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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경기가 한창 좋았던 시절에 국내 한 대기업에서 여행 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새로 시작하는 분야이니 여행사업의 합작 파트너를 결정하고, 항공사 출신의 대표를 영입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었다. 개별여행시장(FIT)을 목표로 하고 있던 이 회사는 그때 성공한 여러 여행사들 대표들을 만났다. 대규모의 투자와 인력을 확보하고 전력을 다했지만, 이 회사 FIT상품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추후 외부 시장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자 얼마 지나지 않아 FIT 시장에서 철수하고 말았다.

요즘 시장에서 개별여행시장이 대세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동안 패키지를 주력으로 B2B사업을 근간으로 삼았던 상위 업체들 중에는 간판을 내린 회사도 있고, 10년 뒤 목표를 FIT로 설정한다거나, 홈페이지를 개별여행 예약 페이지로 강화하는 곳들도 있다. 심지어 ‘패키지는 실버산업이다’라고 단정하는 분들조차 있을 정도다.

그런데 업계의 선배분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다보면 FIT 여행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느낀다. 그 동안은 성공가도를 탄탄대로로 달려온 분들이 새롭게 펼쳐진다고 인정하는 그 시장을 어떻게 달려야 할지 몰라 답답함을 토로하시곤 한다.

수많은 여행사들 정확히는 여행알선대행사(travel agency)는 상품은 대형업체에 밀리고, 항공과 호텔은 온라인에 빼앗기고 있다. 흔히들 FIT상품이라고 하는 에어텔, 호텔팩 혹은 항공예약, 호텔예약 사업 등이지만 그 시장도 판이 짜여졌다. 이미 대자본을 바탕으로 한 광고홍보와 온라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가격경쟁을 하는 진흙탕 시장의 전초전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그렇다면 여행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기존의 ‘여행알선대행사’ 시장은 없다. 있다면 흔히들 ‘모찌꼬미’라고 불리는 1인 대행사는 가능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 분들은 업종과 상관없이 늘고 있는 프리랜서와 같은 것이지 조직을 기반으로 한 기업체의 사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답은 거꾸로 서서 바라보면 된다. 여행사 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쪽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여행사가 어렵다고 해서 여행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소비자들은 목말라 있다. 공항에 가보면 외국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언제나 가득하다. 그들이 정말 좋았다고 블로그에 써놓은 진한 여행담들은 거의 대부분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한 것들이다. 더 이상 ‘방콕·파타야’ 패키지는 없다.

2011년 올해 첫 컬럼에서 필자는 ‘브랜드, 전문성, 시스템’을 갖춘 여행사만이 살아남는다고 쓴 적이 있다. 거꾸로 서서 바라보고, 우리의 전문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보자. 브랜드와 시스템은 목돈이 필요하지만, 전문성은 땀과 시간을 투자하면 가능하다. 늦지 않았다. ‘트래블에이전시’의 껍질을 깨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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