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외국계 여행사들이 여행업에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익스피디아 등 외국계 여행사들이 국내에 진출을 시작할 당시, 업계에서는 공룡 여행사의 출현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퍼졌지만 정작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법제도의 미비점과, 취약한 소비자 보호장치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했다. 외국계 여행사들은 국내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세금을 부담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카드 수수료를 고객에게 부과할 수 있는 등 여러 부분에서 국내 업체들에 비해 유리한 출발선상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편집자주>



-관련 법규 미비, 세금 납부도 아리송
-국내 업체들은 시작부터 불리한 경쟁
-문관부 “모니터링 중…연내에 조처”

■한국 여행업 무등록…자국법 적용

현재 한국에서 여행업을 하고 있는 해외 여행사들은 호텔 예약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익스피디아는 해외업체로는 이례적으로 에어아시아의 항공권 판매를 시작했으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해외여행상품을 판매하는 것인 만큼 이들의 업종이 ‘여행업’에 해당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한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대부분의 외국 여행사들은 한국에서 여행업에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호텔 예약업체 아고다는 “예약 및 본 사이트의 사용은 싱가포르 법을 따르고 있다”고 공지하고 있고, 익스피디아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하와이, 워싱턴 주 등에 등록된 여행 판매업체”라고 약관에 표기하고 있다. 즉, 한국이 아닌 해당 국가의 법을 따르고 있다는 뜻이다.

외국계 여행사들의 논리는 해외에 근거지를 둔 여행사로서, 인터넷에서만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외국계 여행사들은 한국인의 외국여행(국외여행업), 한국인의 한국 여행(국내여행업),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일반여행업)을 모두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 관광진흥법 82조에는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여행업을 경영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으니 명백한 불법인 셈이다. 글로벌컨설팅 김근수 회계사는 “국내 법인을 만들어 여행업에 등록하지 않았다면 명백한 불법 여행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마존, 이베이 등의 해외 사이트와 유사한 영업 형태라고 하지만, 외국계 여행사들은 한글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고 한국 시장을 겨냥해 공세적인 광고·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서버는 해외에…한국은 연락사무소

아고다, 익스피디아 등 해외 기업들은 한국사무소를 개설했지만 그 역할은 연락사무소의 성격에 가깝다. 영업의 보조적 활동이라 할 수 있는 마케팅·제휴 업무와 국내 호텔들과 거래를 맺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외의 업무는 홍보대행사·광고대행사 등을 이용하고 있다. 여행업 등록을 하지 않고 직접적인 판촉 활동을 벌이는 것은 불법에 해당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외국계 여행사는 한국에서 엄연한 영업 행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사무소에서 직접적으로 판촉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특히 에어아시아 항공권 판매를 시작한 익스피디아의 경우, 호텔뿐만 아니라 에어텔·다이내믹 패키지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의 피해 구제책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까지 한국에 진출한 모든 외국계 여행사들이 이같은 방식을 취한 것은 아니다. 걸리버트래블어소시에이션(GTA)의 경우, 오래 전부터 일반여행업에 등록돼 있을 뿐 아니라 일정 부분 고용에 기여하고 있으며, 납세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넥스투어에 투자하는 형태로 한국에 진출했던 트래블로시티(Travelocity), 롯데그룹과 합작사를 만든 JTB도 엄연히 합법적인 여행업을 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소비자 대부분 당하고도 대응 못해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다. 외국 여행사로부터 피해를 입은 개별 소비자들은 부당한 처사임을 알고도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외국계 여행사를 이용하고, 부당한 피해를 입은 고객들의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지만,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특히 해외 사이트들은 표시된 호텔 가격 외에 10% 가량의 부가세가 더해지고, 결제과정에서 카드수수료(해외카드 결제, 가맹점 수수료) 3~4%가 추가로 부담될 뿐 아니라 취소 수수료, 변경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불만 사항이 많았다.

그러나 이는 각 여행사가 정한 규정이고, 약관에 명시된 사항이기에 고객 입장에서는 불만을 제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을 보고, 해외 사이트를 이용한 고객은 그만큼의 불편을 감수한 셈”이라며 “일정 변경에 대한 부담이 없고, 섬세한 서비스를 기대한다면 국내 업체를 이용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해외사이트는 우리나라의 통신판매업으로 규제를 할 수 없는 만큼 소비자 피해의 구제책이 없으며, 여행보증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은 외국 여행사의 폐업이나 부도 시 보상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전무한 상황이다.

■카드 수수료 등 부당한 혜택 많아

국내의 전문 업체들은 단순히 공룡 여행사의 등장을 경계하는 차원이 아니라 해외업체들이 세금, 카드 수수료 등에서 불합리한 혜택을 보고 있다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직접 부담하고 있는데 비해 외국계 여행사는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이를 고객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결국 현재의 미비한 법을 개정하고 보완해서 국내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관광진흥법은 현재의 ‘인터넷 생태계’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 관광산업팀 관계자는 “현재 무등록 여행업체에 대해 모니터링 중이며, 여기에는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사이트도 포함된다”며 “한국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해외 사이트에 대한 조처 방안을 연내에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조규석 본부장은 “우리 법률만을 잣대로 한다면, 최근의 외국계 온라인 여행사들은 명백한 불법 여행업에 해당한다”면서도 “해외에 서버가 있고, 해당 국가의 법률과 비교 검토를 해야하는 등 증빙 절차가 매우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고, 업계가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호텔 업계 전문가는 “온라인 여행사, 호텔 예약 전문업체들끼리 별도의 협회를 만들어 공동 대응을 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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