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겸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tourlab@jnu.ac.kr

긴 장마도 끝이 보인다. 이 비가 그치면 곧 휴가철이다. 올 여름 휴가 여행은 어디로 떠나시는지 궁금하다. 최근 전 국민이 푹 빠져 있는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즐거운 상상에 빠져봤다. 만약 <나는 여행자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이름하여 올 여름 최고의 여행자를 선발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파문을 일으켰지만 재편 이후 높은 TV 시청률과 광고 유치를 이뤘을 뿐만 아니라 출연하는 가수들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게 했다. 이런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열풍은 뭐든 대중의 관심을 받으면 우루루 따라가는 천박한 쏠림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대중문화와 트렌드 읽기에는 제격이다.

무엇보다 <나는 가수다>는 재미있다. 똑같은 가수들이 나와서 즐겁게 노래만 불렀다면 이러한 폭발적인 관심과 호응은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동안에도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노래 부르는 프로그램은 많이 있었지만 ‘나가수’처럼 이야깃거리가 생기고 관심을 집중시키지는 못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노래 프로그램에 경쟁의 요소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쟁’, ‘싸움’, ‘이기고 진다’와 같은 기본적인 욕망을 자극한다. 과연 누가 탈락 떨어질 것인가? 이것이 궁금하고 탈락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애쓰는 가수들의 모습이 새롭게 비춰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경쟁의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편곡의 능력과 청중과 함께하는 노래 그리고 가창력 호소력 모두가 나가수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옛것을 부르는데 옛것이 아닌 새로운 것으로 탄생한다. 이것이 나가수가 다른 노래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박정현이나 임재범이 진실한 마음으로 노래했기에, 그들의 진정성 넘치는 노력과 열정에 우린 감동받은 것이다.

올 여름 어떤 이는 산과 계곡, 바닷가를 찾아 모처럼의 여유를 만끽할 것이며, 또 어떤 이는 해외여행을 다녀올 것이다. 여행사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변함없는 패키지 상품으로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으며, 지역마다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내용을 들어야 보면 달라진 게 없다. 식상하다. 같은 목적지, 같은 자원이라도 제 스타일에 맞게 편곡이 이뤄지고 진정성 있게 알리면 좋으련만 무조건 오라는 손짓만 한다.

여행자 입장에서도 정보는 많지만 막상 떠나려니 선택이 쉽지 않다. 여행은 새롭고 풍성해야 한다. 음악이 그렇듯 어떤 여행이 최고의 여행인지 점수를 매겨 평가할 수는 없다. 낯선 세계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나고 사람을 만나는 여행은 그 자체로 창조적 행위이다. 자신만의 여행 스타일로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고 그런 곳, 인파와 쓰레기로 넘쳐나는 여행지 대신 한적한 여행지에서 숨어있는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올 여름에는 남도 지방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긴 장마 끝에 더욱 짙푸른 지리산 둘레길을 걷고, 해남 땅끝의 시골 오일장 남창장에서 갯내음 가득한 산물을 만나보시라. 문경의 막사발 공방에서 늙은 도공의 열정을 만나고, 하동 야생차밭에서 맑은 녹차 한잔, 한적한 남도의 낭만적인 섬여행은 또 어떠신지.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시라. 최고의 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 아니겠는가.

더위를 식히는 여름 휴가를 넘어 마음을 맑게 비우는 여행, 꿈을 채워오는 여행은 어떨까? 올 여름 ‘최고의 여행자’가 되려면, 나만의 의미있는 추억을 만드는 여행자가 되려면 여행 계획을 다시 한 번 짜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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