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법(안) 제정을 둘러싸고 협회들 간의 ‘밥그릇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직접적인 당사자인 여행사들은 대부분 여행업법 제정에 찬성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협회들은 회원사의 이익보다는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라는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편집자주>

-‘여행업협회’설립 두고 협회간 ‘티격태격’
-국회 소관위 회부 뒤 진척사항 전혀 없어
-구심체 없이 표류, 자칫 물거품 될 가능성



■4월 국회 소관위 회부 뒤 잠잠

여행업법은 올해 4월5일 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회부돼 위원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여행업만을 다루는 최초의 독립법이라는 점에서는 물론 ‘여행업무 취급수수료’ 부과 근거도 포함돼 있어 여행사들의 기대도 큰 상황이다. 그러나 위원회 회부 이후 지금까지 진척된 사항은 전혀 없다. 6월 임시국회에 이어 9월 정기국회에서도 처리되지 못한다면 사실상 물거품으로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기국회 이후에는 사실상 국회가 내년 총선 체제로 접어들기 때문에 법안처리에는 그만큼 신경을 쓰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정기국회 회기 중 여행업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여행업계의 결집과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여행사를 대표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각 협회끼리 찬성이다 반대다 티격태격 부딪치며 불협화음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업협회’ 설립 조항이 최대쟁점

의견충돌은 업종별협회인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와 지역별관광협회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역별협회들이 내세우는 여행업법 제정 반대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대 쟁점은 ‘여행업협회’ 설립 조항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만약 여행업법이 성립된다면 법안에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된 ‘여행업협회’는 현재의 KATA를 중심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해당지역 소재 국내여행업 및 국외여행업 여행사들의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게 지역별관광협회들의 속앓이다. 반면 지난해부터 연구용역 등을 통해 여행업법 제정을 추진해온 KATA 입장에서는 숙원이었던 통합 여행업협회로 발전하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업협회 설립 조항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행업협회’의 사업내역 중 하나로 포함돼 있는 ‘여행공제회’ 역시 큰 수익사업이기 때문에 양측간의 밥그릇 싸움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여행공제회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산하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는데, KATA를 비롯해 각 지역별관광협회들은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공제회 가입업무를 대행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고 있다. 무시할 수 없는 수익원이기 때문에 KATA의 경우 오래 전부터 자체 공제회 설립을 추진해왔지만 반대에 부딪쳐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 중앙회도 양측 중재에 어려움

서로 충돌하고 있는 KATA와 각 지역별협회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역시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7월13일에 개최된 중앙회 제2차 이사회에서 ‘충분한 대화를 통해 여행업법 제정과 관련된 각종 현안을 해결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고, 이의 후속조치로 7월18일 중앙회, KATA, 경기도관광협회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개최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21일에 실무회의를 다시 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튿날 KATA는 ‘여행업법 제정 촉구 결의서’를 작성해 줄 것을 회원사인 일반여행업 등록업체들에게는 물론 비회원사인 국내 및 국외여행업 등록 업체들에게도 발송해 지역별협회들의 분노를 샀다. “실무회의를 개최하기로 해 놓고서 여행사들에게 촉구서 작성을 요청하는 비상식적인 경우가 어디 있느냐”는 경기도관광협회의 비난에 KATA는 “원래부터 예정돼 있었고, 더 이상 미뤘다가는 아예 무산될 수도 있어 여행사들의 결집된 의견을 국회 소관위에 전달할 필요가 높아 추진했던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사태를 겪었으니 7월21일 실무회의에서도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 여행사 입장에서 풀어가야

비록 후속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지만 여행업법 제정이 갖는 의미와 여행사들에게 미치는 영향, 당사자인 여행사들의 뜻은 파악하지 않은 채 계속 협회 이익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기대할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게 여행사들의 지적이다. 특히 여행사들은 여행업법 의원입법 발의 이후 이런저런 채널을 통해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확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협회들간의 이번 갈등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곱지 않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국외여행업위원회가 4월말 회의를 갖고 여행업법 제정에 적극 찬성한다고 뜻을 모은 데 이어, 주요 BSP여행사들로 구성된 BSP여행사특별위원회도 5월초 역시 같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모 국내전문 여행사 대표는 지난달 22일 “여행업법 관련 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대부분 교수들뿐이었고 여행사 관계자는 찾을 수 없었다”며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누군가는 주도적으로 나서서 여행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구심체도 없고, 협회들은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여행사 대표 역시 “여행업법 제정을 반대한다는 논리를 살펴보면 회원사인 여행사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협회의 이익사수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다”며 “협회가 없어도 사업체는 존재할 수 있지만 사업체가 없다면 협회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행업협회’설립관련 여행업법 내용
제32조(여행업협회의 설립) 여행업무 거래의 공정성 및 여행안전의 확보, 여행자의 편의증진 등 여행산업의 건전한 발전 및 여행산업 종사자들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하여 여행업협회를 설립할 수 있다. 제34조(협회의 사업 등) 협회는 다음 각호의 사업을 수행한다.
1. 여행업의 발전을 위한 사업
2. 여행산업 발전에 필요한 조사·연구 및 홍보
3. 여행통계
4. 여행산업 종사자에 대한 교육과 사후관리
5. 회원의 공제사업
6.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은 사업 등
부칙 제4조(협회에 관한 경과조치)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관광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여행업종별 관광협회는 이 법 제32조에 따라 설립된 여행업협회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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