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간한 ‘2009 관광사업체 기초통계조사’에 따르면 여행사 대표 중 여성 비율은 26.7%에 이른다. 낮은 비율이지만 2007년부터 여성 여행사 대표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는 여행업계에서 여성의 영향력이 늘고 있고, 업계에서 요구하는 책임 또한 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여행사 대표 뿐만이 아니다. 여행업계 전반에서 여성들은 크고 작은 족적을 남기고 있다. 여행업계 업종별로 주요 여성리더와 그들의 활약을 정리해봤다.

박우철 기자 park@traveltimes.co.kr

-남성만의 영역, 이제 옛말
-관광업계 전 분야에서 두각

■여행사 CEO
몸집 보다는 실속에 힘!

우리나라 여행사의 대표적인 여성 CEO는 비티앤아이 송경애, 여행콩 이은아, 디디투어 심수보, 솔항공여행사 김형미, 온라인투어 박혜원, 투어몰 임지영 대표 등이다. 여성 CEO들과 전체 여행사 리더를 비교하면 인원 수에서는 그다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지만 섬세함과 친화력, 여성적인 감성 등 여성만이 내세울 수 있는 자질로 몸집을 키우기보다는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비티앤아이 송경애 대표는 2010년 1월, 업계 최초로 금연기업을 선포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올해도 담배 없는 회사를 꾸리기 위해 비흡연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또 거리로, 바닷가로 소비자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들어가는 마케팅을 주도적으로 벌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대학특강, 방송출연 등으로 회사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비코티에스 이미순 대표도 홍콩에 지사를 설치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시도하는 와중에도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2008년 충남 청양군 중산리와 ‘일사일촌’을 맺어 봉사활동을 벌였고, 서울 마포 노인회관에서 급식봉사를 하기도 했다. 또 지난 5월에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여행업계에 대한 강연을 하기도 했다.

디디투어 심수보 대표는 ‘가족’ 같은 사내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한 두 차례 전사적으로 야휴회를 실시한다. 직원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사장님이 직접 아침식사를 만들어준다”며 “자상함 때문에 때로는 언니, 누나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할 정도로 심 대표의 자상함을 자랑하기도 한다. 솔항공여행사 김형미 대표는 “국내 여행이 살아야 인·아웃바운드 여행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20년 간 국내여행에 매진하고 있으며, 온라인투어 박혜원 대표는 ‘2011 중소기업인 혁신대회’에서 지식경제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항공사 리더
항공사의 꽃은 그들이 이끄는 영업부

요즘은 항공사 영업부에서 여성들을 찾아보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영업부 여성 리더는 아직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 항공사 영업부를 포함해 항공 관련 여성 리더로 대표적인 인물은 동보항공 홍정희 대표다. 대한항공, 에어뉴질랜드 등을 거쳐 에어캐나다 영업부에 입사해 매년 승진한 그녀는 현재 에어캐나다, 오스트리아항공, 에어아스타나 등의 GSA인 동보항공·보람항공 CEO로 활약하고 있다. 이런 홍정희 대표의 발자취를 아는 사람은 그녀를 가장 성공한 ‘항공사 여성 리더’로 인정한다.

필리핀항공 권현경 이사와 콴타스항공 박혜경 이사도 영업부 책임자로서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필리핀항공 권 이사는 인천-마닐라, 인천-세부, 부산-마닐라 등에 걸쳐 한주에 27회를 운항하고 있어 영업부 리더로서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콴타스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천-시드니 노선에서 공동운항을 하고 있고, 홍콩, 싱가포르 등의 이원구간 판매가 상당한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까닭에 박 이사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

재미있는 것은 동보항공 홍정희 대표와 필리핀항공 권현경 이사, 콴타스항공 박혜경 이사 모두 예약·발권부 출신이라는 것.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여의치 않았던 시절 예약·발권으로 입사했다가 영업으로 전업해 성공한 사례다.

