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아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마케팅본부장/ 관광학 박사
katiehan@visitkoreayear.com

얼마 전 해외에서 방한상품을 개발하는 현지 여행사 직원들과 전라남도 팸투어를 다녀왔다. 이번 팸투어 참가자들은 대부분 중화권 및 동남아 지역에서 온 20대의 젊은 여성들로 구성됐으며 전라남도 관광은 처음이라서인지 설렘과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오른 모습들이였다. 곡성 기차마을이며 보성 녹차 밭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여행을 마음껏 즐기는 그들을 보면서 필자도 오랜만에 찾은 전라남도의 아름다운 초록빛 경관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다.

전남이 보여주는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모두들 충분히 만끽했으나 이번 팸투어에 있어서 한 가지 크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바로 관광객을 배려하지 못하는 우리의 식당 문화였다. 매 식사시간이 되면 팸투어 참가자 모두는 어김없이 불편한 좌식으로 점심과 저녁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입식으로 생활해온 그들에게 다리를 접고 쪼그리고 앉아 먹는 식사시간은 그야말로 고행의 시간으로 보였다. 아무리 산해진미를 차려 놓아도 자세가 불편하다 보니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이내 밖으로 나가버려서 남는 음식들이 많았고 여럿이 함께 먹는 찌개에는 아예 손도 대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개인접시도 없이 반찬을 여러 명이 함께 먹는다거나 숟가락과 젓가락을 받침대 없이 식탁위에 놓는 등 비위생적인 식당 서비스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식사시간이 이렇게 진행되다 보니 풍성히 차려진 음식을 보고도 마음 편히 식사를 즐기지 못하는 모습들이 안타까웠다.

외국인의 시선에서 우리의 식당 문화와 서비스를 지켜보면 여러 가지의 문제점들이 보인다. 플라스틱에 뜨거운 국물을 담아 준다거나, 식당 종업원들이 앞치마도 두르지 않고 그릇을 쌓아 올려서 음식을 배달하고, 또 개인접시를 충분히 주지 않아서 음식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것 등등 개선해야할 식당 서비스가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다.

여행의 중요한 즐거움 중에 하나가 바로 식사 시간이다. 그 나라의 맛있는 현지 음식을 깨끗한 환경에서 편하게 먹으면서 식사시간을 제대로 즐기고 싶어 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비위생적인 식당 문화와 서비스는 분명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들은 아름다운 지방 관광지에서 느꼈던 매력들을 일순간 퇴색시킬 수 있다. 막대한 관광 마케팅 비용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도 사소한 부주의와 부적절한 서비스로 그들에게 한국 관광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남겨 준다면 그것보다 더한 낭비는 없을 것이다.

외래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많은 지자체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 숙박 및 식당 시설 등의 하드웨어적인 부분에도 많은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우선 큰 비용 없이도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선에 눈을 돌려야 한다. 특히 식당 종업원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및 위생 교육을 통해서 외국인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서 식당을 찾는 주요 국가의 고객들을 위해 외국어 메뉴판을 제작해 음식에 대한 소개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관광객들을 친절로 맞이한다면 식당 서비스에 대한 외래 관광객의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서비스를 개선하고 그 다음 단계로 의자와 테이블이 놓인 식당 수를 늘리는 등의 하드웨어에 대한 접근으로 외래 관광객들이 보다 편한 자세로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전라남도 영암에서 2016년까지 매해 F1 코리안 그랑프리 행사가 열리고 내년에는 여수 엑스포라는 대규모 국제 행사까지 개최된다. 전라남도가 지금까지 자랑해온 남도 음식을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멋지게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 맛있는 남도 음식을 관광객들이 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식당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식당 서비스 개선은 우리나라를 찾은 외래 관광객에 대한 배려이자 우리 모두를 위해서라도 시급히 실행되어야할 사안이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