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틈타 짧게 떠나는 밤도깨비층, 일본은 재방문해도 좋다는 마니아층 등 그동안 일본 여행시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탄탄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일본 여행 시장을 둘러싸고 소비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싼 상품만 골라서 떠나는 얌체족과 아무리 저렴해도 절대 일본만은 가지 않겠다는 불안족이다. 양자 모두 여행업계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일본 담당자들은 ‘얌체족’과 ‘불안족’에게 어떻게 상품을 판매해야 할지 도무지 답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9만9,000원 짜리 선박 일본 상품을 판매했더니 손님에게 돌아오는 말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은 어떻게 해요? 여행사가 해결해주나요?” 그래도 요구가 과한 저가 손님보다 더 야속한 것은 어떤 마케팅에도 꿈쩍하지 않는 고객층이다. 한 여행사 팀장은 ‘세슘 보험’을 여행상품과 함께 판매해 일본이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얘기를 하기도 했다. 그만큼 일본 시장은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상품가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시장을 살리고 보자는 심정으로 항공사는 나름의 특가를 주었고, 랜드사는 지상비가 오르는 와중에도 저렴한 상품을 제공하고자 했다. 여행사는 여행사대로 대대적인 좌석 지원과 저렴한 상품가를 받고도 좌불안석이다. 담당자의 무능력이라 치부하기엔 여행사마다 회복 속도가 크게 다르지 않다. 차라리 이럴수록 가격을 지켜 ‘정도’를 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들지만, 수치로 평가하는 회사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직원은 없을 것이다.

인원수가 아닌 수익률로 따지면 여행사가 일본 상품으로 돈을 벌기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중국과 홍콩 등에서는 희소식도 들려온다. 지난 11월 일본여행이 전년 수준 혹은 전년 실적을 넘는 수준으로 회복한 것. 회복세가 빠른 국가들은 그만큼 전년도 실적이 좋지 못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0년 성적표가 좋았던 한국은 여전히 지난해 대비 -30%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신세한탄에 그쳐서는 안된다. 지금이야 모두가 힘들다는 방어막을 칠 수 있지만, 시장이 회복되기 시작하면 ‘포스트 지진’을 잘 대비한 업체와 아닌 업체 사이의 격차는 향후 지속적으로 벌어질 것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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