■랜드사 리더
전국구 그녀들, 지상을 장악하다

랜드사 업계에서도 여성 파워는 만만치 않다. 지역별로는 일본, 미주 쪽에 많은 여성 소장들이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베스트KJ 김승영 소장, 미래재팬 이순애 소장 등이 있다. 미래재팬 이순애 소장은 일본 랜드만 약 10년을 이끌어 온, 이 바닥에서 잘 알려진 일본 전문가이다. 베스트KJ 김승영 소장은 20년 가까운 일본 가이드·랜드소장 경력을 바탕으로 관광지뿐 아니라 일본의 농업 분야와 복지, 학회, 교육까지 다양한 분야에 능통하다. 오투어 공혜경, 투어마트 이춘화, 팍스아메리카 김영아, 팬퍼시픽투어 이승희, 넘버원 이은영 소장 등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대표적인 여성 랜드사 리더이다.

■관광청 리더
마케터로서 역량을 극대화

여행업계에서 여성 리더들이 가장 폭넓게 포진하고 있는 영역은 단연 관광청이다. 2011년 6월 말 기준, 호주정부관광청, 퀸즈랜드관광청, 뉴질랜드관광청, 이스라엘관광청, 피지관광청, 이탈리아관광청, 스위스관광청, 캐나다 알버타관광청, 뉴칼레도니아관광청, 샌프란시스코관광청, 이집트·인도관광청, 하와이관광청, 스위스관광청 등 약 25곳의 관광청을 여성 리더가 이끌고 있다. 관광청은 업계와 대중을 상대로 홍보·마케팅을 집행하는 조직이어서 기발함과 추진력, 친화력이 중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여성 리더들은 여기에 독창성과 섬세함, 추진력 등을 더해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호주관광청 최승원 지사장은 그동안 흩어져 있던 19개의 호주경유항공편을 모아 목록을 만들고, 항공사에 전세기 투입을 독려하는 등 더 많은 방문객 유치를 위한 강한 추진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매년 호주스페셜리스트(ASP)를 실시해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KBS <남자의 자격>을 통해 서호주가 4회에 걸쳐 소개됐다. 이 방송이 나간 뒤 서호주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는데 프로그램 뒤에는 10일간 그들과 동행하며 방송 제작에 도움을 준 서호주관광청 김연경 이사가 있었다.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걷기’를 스위스 트레킹과 접목시킨 스위스관광청 김지인 소장의 행보도 눈에 띈다. 2010년 4월, 제주도 올레길과 MOU를 맺어 한국에 스위스 트레킹을 더욱 널리 알릴 수 있었다. 뉴칼레도니아관광청 이명완 소장은 2009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 촬영을 유치, 2008년 6월 에어칼린이 인천-누메아에 취항한 뒤 1년 만에 국민들에게 뉴칼레도니아를 각인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터키관광청 한국홍보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는 나스피알 나은경 대표도 국내여행 등에 진출하며 홍보 이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보이고 있다.

★ 11개 관광청에 물었다 주한 관광청 대표의 평균은?
블랙베리 쓰는 45세 A형 여성

-45% 아이패드 사용

한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관광청 대표의 경우, 여성 비율이 55%로 남성보다 많았다. 자국민을 대표로 보낸 관광청을 제외하고, 한국인이 대표를 맞고 있는 11개 관광청이 설문에 응한 결과, 평균 연령은 45세이며, 혈액형은 A형이 많았다.

여행업계에 근무한 기간은 평균 16년이며, 관광청을 첫 직장으로 시작한 비율이 63%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캐나다관광청 변동현 지사장과 호주관광청 최승원 지사장의 경우 항공사를 첫 직장으로 시작했다고 답했다. 대학 전공은 36%가 관광 관련학과이며, 대학원을 졸업했거나 과정을 이수 중인 관광청 대표는 27%였다.

관광청 대표 중에 골프를 치는 비율은 36%였으며, 대부분이 남성이었다. 선호하는 주류는 맥주(45%), 와인(27%)을 꼽았으며, 주량은 소주 0.5병, 주 1.1회의 음주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 독서량은 2.3권으로 경제경영(54%) 관련 서적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여행업계에서 정기적으로 참가하는 모임은 평균 1.6개로 주한외국관광청협회(ANTOR), 스콜(SKAL) 등의 모임에 참가하는 이들이 많았다. 72%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여행사 CEO들과는 달리 블랙베리(36%)의 비율이 높았다. 본사와의 이메일 교환이 많은 까닭에 영어 이메일에 최적화된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관광청 대표의 45%가 태블릿PC를 사용하고 있으며, 기종은 모두 아이패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승표 기자 hop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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