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에서 부친 편지 2. 이구아수
경천동지의 물을 마주하다


브라질 측의 이구아수국립공원에서 바라본 이구아수폭포.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뒤흔드는 경천동지의 물이다.

이구아수에 간 이유는 명명백백했다. 이구아수 폭포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구아수는 지역의 이름이자 폭포의 이름이었다. 지역 이구아수는 폭포 이구아수 하나로 충만했다. 지역이 폭포를 위해 존재했다. 거대하고 거대한 폭포는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뒤흔들었다. 경천동지의 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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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글·사진=Travie Writer 노중훈

이구아수는 포르투갈어로는 Iguaçu, 스페인어로는 Iguazú라고 쓴다. 방대한 이구아수폭포는 포르투갈어를 쓰는 브라질과 스페인어를 쓰는 아르헨티나 및 파라과이의 접경지대에 자리한다.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빌리자면 이구아수폭포의 약 80%는 아르헨티나에 속해 있다고 한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이구아수폭포 관광을 위한 거점 도시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의 도시는 포즈 두 이구아수(Fozdo Iguaçu), 아르헨티나의 도시는 푸에르토 이구아수(Puerto Iguaúu)다. 다시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빌리자면 브라질 쪽의 도시는 이구아수폭포의 전체 모습을 조망하기 좋고, 아르헨티나 쪽의 도시는 이구아수폭포의 세밀한 모습을 들여다보기 좋다고 한다.

■악마의 목구멍에 다가서다

오후 1시 30분 페루의 리마(Lima)를 이륙한 비행기가 브라질의 포즈 두 이구아수에 착륙한 시각은 저녁 8시였다. 비행시간은 3시간 30분에 불과했지만 두 도시 사이에는 3시간 이라는 시차가 존재했다. 비행기가 멈춰 선 활주로에 땅거미가 내려앉아 있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수하물을 찾는 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공항을 나서니 이미 사위는 어둠에 포위된 상태였다. 천둥처럼 울린다는 이구아수폭포의 관문도시답지 않게 거리는 고요함으로 젖어 있었다.

흡사 태풍의 눈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공항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호텔 방에 누워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의 굉음을 밤새 떠올렸다. 까무룩 잠이 들었고, 몇 번 정도 몸을 뒤척였던 것 같다. 이튿날 아르헨티나의 이구아수폭포부터 만나보기로 했다. 브라질에서 아르헨티나로의 국경 이동은 끼니때가 되어 밥을 찾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아르헨티나 측 이구아수국립공원의 방문객 센터를 지나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이구아수 폭포의 백미로 일컬어지는‘악마의 목구멍’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두번째 역에서 내렸다. 정해진 탐방로를 따라한 발짝 한 발짝씩 폭포에 다가섰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앞쪽에서 묵직한 소리와 함께 물보라가 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악마의 목구멍’이 위엄찬 자태를 드러냈다.

지척에서 살펴본‘악마의 목구멍’은 세상의 모든 폭포이자 미증유의 경험이었다. 미루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물이 끊임없이 낙하했고, 섣불리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크기의 소리가 간단없이 발생했다. 무수하게 많은 잔물방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으며, 공중에 떠 있는 세세한 물의 덩이들이 햇빛을 받아 요염한 무지개를 만들어냈다. 눈의 감각과 귀의 감각이 비현실적인 현실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갇혀 있는 물이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혀 주는 반면, 쏟아져 내리는 물은 마음의 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악마의 목구멍’이 이구아수폭포에 적을 두고 있는 275개의 폭포 중 하나라는 가이드의 설명이 믿기지 않았다.

■지상 최고의 물벼락을 맞다

아르헨티나에서 브라질로 되돌아왔다. 뷔페식 저녁 식사와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라파인(Rafain)을 찾았다. 낮에 물의 세례를 원 없이 맞았던 사람들은 꼬치에 끼워 불에 구운 바비큐 요리를 테이블 위로 연신 실어 날랐다. 남미 특유의 춤과 노래가 무대를 알록달록하게 수놓았다. 무희들의 복장은 화려했고 몸짓은 격렬했다. 남자와 여자의 춤사위는 절도가 있었다. 공연이 절정을 향해 치달을수록 객석의 반응도 뜨거워졌다. 사람들이 손수건을 흔들어 환호했다. 흥분과 열기로 뒤끓는 밤이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새로운 날, 브라질 측 이구아수국립공원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되는‘폭포 트레킹’에 나섰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전망대까지 난 산책로를 따라 발맘발맘 걸었다. 길은 대부분 내리막이라 별다른 수고로움을 요하지 않았다. 걷는 내내 길의 오른편으로 이구아수폭포의 장대한 풍경이 펼쳐졌다. 사람들이 중간 중간 설치된 전망대에서 물보라가 자욱한 폭포수를 카메라에 담았다. 확실히 아르헨티나 쪽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폭포의 전체 모습을 감상하기에 용이했다. 자리를 뒤로 물려야 온전한 모습이 보이는 법이다.

트레킹을 끝내고 마쿠코 사파리(Macuco Safari)에 도전했다. 전용 차량을 타고 짧게나마 정글 투어를 마친 다음, 보트를 이용해 폭포 바로 밑까지 돌진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우비를 입고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배에 올랐다. 강을 가로지르는 보트의 움직임이 날렵했다. 배는 폭포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태풍 전야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내 폭포의 물줄기 속으로 보트가 뛰어들었다. 일찍이 맞아본 적 없는 강력한 물줄기가 온 몸을 파고들었다. 눈에 보이는 것도, 귀에 들리는 것도 온통 물이었다.

사람들의 기분 좋은 비명이 물소리에 파묻혔다. 기진맥진한 보트가 폭포를 빠져나왔다.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물범벅’이 된 상태였다. 태어나서 처음 접해보는 물벼락의 흥분과 감동은 보트에서 내린 이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식을 줄을 몰랐다.



■travel info
브라질의 포즈 두 이구아수는 다양한 호텔을 보유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비알레(www.vialecataratas.com.br)는 깔끔한 시설을 자랑한다. 총 151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비알레 호텔에 인접한 부르봉(www.bourbon.com.br)은 타워 객실이 눈여겨볼 만하다. 마부(www.hoteismabu.com.br)는 규모가 커서 단체 관광객이 선호하는 호텔이다. 포즈 두 이구아수에 접해 있는 파라과이의 시우다 델 에스테(Ciudad del Este)는 면세 도시다. 시계, 카메라, 화장품, 의류 등 온갖 품목을 판매하는 점포와 건물들이 밀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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