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인 지상비 책정과 이에 따른 현지 가이드의 수익이 악화되면서 합리적인 지상비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고 성수기에 맞춰 일어난 방콕 가이드 단체 행동은 그동안 누적된 왜곡된 지상비 정책과 가이드의 고충 심화 등이 쌓이면서 이미 여러 차례 예견됐던 일이도 하다. 비수기에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수익 감소를 감내했지만 여름 성수기를 맞이했어도 수익이 기대보다 낮다는 것이 분노를 폭발시킨 직접적 원인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비슷한 시기에 방콕 가이드 파업설이 흘러 나온바 있다. 이번을 계기로 고질적인 문제가 과연 해소될지 주목된다. <편집자 주>


-지상비 인상, 팁 요구하며 실력행사
-성수기 볼모로 받아들였지만 불쾌해
-상품가 정상화는 여전히 갈길 멀어

■성수기 단체행동…감정의 골 깊어져

지난달 27일 하나투어 행사를 진행하는 태국 방콕의 가이드들이 지상비 현실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 이번 분쟁의 시발점이었다. 하나투어 행사를 담당하는 가이드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8월1일부터 시작되는 모든 하나투어의 행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참여한 방콕 가이드의 숫자만 약 200명에 달했다. 주장의 골자는 지상비 인상, 팁을 가이드 순수 수익으로 인정할 것, 호텔 예약에 따른 서비스수수료 징수 폐지 등이었다.

이에 하나투어 측은 대부분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사태 확산을 일단락 지었다. 당장 진행해야할 행사가 많은 만큼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하나투어 측은 “이미 갈등이 해결됐으며 정상적인 행사가 진행 중”이라며 “8월에는 3만원, 9월에는 5~7만원 수준의 지상비 인상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양측의 골은 아직 완전히 메워지지 않았다. 하나투어는 여름 성수기 시장을 볼모로 갑자기 실력행사를 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주말을 제외하면 사실상 문제를 고려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3일 정도에 불과했다”며 “행사와 여행객 숫자가 많다는 것을 볼모로 협상을 시도한 것은 불쾌한 일”이라고 전했다. 하나투어는 이번 지상비 인상으로 방콕 상품가격이 약 5~10만원 인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홀세일 여행사 매월 억대 추가 부담

양대 홀세일 업체인 모두투어도 예외는 아니었다. 약 100여명의 방콕 가이드들이 하나투어가 인상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지상비 인상안을 들고 나온 것.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8월2일부터 행사 진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모두투어도 지난 4일경 요구를 받아들이고, 하나투어 수준만큼의 지상비를 책정한 후 추가적인 사항은 다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모두투어 역시 단체행동에 따른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가이드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시각도 보이고 있다. 당장 지상비 인상으로 상품가격이 올라가는데 이것이 수요 감소로 이어지면 결국 가이드 자신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이야기다.
모두투어 측은 “지상비 관련 요구가 지난 1일에 제기되고 단 하루만인 2일까지 수락하지 않으면 행사를 거부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이는 세련되지 못한 방법”이라며 “당초 비수기 수익 보완을 위해 8월에는 1만원씩 더 지급할 예정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고 결국 수요 감소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모두투어는 지상비 인상에 따른 자체 부담을 산정하면 8월 한 달만 따져도 3억 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소셜커머스까지 가세 초저가 상품 난립

이와 같은 문제는 결국 초저가 상품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양사는 하드블록 진행에 있어 부진 날짜의 좌석 소진을 위해 땡처리 상품을 내놓았는데, 노투어피에 쇼핑·옵션 부진의 부담이 결국 가이드에게 전가된 것이다.

한 예로 하나투어는 비즈니스에어를 통해 8월23일 출발하는 방콕·파타야 상품을 34만9,000원에 판매중이다. 모두투어의 경우 같은 항공사로 출발하는 8월29일, 31일 상품을 33만9,000원에 내놓았다. 또한 지난 6월말부터 소셜커머스를 통해 판매한 오리엔트타이항공 출발 방콕·파타야 상품은 최저 39만9,000원에 소셜커머스를 통해 내놓은 바 있다. 이들 상품의 가격은 보통 50만원 후반이 되어야 정상이라는 평가다.

이처럼 주요 여행사들이 하드블록 소진을 위해 노투어피 저가상품 판매를 일반화하고 있는데다 여행객들의 쇼핑과 옵션 매출까지 줄어들면서 현지 가이드들은 ‘손님은 많아도 수익은 없는’ 어려움을 오랫동안 겪었다. 특히 소셜커머스 판매가 늘어나는 것은 가이드들에게 더욱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소셜커머스의 주요 구매층인 젊은 세대는 현지에서 별도의 비용을 지불할 여유와 의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판매량이 곧 손해를 뜻하기도 한다.

태국 랜드사의 한 관계자는 “특가 상품의 경우 가이드는 1인당 적자를 300달러 가량 안고 시작해야할 때도 있는데 쇼핑과 옵션으로 감내할 수 있는 범위는 고작해야 100달러 수준”이라며 “이번 지상비 인상에도 불구하고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나중에라도 다시 실력행사에 돌입할 수도 있을 것인 만큼 우려된다”고 전했다.

■지상비 인상 주장 확산 가능성도

실제로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에서 시작한 지상비 논란은 도미노처럼 다른 여행사로 번져 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형여행사가 가이드들의 주장을 너무 쉽게 인정한 것이 향후 좋지 않은 전례로 남을 것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지만 당장 원하는 수준의 인상이 없다면 가이드들이 그만두고 대우 좋은 타 업체로 옮겨가는 것도 가능한 만큼 ‘언제’ 인상하느냐가 관건이 된 모습이다.

A여행사 관계자는 “당장 8월 행사부터 지상비 인상을 반영하라는 것은 이미 잡혀 있는 스케줄을 고려할 때 너무 무리한 것이고 손해도 커져 곤란하다”며 “따라서 9월로 늦추자고 협의 중이지만 이후에도 다른 업체들과 가격차이가 발생하는 만큼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태국 이외의 다른 국가 관계자도 사태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특히 노투어피 행사가 많은 호치민, 하노이 등 인도차이나 지역이 가이드의 지상비 인상 요구에 대면할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지상비 정상화 및 시장 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어 향후 전개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양사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러한 문제가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것이 사실이었고, 향후 언제라도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상비 현실화에 대한 꾸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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